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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정겨운 다락방
흥망성쇠 프로젝트 11
글 조수연 2016-03-03 오후 4:33:13 |   지면 발행 ( 2016년 1월호 - 전체 보기 )

흥망성쇠 프로젝트 11
돌고 도는 정겨운 다락방

마치 다락방 같은 정겨운 느낌이었다. 처음 카페 ‘다락’을 찾았던 그때 느낌을 말하자면 그렇다. 대학교를 지방에서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해 한참 홍대에 빠져있던 친구 손에 이끌려 찾아간 카페는 다락이었다. 널찍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커피숍 스타벅스, 커피빈에 눈을 뜨려던 찰나에 경험한 작은 카페는 “이런 게 홍대다운 건가?”라는 막연한 환상을 심어주기 딱 좋은 이미지였다. 그리고 다락은 에일 맥주 호가든을 처음 맛본 곳이기도 했다. 이른바 국내 맥주 사에서 국내생산 설비를 만들어 오가든이란 조롱을 받기 전 직수입되던 시절 호가든은 맛없는 국산 맥주만 고집하던 촌놈의 입맛을 사로잡기 충분했고 다락에 갈 때마다 호가든을 마셨다(물론 다른 곳에서도 마셨지만...). 친구들과 홍대에서 약속이 잡힐 때면 어김없이 다락이었다. 호가든이 주변 카페에 비해 조금 싸기도 했고, 특유의 분위기도 좋았다. 그리고 영화 아담스 패밀리에서 컬트소녀로 등장했던 여배우 크리스티나 리치를 쏙 빼닮은 알바생이 시크한 표정으로 주문을 받는 것도 참 좋았던 것 같다. 왠지 다락의 분위기와 좀 맞는 것 같기도 했고. 다락은 홍대 정문에서 상수역으로 올라가는 대로변에 있었지만, 간판이 거대하거나 인상적이진 않아서 눈에 확 띄는 곳은 아니었다. 처음은 누군가의 손길에 이끌려 가게 되는 그런 공간. 하지만 한번 가게 되면  그 거리를 걸을 때마다 다락이 있는 2층을 올려다보게 된다. 흰색 벽에 설치한 작은 간판. 흰색 바탕에 은은한 회색 한자로 다락을 적은 간단한 구조였지만 나도 모르게 쳐다보게 되는 높은 가독성. 특히 다락을 한 번이라도 방문한 경험이 결합되어야 완성되는 가독성이었기 때문에 매력적인 간판이었다. 그리고 2층에서 마치 직각으로 떨어지는 폭포같은 철재 빔에 작게 달은 LOFT라는 조각사인. 누군가 조각칼로 파서 양각 판화처럼 만든 것도 작지만 눈에 띄는 간판이었다. 입구 측면에 설치한 커다란 화살표 사인은 다락을 처음 찾는 사람들을 배려한 것이다. 2층에 있는 다락의 위치를 알리는 방향안내 사인. 그리고 이 화살표는 다락을 처음 오는 친구에게 위치를 설명하기 딱 좋은 사인이었다. “흰색 벽에 대각선으로 서 있는 검은색 화살표 보이지?”라고 하면 못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그랬던 다락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블로그 검색을 해보니 2012년의 포스팅이 있는 걸 봐서 그즈음까지는 있었던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 다락이 사라지는 걸 기민하게 챙기지 못한 건 그즈음 은하수 다방, 100%오리지널 커피, 빈즈메이드 등 새로운 공간에 심취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흰색 바탕에 검은색 한자로 다락으로 적은 간단한 구조였지만 나도 모르게 쳐다보게 되는 높은 가독성. 특히 다락을 한 번이라도 방문한 경험이 결합되어야 완성되는 가독성이었기 때문에 매력적인 간판이었다.


▲ 새 주인 컴퍼니에프는 다락이 남기고 간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2층에서 직각으로 떨어지는 철제빔에 설치한 간판 자리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대각으로 서 있는 화살표는 다락이 있던 시절 그대로고 심지어는 출입문에 부착한 영업시간을 알리는 윈도 그래픽이 아직도 다락의 것으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정겹다.

 홍대의 다양함에 정신 팔린 사이 다락이 사라지고 그곳에 컴퍼니에프라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회사가 들어왔다. 새 주인인 컴퍼니에프에게 개인적으로 고마운 것은 다락이 남기고 간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이다. 2층에서 직각으로 떨어지는 철제빔에 설치한 간판자리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 다락에서 컴퍼니에프로 주인만 바뀌었을 뿐이지 공간의 느낌과 에너지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 대각으로 서 있는 화살표는 다락이 있던 시절 그대로고 심지어는 출입문에 부착한 영업시간을 알리는 윈도 그래픽이 아직도 다락의 것으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정겹다. 다락이 사라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로운 공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려 할 때 무심코 툭 튀어나오는 이런 추억들. 마치 아직도 이 공간에서 다락이 공존하고 있는 듯한 느낌. 주인은 돌고 돌지만, 공간은 마치 정겨운 다락방 그 자체로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물론 컴퍼니에프에서 이 윈도 그래픽을 언제든 떼어도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가능하면 오래도록 유지됐으면 좋겠다. 그 거리를 지날 때마다 다락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조만간 홍대에 가서 오랜만에 호가든을 마셔야겠다. 이제 은하수 다방도 문을 닫아서 호가든을 마실 만한 적당한 공간을 다시 찾아봐야 하지만... 

글, 사진: 노유청 편집장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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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태그 : 다락 LOFT 컴퍼니에프 상권 흥망성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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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조명+입체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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