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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첼시마켓의 사인
옛것의 철학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
글 이석민 2014-03-25 오전 10:06:29 |   지면 발행 ( 2014년 3월호 - 전체 보기 )



VMD 전문가 이랑주의 ‘사인 여행
기’

본지는 세계 전통시장의 사인 디자인과 VMD에 대해 대해 알아봅니다. 유럽은 물론 북미, 남미 등 세계의 전통시장엔 어떤 디자인과 소재로 사인을 제작해 놓았는지, 제품 배치와 색감은 어떻게 했는지를 짚어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시장과는 차별되는 디자인 특성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필자는 VMD연구소 이랑주 대표입니다.

*필자의 원고는 <월간 사인문화>의 편집방향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글·사진 이랑주
lmy730@hanmail.net
이랑주 VMD연구소 대표, 저서 ‘이랑주의 마음을 팝니다’

미국 첼시마켓의 사인
옛것의 철학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


▲ 첼시마켓 외부 전경

1997년 4월 문을 연 첼시마켓(Chelsea Market)은 뉴욕의 재래시장으로 식재료의 보고다. 이름 그대로 '시장'이지만 동시에 갤러리고, 멋진 카페 이며, 전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허름하기 그지없는 빨간 벽돌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멋진 갤러리에 빈티지한 카페와 즉석에서 빵을 굽는 베이커리, 꽃집 등 뉴욕 식문화 공간이 시장으로 들어온 듯하다.

첼시마켓은 우리나라의 재래시장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 그 이유는 1890년 세워진 과자 공장을 새롭게 변신 시킨 것으로 우리나라처럼 오랜 기간 동안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형태의 시장은 아니다.


▲ 마켓 입구 간판

누구나 한 번쯤 먹어봤을 오레오(Oreo) 쿠키. 코코아를 가미한 검은색 비스킷 두 개 사이에 흰색 크림이 들어가 있는 오레오 쿠키가 처음 탄생한 곳은 현재 뉴욕의 명소로 꼽히는 바로 이곳 첼시마켓이다.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100년 넘은 붉은 벽돌색이 바래고 낡아서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해준다. 천정 곳곳에 노출 된 파이프도 허름해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엔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공장에서 작업용으로 쓰던 엘리베이터는 아직까지 그 자리에서 현대의 고객들을 실어 나르며 시간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중앙 홀은 버려진 송수관을 그대로 살려 만든 인공폭포, 원래 건물을 관통하던 기차선로를 이용한 장식 등 버려진 과자 공장이 새롭게 재탄생되어 건물 자체가 역사의 예술작품인 셈이다.

100년 과자 공장이 ‘시장’으로

첼시마켓은 여전히 100여 년 전 과거 과자공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1층에는 푸드숍 · 꽃집 · 음식점 · 아이스크림가게 · 베이커리 · 와인샵 등이 자리 잡고 있고, 위층에는 사무실과 푸드 채널, 뉴욕 원 같은 방송국, 메이저리그야구 사무실 등이 있다.


▲ 마켓을 통하는 통로. 옛 공장을 그대로 활용한 인테리어가 독특하다.

시장 내부 곳곳의 벽화에서는 예전에 과장 공장이었음을 알려주는 일러스트 사인들이 그려져 있고, 오래되고 낡은 사진으로 만든 간판들도 보인다. 쿠기 가게는 핑크색 쿠기 모양의 사인이 달려있고, 와인가게는 와인병 모양의 틀을 만들고 붉은 색 네온사인을 넣어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브라우니를 파는 가게는 캐릭터를 이용해 사인을 만들었고 스프를 파는 가게는 유명 쉐프의 얼굴을 간판이미지로 사용하여 신뢰감을 높여주고 있다.


▲ 첼시 마켓을 알리는 사인. 주물 형태다.

첼시마켓의 사인은 낡고 오래된 것과 현대적인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 어느 것 하나 눈에 거슬림 없이 자연스럽다. 메이저리그 사무실을 알리는 간판은 벽면 기둥에 스틸 야구방망이를 세워 지나가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 건물 내부에 있는 야구 방송국 사인물.

거친 공장의 이미지 때문이지 매장 입구에 들어서면 스틸을 그라인딩해서 만든 입간판이 제일 먼저 반겨준다. 통로 중간 중간에도 마무리가 덜 된 듯 한 벽과 파이프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이곳이 공장이었음을 바로 알 수 있다. 통로를 따라가다 보면 뒤쪽 입구에 마주하게 되는데 1층 식당과 카페를 알려주는 간판이 매우 흥미롭다.


▲ 공장의 흔적을 그대로 활용한 인테리어. 오래된 행잉 시계가 눈길을 끈다.

매장 이름을 적기보다는 와인가게면 콜크 마개로 사인을 만들고 음식점은 수저로 쿠기 가게는 미니어쳐로 만들었다.

브랜드의 특성을 강조하는 개개의 작은 이미지들을 모아서 하나의 큰 사인들을 만들었는데 어디에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바로 알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재미있는 간판이다.
갤러리를 장식할 만큼 특이한 모양의 탁자와 의자들이 발길마다 설치돼 있어 구입한 음식을 그냥 아무데나 앉아서 맛보기도 좋다.


▲ 비어있는 건물 벽을 벽화로 꾸몄다.


▲ 식당의 행잉 사인. 걸려 있는 냄비들이 눈길을 끈다.


▲ 식당의 입간판. 수저가 관광객의 눈길을 잡는다


▲ 옷걸이 사인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주방 기구를 파는 곳 앞에서 ‘사무라이 칼갈기 서비스’도 벌인다. 홈페이지 (www.chelseamarket.com )를 통해 각 식당과 가게가 여는 이벤트를 알려 손님들을 끌어 모은다. 첼시마켓은 버려진 공장을 상상력이 넘치는 시장으로 탈바꿈시킨 뉴요커의 센스를 확인하려는 한국인들의 관광 코스가 되었다.

옛것을 바탕으로한 현대적인 창의성 주목
첼시 마켓이 부러운 이유는 낡고 허름한 옛 과자 공장을 마치 종합 전시장처럼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구석구석에는 입이 딱 벌어질 만큼 기발 하고 창의적인 보물들을 찾아내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분명 낡았는데, 오래되었는데, 오히려 더 세련되고 모던한 느낌이 드는 건 뭘까?


▲ 층별 안내 사인.

바로, 과거와 현대의 조화였다. 무거운 스틸간판이 전체의 이미지를 잡아주고 내부에 있는 브랜드들은 가볍고 경쾌한 사인들로 그 무거움에 즐거움을 더해서 쇼핑하는 고객들에게 보기 편하고 재미있는 사인과 간판들을 선물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시장은 모두 똑같은 간판을 하고 있어 매우 아쉬웠는데 이곳에는 똑같은 간판을 한 점포가 하나도 없다. 시장 현대화는 옛 건물 위에 지붕을 씌우고, 새 건물을 지어 올리는 것만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미국의 최대 도시 뉴욕에선 원래 있던 것들의 멋을 살리는 Renovation로 시장을 살려냈다.

첼시마켓의 성공적인 사례는 옛 것을 부수고 번쩍이는 새 건물을 짓는 게 능사가 아님을 보여 준다. 오래된 시장을 되살리는 것이 매력적인 이유는 시장이 그 도시의 역사이자 ‘서민들의 삶’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단순한 상점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생명체이며, 공동체의 철학을 담아낸 질그릇이다.” 이런 철학을 담은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장의 철학을 함께 표현 해 낼 수 있는 사인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유행을 선도하는 뉴욕에서는 옛것을 없애기보다는 지나간 세월을 멋으로 여겨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옛것의 철학을 담고 현대적인 감각을 잃지 않는 독특한 간판과 사인들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큰 활약을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  이 기사와 관련한 더 많은 사진은 월간 사인문화 3월호에 기재돼 있습니다>

<SignMunhwa>

위 기사와 이미지의 무단전제를 금지합니다. 

관련 태그 : 이랑주 사인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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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트렌드+디자인
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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