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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분류 > 조명+입체
흥망성쇠 프로젝트 14
함박과 피자의 선수 교체
글 노유청 2016-04-26 |   지면 발행 ( 2016년 4월호 - 전체 보기 )



1  함박식당의 간판은 소박했다. 전면에 도시락 같은 사각형 간판과 마치 달걀프라이 3개를 이어 붙은 듯한 모양의 돌출간판. 돌출간판은 목재에 흰색을 도색해 하늘색 페인트로 투박한 게 함박식당이라고 적은 것이 전부였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다. 뭐랄까 간판의 크기나 가독성을 신경 안쓰고 진짜 맛으로만 승부를 보려는 느낌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함박식당을 처음 간 건 밀린 일정 때문에 다소 짜증스러운 마음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만나기로 했던 취재원은 “오전에 일정이 좀 밀려서!”라며 연신 미안해하며 함박식당으로 나를 데려갔다. “맥주 한 잔 괜찮죠?”라는 말과 함께 주문한 함박 스테이크. 맥주 한 모금과 함박 스테이크를 한 입 베어 물은 순간 짜증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 후로 홍대에 갈 일이 있을 때 종종 들러 밥을 먹었던 식당. 오후 일정이 없는 여유 있는 날엔 가벼운 낮술로 맥주 한잔과 함께.

함박식당은 언제 가도 편안한 공간이었다. 마치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에 등장하는 가게처럼 메뉴에 없어도 뭐든 만들어 줄 것 같은 그런 분위기. 그리고 가장 좋았던 것은 혼자서 맥주까지 마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어쩌면 함박식당은 낮술을 가끔 즐기며 외근이 잦은 직장인에게 최적화된 곳이 아니었다 싶다.

함박식당의 간판은 소박했다. 전면에 도시락 같은 사각형 간판과 마치 달걀프라이 3개를 이어 붙은 듯한 모양의 돌출간판. 돌출간판은 목재에 흰색을 도색해 하늘색 페인트로 투박한 게 함박식당이라고 적은 것이 전부였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다. 뭐랄까 간판의 크기나 가독성을 신경 안 쓰고 진짜 맛으로만 승부를 보려는 느낌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그야말로 가게의 이름만 알리려는 명패 같은 역할만 하는 간판.

심지어 목재인 돌출간판이 세로로 쪼개져 그걸 투명 테이프로 칭칭 감아서 그대로 달아 뒀다. 언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목재에 칭칭 감긴 투명테이프도 함박식당을 상징하는 일종의 사인이었다. 그리고 큼직한 창문을 중심으로 흰색 페인트를 칠한 익스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간판이 눈에 띄지 않아도 익스테리어가 골목 한쪽을 가득 메우고 있는 듯한 느낌.

또한, 해가지고 전면에 설치한 사각형 간판에 조명이 들어오면 주간하고는 다른 묘한 감정이 들었다. 드라마 심야식당의 “집에 바로 가지 않고 어디론가 새고 싶은 날!”이란 대사와 딱 어울리는 느낌. 아쉬운 마음에 혼자 가볍게 한잔하고 싶은 날 들르고 싶은 가게. 그랬던 함박식당이 사라지고 더 피자 보이즈가 들어섰다. “혹시 모르니까 함박식당 간판도 찍어둬야지”라는 생각으로 찾아간 그 날이 마지막이었다. 분위기가 뒤숭숭해서 봤더니 이미 내부는 정리가 거의 끝나있었다. 씁쓸한 맘을 뒤로하고 아직 달린 간판을 향해 황급히 셔터를 눌렀다.

한 달 정도 후에 찾아간 함박식당 자리엔 거대한 피자가 붙었다. 흰색의 익스테리어는 검은색으로 바뀌었고, 사각형 간판이 있던 자리엔 커다란 피자가 부채꼴 모양으로 달려 있었다. 그리고 투명테이프를 칭칭 감은 목재 간판이 있던 자리엔 가게의 로고인 피자 이미지를 적용한 원형 돌출간판을 설치했다. 간판, 컬러 등등 함박식당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익스테리어가 채워졌지만 하나 고마운 것은 형태와 흔적은 그대로 남겼다는 점이다. 큼직한 창문을 그대로 활용했고, 그 사이에 전면 간판을 배치했다는 것. 그리고 돌출간판을 보면서 올라가는 구조의 계단 위 출입구. 함박식당이 고수한 구조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나름의 위안거리다. 뭐랄까 마치 게임이 끝나지 않고 선수교체만 한 듯한 느낌. 성향이 달라서 전혀 다른 플레이를 하고 있지만 같은 게임이 벌어지는 경기장.

블로그를 검색해 보니 더 피자 보이즈도 꽤 응원하고 싶어지는 가게였다. 간판에 내세운 로고인 부채꼴 피자를 접시와 맥주잔 등등에 빼곡히 새겨 넣었고, 피규어 등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가게를 찾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는 자세가 드러나는 공간. 이런 디테일은 가게주인의 자세를 알 수 있는 사인이자 사라진 함박식당의 아쉬움을 달래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마감 후에 바로 달려가서 피자를 한 판 먹어야겠다. 물론 맥주도 한잔하며. 멋과 맛이 동시에 있는 가게였으면 좋겠다. 함박식당에 이어 등장한 선수니까.

2  더 피자 보이즈는 가게 이름처럼 전면에 피자를 내세웠다. 함박식당의 사각형 간판이 있던 자리엔 가게의 로고인 부채꼴 모양의 커다란 피자를 설치했다. 그리고 출입구로 올라가는 길목에 설치한 돌출간판에도 피자 이미지를 적용해 가게의 성격을 드러냈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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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태그 : 함박식당 더 피자 보이즈 합정동 상권 흥망성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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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조명+입체
201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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