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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3주년 기념특집:특별 좌담회_경제위기! 사인업
2009-01-01 |   지면 발행 ( 2009년 1월호 - 전체 보기 )

월간 《사인문화》 창간 13주년 기념 특별 좌담회

경제위기! 사인업계의 돌파구는 무엇인가?

사인시장이 올해 들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올해 초 등장한 서울시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전국적으로 광고물 행정과 규제가 예년과 달리 매우 강해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최근에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불경기 상황이 극심해졌다. 일부 사인업체들은 수요부족을 견디지 못해 도산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창간 이래 지난 13년 동안 국내 사인시장의 여론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해 온 본지는 이러한 상황에서 창간 13주년을 맞아 과연 현재 사인업계의 위기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짚어보고 이러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기회요소를 알아보기 위해 업계 종사자들을 패널로 초청하고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위기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정부의 강력한 규제행정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정부의 정책이 또 다른 기회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리_ 김유승ㆍ사진_ 김수영


[정부 정책, 위기의 원인이자 동시에 기회요소]


주  제
01_ 사인업계의 위기상황, 과연 어느 정도인가?
02_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기회요소는 무엇인가?

사  회
김유승 월간 《사인문화》 편집장

패  널
김현곤  한국광고물자재도매업 협동조합 이사장
신병규  사인 어 라마 부장
이병익  한국실사출력협회 홍보위원장
이송근  간판을 연구하는 사람들 이사
최창화  IBK기업은행 디자인팀 팀장

01 사인업계의 위기상황 과연 어느 정도인가?



정부의 시책에 따라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수요 역시 급감하고 있기 때문에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한 업체들은 막막한 상황에 다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문을 닫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전체적으로 경제가 매우 위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자금회전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저희 경우만 하더라도 예년과 비교하면 거래처 중에서 약 30~40% 정도는 결제시점이 자꾸만 뒤로 늦춰지고 있습니다.”
신병규_사인 어 라마 부장


김유승 : 올해 초반에는 주로 정부의 강력한 행정규제 문제가 저희 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였다고 봅니다. 서울시가 옥외광고물 가이드라인을 발표해서 1업소 1간판 원칙, 그리고 채널사인을 강제화하고 그것도 45cm 이하라는 규정을 적용하면서 업계에는 엄청난 파장이 일었습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다수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맞이하면서 실물경기가 크게 위축됨으로써 그 여파가 우리 업계에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업들은 긴축재정에 돌입하고, 비용절감을 외치면서 가장 먼저 손대는 부분이 바로 광고비이기 때문입니다.
며칠 사이에 우리 업계에서 활동하던 중견 기업 중 어디가 도산했다는 이야기까지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우리업계의 위기상황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이러한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찾을 수 있는 돌파구는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분의 고견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병규 :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저희는 위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옥외 간판만 취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에서 광고비를 절감하는 분야도 사인 쪽보다는 주로 4대매체 광고입니다. 따라서 크게 위축된 상황은 아닙니다. 작년과 비교하면 그나마 올해가 조금은 사정이 나아졌습니다.
문제는 전체적으로 경제가 매우 위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자금회전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저희 경우만 하더라도 예년과 비교하면 거래처 중에서 약 30~40% 정도는 결제시점이 자꾸만 뒤로 늦춰지고 있습니다. 일을 하면 당연히 결제를 받아야 하는데, 그 시기가 늦어지고 있고 경우에 따라 거래처가 도산하는 경우도 있어서 손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한 번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거래 관계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에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이송근 : 35명까지 직원을 늘렸다가 지금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20여 명으로 줄였습니다. 지난 97년에 이 일을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처음으로 위기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서서히 상황이 악화하더니 올해에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습니다. 직원을 거의 절반 가까이 줄였는데도 수익성은 개선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매출 수준도 작년과 비교하면 약 30%는 줄었습니다.

김유승 : 직원을 그렇게 많이 줄였는데도 수익성은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고 하시니 위기의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인 제작업체들보다 오히려 시장의 상황에 대해 더욱 실감하는 업종은 자재 유통업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재 업계에서는 최근 시장의 위기상황에 대해 체감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입니까?

김현곤 : 근래 약 2~3년이 창업 이래 가장 힘듭니다. 지난 십수 년 이상 자재 유통업체들은 판류형 간판 제작에 필요한 품목인 플렉스, 시트, 형광등 등을 주로 판매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시책에 따라 이들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수요 역시 급감하고 있기 때문에 자재 판매업체들 중에서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한 업체들은 막막한 상황에 다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문을 닫는 경우도 있습니다.
플렉스 간판에서 채널사인 쪽으로 시장의 흐름이 재편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거나 사업방향을 전환해야 합니다. 자재 유통업체들 중에서 상당수는 이미 자재 유통만으로는 사업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실사출력이나 아크릴 가공 등을 추가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정도로도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심각합니다.
플렉스나 시트 판매량은 예년에 비해 절반 이하입니다. 정부의 시책을 요약하자면 친환경, 에너지 절감형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사인시장에서 그러한 제품은 거의 없습니다. 채널사인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제품이 바로 LED라는 것은 이미 다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LED는 플렉스나 시트처럼 일반적인 자재 유통업체가 취급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판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후관리까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다수 소비자들은 제조업체에 직접 주문을 하고 직거래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자재 유통업체들도 정말 죽을 맛입니다.

최창화 : 정부의 규제로 인해 사인시장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이 크게 위축된 것이 사실입니다. 은행에서 근무하다보니 최근 들어 정부의 규제강도가 과거보다 훨씬 더 세졌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이다 뭐다 해서 각종 규제강화장치들이 늘어나고 있고 압력도 들어옵니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방침이 현실과 지나치게 괴리돼 있다는 것입니다.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이 좀 더 현실감각을 갖춰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나 일방적이고 획일적입니다.
은행에 있다보니 저희 은행과 거래하던 중소기업들 중에서 부도가 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특히, 공단 지역에 있는 저희 은행 지점들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많이 들려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저희 은행도 위기경영 체제로 돌입하고 있습니다. 광고비를 줄이지는 않을 계획이지만 지점 확장이나 기존 지점 시설보수 비용 등은 약 1/3 정도로 줄일 계획입니다.
연말연시가 되면 건물 외벽에 ‘근하신년’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게 위해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올해에는 이런 비용도 크게 줄일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 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올해에는 분위기상 그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도 안 좋은데, 저런데 쓸 돈이 어디 있느냐고 지적하는 경우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병익 : 출력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실사출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 상위구조인 사인산업 전체의 위기상황 때문입니다. 저희 업체는 이미 수많은 장비들을 도입해서 출력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출력만 해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정부의 규제가 지나치게 일방적입니다.
유럽과 같은 선진국 사례를 들면서 우리나라도 그들처럼 간판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이건 정말 잘못된 발상입니다. 건물의 형태나 외벽 재질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건물이 유럽과 같다면 지금과 같은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성냥갑처럼 직육면체로 만들어진 건물이기 때문에 사각형 플렉스 간판이 주종이 된 것입니다. 건물은 그대로인데, 간판만 서구식으로 바꾸려고 하니까 자꾸만 이견이 생기게 됩니다. 공무원, 사인업체, 점포주나 기업들이 상호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은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일방적입니다.
출력업체들은 지난 몇 년간 수성에서 솔벤트 쪽으로 사업을 많이 전환했습니다. 3층까지 허용하던 판류형을 1층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2~3층은 대부분 입체형으로 강제화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유동 광고물인 현수막은 거의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출력업체들은 그만큼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솔벤트 장비는 거의 쓸 데가 없는 지경입니다. 기금조성용 야립광고는 아예 없어진 상태 아닙니까.

신병규 : 비용절감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비용까지 줄이는 것은 힘들지만 회사의 야유회나 거래처 선물 등은 올해 들어서 크게 줄인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 회사는 연봉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연말이 되면 보통 내년 연봉협상을 다시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 연말에는 내년에 월급 좀 올려달라는 이야기를 입밖에 꺼내는 것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송근 : 어려울 때일수록 공격적으로 나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저희 업계는 특성상 대로변이 아니라 업소 위치가 골목 안 쪽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이럴 때일수록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자꾸만 뒤로 들어가니까 신입사원 채용하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새로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전문 웹사이트에 공지를 해도 지원자의 수나 질이 예년만 못합니다. 뒷골목에 있는 간판 업체에는 취업하기 싫다는 뜻이지요.
다른 업체들은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기획, 디자인, 제작에만 집중하고 시공업무는 주로 외주로 돌리고 있습니다. 요즘 일당기사 하루 임금이 보통 15만원씩 합니다. 한 달에 20일 정도를 기준으로 하면 300만원입니다. 예전에는 시공을 전담할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기도 했는데, 비용은 비슷할 수도 있지만 생산성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당기사들은 열심히 일해주지 않으면 다음에 다시 불러주지 않기 때문에 정말 죽기살기로 합니다. 하지만 직원으로 고용하면 생산성이 이들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성의가 있고 소문난 업체들은 일거리가 넘쳐나서 일을 맡기고 싶어도 시간이 좀처럼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업체들은 수요부족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일이 없습니다. 이런 불황은 정말 처음입니다.


“플렉스나 시트 판매량은 예년에 비해 절반 이하입니다. 채널사인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제품이 바로 LED라는 것은 이미 다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LED는 제품 특성상 플렉스나 시트처럼 일반 자재 유통업체가 취급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김현곤 _한국광고물자재도매업 협동조합 이사장

김유승 : 작년부터 올해까지 가장 많이 들리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입니다. 작은 업체들은 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규모 있는 업체들은 일거리가 넘쳐난다는 이야긴데, 실제로 상황이 어떤가요?

신병규 : 맞습니다.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하신 일당기사 쪽에서 특히 그런 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성의가 있고 소문난 일당기사 분들은 일거리가 넘쳐나서 일을 맡기고 싶어도 시간을 좀처럼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당장 전화해도 오늘 금방 일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워낙 급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분에게 일을 맡기는 경우도 있는데 결과물은 늘 문제가 생깁니다.

김현곤 : 플렉스, 시트, 형광등과 같이 플렉스 간판용 자재들은 이미 몇 년 전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10% 정도밖에 안됩니다. 플렉스만 놓고 보면 일반용과 출력용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출력용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반 플렉스는 수요가 거의 없습니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자재가 없습니다. 자재 유통업체들 대부분이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자재 유통업체보다 더 사정이 안 좋은 분야가 바로 프레임 제작업체들입니다. 플렉스 간판용 프레임을 제작하는 일이 지금은 거의 없습니다. 2~3년 전부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다가 지금은 그야말로 완전히 무너졌다고 보면 됩니다. 이들은 채널사인 등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전환하거나 아예 사인시장을 떠났습니다.

최창화 : 현수막에 대한 규제가 특히 강합니다. 저희 은행 본점에는 1년에 몇 차례씩 초대형 벽면 현수막을 설치하곤 했는데, 올해에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초에 이미 예산까지 확보해 놓았는데, 아직도 집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유승 : 과거에도 행정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올해 들어서 특히 그 강도가 매우 강력해졌습니다. 예년에는 불법임을 알면서도 광고를 집행하고 혹시 과태료가 나오면 감수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비용대비 효과가 크기 때문이었습니다. 요즘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병익 : 예년과는 아예 차원이 다릅니다. 과태료 뿐만 아니라 법규에 나와 있는대로 강제처리하는 비용까지 전액 해당기업에게 부과하고 있습니다. 빠져나갈 구멍이 아예 없습니다. 현재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은 행정안전부 소관입니다. 행정안전부 소관이기 때문에, 그리고 오랫동안 젖어온 습성 때문에 간판, 옥외광고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인식은 ‘규제와 단속’ 대상입니다. 규제와 단속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옥외광고를 육성하고 산업화할 수 있다는 인식은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중국 상하이 와이탄강변에 가보면 전 세계 유명기업들이 설치한 수많은 초대형 광고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몰려옵니다. 와이탄강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옥외광고는 규제와 단속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관광객을 불러모을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정부 관계자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경기침체로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이 어두운 상태인데, 거리의 풍경까지 어둡게 만들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주택가 등에서는 철저하게 제한해야겠지만 상업지역에서는 옥외광고를 활성화해야만 거리에서 활기를 느끼게 되고 분위기도 밝아집니다.

최창화 : 행정규제에 대한 불만은 많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하지만 업계 종사자들은 그 내용을 간과하거나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가끔씩 협력업체에 일을 맡기다보면 기술적인 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반면에 행정규제에 대한 인식이 약할 때가 있습니다. 당연히 사인 업체에서는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또 어디부터는 불법인지 잘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광고물을 설치한 이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병규 : 지금과 같이 행정규제가 강력해진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업계 종사자들이 그동안 스스로 만들어온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정말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아무데나, 아무렇게나 현수막이 난립하기도 했는데, 그건 정말 아닙니다.
실제로 행정을 집행하는 지자체 공무원들도 문제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채널사인에 LED를 넣는 경우가 이제는 대중화한 상황인데도 여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혼선이 발생합니다. 어떤 지자체는 LED를 형광등과 같은 개념으로 처리하고, 또 다른 어떤 지자체에 가보면 네온으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특히 RGB 풀컬러를 사용할 경우에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단속 위주로만 규정을 만들 것이 아니라 업계의 기술적인 발전에 대해서도 규정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송근 : 맞습니다. LED 채널사인은 그야말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어떤 규정으로도 LED 채널사인을 규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공무원에 따라 재량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 유도리가 없습니다. LED 사인을 허가받을 때, 전광류나 네온 관련규정을 들이대는데 정말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유승 : 네, 13주년 기념 특별 좌담회 1부 주제로 사인업계의 위기상황, 과연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 좋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대다수 참가자분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지금과 같은 위기는 정말 처음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큰 시련을 겪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예년에 비해 강도가 매우 높아진 행정규제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02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기회요소는 무엇인가?


사업의 영역을 공공디자인 분야로 넓혀서 최근에는 승강장, 사인시스템, 환경디자인 등으로 넓혔습니다. 각 지자체들이 추진하고 조달청을 통해 입찰하는 공공디자인 사업이나 광고물 개선사업이 매월 수십 건 이상입니다. 금액도 만만치 않습니다. 입찰금액이 수십억 원 이상인 경우도 많습니다.

“3층까지 허용하던 판류형을 1층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2~3층은 대부분 입체형으로 강제화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유동 광고물인 현수막은 거의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출력업체들은 그만큼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이병익_한국실사출력협회 홍보위원장

김유승 : 사인업계가 큰 위기상황에 봉착했지만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내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와 같은 위기 속에서 어떤 기회요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토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부 순서에서 말씀하신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면 어려운 경제상황과 강력한 행정규제 속에서도 채널사인과 LED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행정규제와 동시에 정부가 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디자인 사업 역시 사인업계에는 새로운 기회요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공디자인 사업의 내용을 보면 대부분 간판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밖에도 기금조성 광고사업이 다시 재개될 경우 우리 업계에 돌아올 수 있는 일감이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보다는 늘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현재상황에서 새로운 기회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신병규 : 말씀하신 부분은 물리적인 상황에 국한된 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 사인업계가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나마 기회요소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 옛날처럼 주먹구구식으로 대충 어디 아는 업체에 가서 간판 하나 해달라는 점포주나 기업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뒷골목에 있는 3평 정도 소규모 사인 제작업체에 가보면 문은 잠겨있고 연락처만 적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업체들은 사장님 혼자서 일을 하시거나 직원이 1~2명 정도가 대부분입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대기업부터 작은 구멍가게까지 막론하고 고객 서비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말씀드린 이런 소규모 업체들은 서서히 도태될 것입니다. 예전처럼 인맥으로 연결된 유통구조는 서서히 붕괴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이러한 거래관계가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예년만 못합니다. 고객에 대한 컨설팅, 고객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우리나라 사인업계에 만연해 있는 이러한 유통구조를 과감하게 혁신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래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드린대로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환경변화가 저는 기회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으로만 승부하려는 경향이 매우 팽배한데 이 역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저희 경우만 하더라도 해당지역에 있는 거래처나 잠재고객들을 평소에 꾸준하게 관리하다보면 타 업체에 맡기던 일을 저희 쪽으로 돌리는 경우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물론 주변에 있는 타 업체들도 이들에게 저희와 동시에 영업을 합니다. 저희보다 더 저렴하게 해주겠다고 하지만 결국 고객들은 저희에게 오십니다.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저 싸게만 해서 일을 수주하고 만들어 붙이기만 하면 끝이라는 관행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김유승 : 제가 말씀드렸던 내용과 조금은 다르지만 매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주셨습니다. 사회적인 인식이 달라져서 과거처럼 인맥이나 가격에 현혹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은 점점 고객서비스가 더 좋은 업체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는 반가운 이야기였습니다.

신병규 : 그뿐만이 아닙니다. 요즘에 소비자들은 사인을 업체에게 맡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콘트롤하고 운영하기를 희망합니다. 각종 프로모션이나 행사정보 등을 자신이 직접 사인에 표출하고 싶어 하는 것이죠. 이러한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DID 방식으로 네트워킹이 가능한 LCD 사인을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병익 : 실사출력 쪽에서는 사실상 새로운 기회요소를 찾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출력만 해서는 먹고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작년 초부터 정부와 각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디자인 사업이 새로운 기회요소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준비해 왔습니다. 물론 주변에 보면 출력업체들이 수요부족 현상이 심해지자 가격경쟁 일변도로 나가거나 채널사인 등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고 좀 더 큰 판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사를 해보니 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공공디자인 사업들은 모두 조달청 입찰에 참여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여기에 참여하기 위해 산업디자인 전문업체로 등록을 하고 철구조물 면허까지 갖추게 됐습니다. 조달청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원천적으로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온라인 전자입찰이 대부분인데, 어느 항목 하나라도 부실하게 기입하면 순위에서 밀린다는 사실도 경험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실적도 있어야 하고 신용도도 높아야 합니다. 과거처럼 수의계약을 하지 않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업체에게 큰 프로젝트를 맡겨야 하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 공무원들이 정말 여러 가지를 따지고 검증하려고 합니다. 그나마 저희 업체는 오래 전에 종로 업그레이드 사업이나 청계천 개선사업 등에 참여했던 자료가 고스란히 남아 있고, 거래증빙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됩니다.
간판이나 출력 뿐만 아니라 사업의 영역을 공공디자인 분야로 넓혀서 최근에는 승강장, 사인시스템, 환경디자인 등으로 넓혔습니다. 각 지자체들이 추진하고 조달청을 통해 입찰하는 공공디자인 사업이나 광고물 개선사업이 매월 수십 건 이상입니다. 금액도 만만치 않습니다. 입찰금액이 수십억 원 이상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송근 : 요즘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것도 처음입니다. 방향을 잡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저 역시 정부의 의지와 방향을 읽고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그 속에서 기회요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부나 지자체의 프로젝트를 보면 대부분 정답이 없습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통일성 속에서 다양성을 갖추라는 말입니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지만 그래도 이러한 의도를 반영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에 도달한 것이 바로 익스테리어와 파사드입니다. 간판은 어차피 건물 외벽에 설치합니다. 건물 외벽 전체를 사인업계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테리어 업체의 하청업체식으로 일할 것이 아니라 사인업체가 인테리어나 익스테리어 영역까지 커버할 수 있다면 더 큰 기회요소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현행 광고물 관련규정을 보면 2~3층은 입체형 이외에는 거의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1층에는 간판 뿐만 아니라 벽면, 즉 파사드라는 넓은 공간이 존재하고 여기에 광고가 아닌 또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습니다. 1층에 주목한 것이죠.

김현곤 : 자재 유통업체들은 과거에 네온공장이나 프레임 제작업을 겸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사인 업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호황이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갈수록 수요가 줄어들면서 실사 장비를 도입해서 출력 서비스를 제공하고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라우터나 레이저 장비를 들여놓고 문자사인 가공을 하는 쪽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문자사인 가공 분야, 즉 옥외 간판에서 실내사인 분야를 기회요소로 본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 역시 정부의 규제강화가 가장 큰 몫을 했습니다. 옥외에 설치하는 간판, 특히 조명용 간판에 대한 규제가 워낙 강해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법적인 규제가 거의 없는 실내 쪽으로 사업기회를 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플렉스 간판용 프레임 공장들은 대부분 일거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전문 기술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전문적인 기술이 없어도 쉽게 프레임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저희 회사는 지난 몇 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용접이 전혀 필요 없는 간편한 알루미늄 프레임을 개발했습니다. 프레임 공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직접 사인을 제작할 필요가 있는 업체들에게는 이러한 제품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사인 시장에는 점차 단순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간단한 조립만으로 쉽게 완성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제품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기술이나 전문적인 노하우가 없어도 짧은 시간 내에 고객의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들이 더욱 늘 것입니다.

김유승 : 결국 정부나 지자체가 요구하는 내용에 부응하는 기술이나 제품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군요. 정부와 지자체들은 광고물 정비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명백한 정답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적합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이를 제안한다면 이 역시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최창화 : 어떤 분야든지 틈새시장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사인시장에서는 요즘과 같은 위기 속에서 제가 볼 때는 펜스광고와 동영상 광고 쪽이 기회요소이자 틈새시장이라고 봅니다. 최근 미국의 한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보면 얇은 필름 한 장을 유리창에 붙이기만 하면 이를 동영상 광고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내 한 금융기관은 이미 이 제품을 도입해 자사 지점의 유리창에 부착하고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부의 규제가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합법적인 선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광고효과를 표출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다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을 것입니다.
저희 은행도 주간에는 동영상 광고로 활용하고 야간에는 슬라이드 형식으로 막아서 밖에서 보면 유리창만 보이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결국, 정부의 규제 안에서 적법한 형태와 재료를 이용하고 동시에 기업의 프로모션 내용들을 담아낼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유승 : 네, 좋은 제안 감사합니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업계에서는 차세대 광원으로 LED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진 상태입니다. 물론 기존 광원인 형광등, 네온 등을 완전히 대체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파급력이 상당합니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우리 시장에서 과거에는 사용하지 않던 플렉스라는 자재를 도입함으로써 엄청난 성장을 이룩한 것처럼 과연 LED가 그런 기능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위기 속에서 LED는 과연 우리 시장에서 기회요소가 될 수 있을까요?

신병규 : LED 업체들의 기술력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LED 업체들의 인력구조를 보면 조명이나 전자시장에 비해 저희 사인산업을 담당하는 기술인력, 영업인력은 비교적 적습니다. 게다가 서울시 가이드라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규격이 45cm밖에 되지 않는 작은 채널사인만 허용하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물량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과거에 플렉스가 사인업계를 성장시킨 원동력이 된처럼 LED가 기능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어떻게 보면 플렉스 간판에 들어가는 형광등 물량만도 못하게 되겠지요.
물론 잠재력은 있습니다. 정부가 각 LED 업체들과 함께 지금도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작업이 끝나고 나면 지금과는 또 다른 상황이 도래할 것입니다. 하지만 표준화 작업 역시 저희 사인시장에 적합한 내용이 아니라 일반 조명시장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사인시장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날 것으로 봅니다.

김유승 : 형광등은 이미 동네 슈퍼마켓에 가서 아무나 구입해서 각자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세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만큼 표준화 작업이 오래 전에 끝났고 제품들도 간단해졌기 때문입니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LED 제품들도 현재 형광등처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신병규 : 일반 조명시장에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사인시장은 특성상 프로그래밍이 들어가야 하고 각 케이스마다 변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형광등처럼 사용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병익 : LED는 사인업계과 별개로 거대한 산업군이 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사인업계에서 LED가 주목받았던 종로 업그레이드 사업과 청계천 개선사업을 돌아보면 LED는 지금까지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현재 LED는 정부 부처 중에서 지식경제부 구 산업자원부 에서 관할하고 있는데, 행정안전부 구 행정자치부 가 추진하는 광고물 정비사업이나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에서 광원을 LED로 채택했을 경우에는 지식경제부가 일부 비용을 지원해줍니다. 그만큼 정부가 LED를 권장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는 겁니다.
국가적으로 에너지 절약이라는 거대한 화두가 흐름이 된 것입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들은 거의 예외 없이 LED 사용을 강제화하고 있습니다. 형광등, 네온, 할로겐램프 등을 사용해서 광고물을 제작하려고 하면 아예 허가를 내주지 않습니다.

이송근 : LED를 사인에 사용하기 시작한 초창기만 해도 지금과 같은 SMD 타입이 아니었습니다. 조명시장에 맞춘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인에 맞는 제품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인시장에 마치 LED 시장을 획기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적용분야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상당수 LED 업체들은 사인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도태되거나 없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LED를 사인에 적용하기 위해 수많은 업체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마케팅 활동을 열심히 해 왔지만 막상 수익성을 담보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과열경쟁이 너무나 지나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기존 자재들과 달리 유통구조도 정상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이용해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했다고 해도 수익성을 창출하지 못하는 문제로 인해 LED 업체는 물론 채널사인 업체, 일반 사인 제작업체들도 LED를 이용한 수익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사인시장의 기회요소로 LED를 생각하기엔 지금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습니다.

신병규 : 그런 결과가 이번 코사인 전시회에서 고스란히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재작년과  작년 코사인 전시회에 그렇게 많았던 LED 업체들은 다 어디로 가고 올해에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사인시장에 LED 업체들이 엄청나게 투자를 했지만 결국 돈이 되지 않았던 것이죠.

김현곤 : LED는 단순히 사인 광원의 변화일 뿐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LED를 사인시장의 기회요소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형광등을 사용하던 플렉스 간판에 LED를 사용하는 사례가 있습니까? 초기비용은 기존 광원에 비해 월등히 높지만 수명은 엄청나게 깁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LED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분명하지만 세세하게 따지고 보면 기존 광원을 LED가 대체하는 비율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최창화 : 대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은 새로운 자재나 신제품이 나오면 일반 업체에 비해 비교적 발빠르게 이를 채택하려고 합니다. 지금 저희같은 경우엔 조명방식을 블록아웃으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프레임의 바탕에는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문자 부문만 야간에 환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 이런 방식을 업체들이 제안했을 때 상당수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이를 도입한 것처럼 LED도 사인업체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리라고 봅니다.


사인의 DIY 트렌드라는 이야기도 성립이 될 겁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노약자들도 간단하게 조립하고 시공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합니다. 제작이나 시공 공정이 복잡한 제품들은 점차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35명까지 직원을 늘렸다가 지금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20여 명으로 줄였습니다. 지난 97년에 이 일을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처음으로 위기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송근_간판을 연구하는 사람들 이사

“요즘과 같은 위기 속에서 제가 볼 때는 펜스광고와 동영상 광고 쪽이 기회요소이자 틈새시장이라고 봅니다. 정부의 규제가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합법적인 선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광고효과를 표출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다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을 것입니다.”
최창화_IBK기업은행 디자인팀 팀장


이송근 : 제가 보기에 LED가 우리 사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채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화 경향입니다. 예전처럼 알루미늄 바 잘라서 프레임 짜고 그 속에 형광등 조립하고 또 플렉스 텐션하고 시트 붙이고 하는 복잡하고 나름대로 기술력을 요하는 공정을 탈피하고자 하는 요구가 갈수록 많아진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사인의 DIY 트렌드라는 이야기도 성립이 될 겁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노약자들도 간단하게 조립하고 시공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합니다. 제작이나 시공 공정이 복잡한 제품들은 점차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이병익 : 비슷한 맥락에서 광고물 정비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서울시 송파구에서 진행한 광고물 정비사업이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채널사인을 설치하기 위해 기존 플렉스 간판을 철거하고 나면 건물 외벽이 지저분해 보입니다.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결국 플렉스 간판을 외벽에 설치할 때 사용하는 까치발 개념을 도입해 고정 틀을 외벽에 설치하고 그 위에 채널사인을 시공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점포주가 바뀌더라도 손쉽게 간판을 교체할 수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사각형 트러스를 벽면에 대고 그 앞에 채널사인을 부착하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이 방식은 결과적으로 사인은 보기 좋은데 그 뒤에 있는 트러스가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번에 송파구에서 채택한 방식은 트러스가 아니라 간단하게 모듈과한 틀이기 때문에 설치도 간단하고 교체도 매우 용이합니다.

신병규 : 맞는 말씀입니다. 이미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말씀하신대로 박스형 사인을 설치하고 화면을 간단하게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사인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정부의 광고물 정책 방향이 조금은 잘못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플렉스 간판은 무조건 나쁜 것이고 채널사인은 무조건 아름다운 것이냐?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채널사인 일변도로 정비한 지역의 점포주들로부터 플렉스에서 채널로 바꾸고 났더니 매출이 늘었다는 통계가 있습니까? 보기에 좋은 것과 먹고사는 문제는 분명히 다른 차원입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아무리 보기 좋은 것이라도 그건 낭비일 뿐입니다.

이병익 : 서울시 가이드라인 발표 때도 느낀 것이지만 경제나 정책은 결국 힘의 논리에 좌우됩니다. 저희 업계는 조직적인 힘이 너무나 부족합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사인산업을 위축시키는 정책을 만들려고 할 때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적인 힘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국옥외광고협회는 지난 몇 년 간 자리다툼으로 일관하고 파행이 이어지면서 업계를 대변하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김현곤 : 저희 한국광고물자재도매업협동조합은 중소기업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조직입니다. 사인업계에는 저희 뿐만 아니라 여러 단체와 조직들이 존재합니다.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정부 정책에 대해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 이러한 여러 단체들과 교류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찾을 생각입니다.

이송근 : 수도권을 중심으로 각 지자체에서 내년에는 엄청난 규모로 발주가 나올 것입니다. 공공디자인, 광고물 정비사업이 작년과 올해에도 있었지만 내년 이후로 몇 년간 봇물 터지듯 사업이 진행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시범사업이 대부분이었지만 내년부터는 사업규모가 훨씬 커지면서 수도권 뿐만 아니라 각 지방으로도 널리 확산될 것입니다. 이미 예산을 확보해 놓고 사업시행 시기를 언제로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지자체가 상당합니다.

김유승 : 네, 결론적으로 정부의 규제로 인해 지금과 같은 위기에 봉착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의 정책이 위기를 초래했지만 동시에 사인업계의 새로운 기회요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해주셨습니다. 장시간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것으로 월간 《사인문화》 창간 13주년 기념 특별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SM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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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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