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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간판으로 단장 화려한 변신
2006-12-01 |   지면 발행 ( 2006년 12월호 - 전체 보기 )

-마산 부림시장 ‘행복시장’ 프로젝트-
예술 간판으로 단장 , 화려한 변신


먼지와 쓰레기만 가득 쌓인 채 꼭꼭 문을 닫았던 재래시장 골목이 새롭게 바뀌었다. 젊은 공공미술 작가들과 학생들이 위기의 재래시장에 생기를 불어 넣은 것이다. 음산했던 점포들은 동화 속 주인공들이 반길 만큼 그 모습을 예쁘게 단장했고 점포주들의 주름살에는 미소가 가득 피어났다. 각종 재활용품들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멋진 간판과 외장으로 거듭나 마치 예술작품 전시회를 연상시키는 마산 부림시장을 둘러보자.
글: 서정운  사진: 프로젝트 쏠 제공




재활용품을 활용한 뜻 깊은 작업
경상남도 마산에 위치한 부림 시장은 근대한국 발전의 시작인 1960년대부터 번창해 마산의 역사와 함께 경남의 중심시장으로 번성기를 이뤄왔지만 1990년대부터 많은 인구이동과 불어나는 대형할인마트로 인해 점차 그 역할을 상실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9월에 기능성 상실과 함께 역사와 추억의 공간으로써도 점차 바래져가는 부림시장에 변화가 일어났다.
피폐해져가는 재래시장을 공공미술을 이용해 다시 활성화시켜 시민들에게 찾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 줌과 동시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미술문화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단체인 ‘프로젝트 쏠’ 5명을 주축으로 경남대 미술교육학과 학생들로 구성한 거리예술제팀 ‘스트리트 파인 아트’ 38명 외 총 51명이 참여한 이른바 ‘마산 행복시장’이라는 주제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2006년 8월초 기획돼 9월 1일부터 동월 25일까지 재래시장 상인들과 함께 현장작업으로 진행했다. 9월 26일 오픈 날에는 시위 퍼포먼스, 어린이 노래공연, 현대무용, 미술품 판매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이어졌다.
이번 행복시장의 기획을 담당한 프로젝트 쏠의 유창환 대표는 “최근에 많은 공공미술 프로젝트 단체들이 각 도, 시별로 문예진흥기금을 이용해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 한 걸로 알고 있다. 그 프로젝트 중 일부는 시민들의 기대에 부흥 하지 못해 현대미술의 난해함을 유발했다. 이번 행복시장 프로젝트는 기금이나 현대미술의 작품성 보다는 재래시장 상인과 일반인들 그리고 작가가 미술에 의한 소통을 이루기 위해 재래시장 현장에서 함께 생각하고, 서로 협력해 실생활 속 미술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더욱이 프로젝트의 비영리성을 위해 재래시장에서 버려진 것들을 미술재료로 이용해 의도부합과 함께 작가와 시민들 사이의 소통과 이해를 좁힐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한편, 작업진행에 있어 재료비 등 재활용만으로는 벅찬 부분은 자체적으로 부담했다고 하는데 더욱 뜻 깊은 행복시장이 되리라는 짐작이 가능했다.

기존 부림시장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 것에 주력
부림시장의 방대한 크기로 인해 리모델링은 전체가 아닌 부분적으로 이뤄졌다. 프로젝트 진행현장은 부림시장 지하 회 센터로 70, 80년대만 해도 40여개 상회가 들어서서 마산 시민은 물론 주변지역의 시민들까지 꼭 보러오는 마산의 명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끊임없는 마산일대 해안 매립에 이어 지하 회 센터마저 마산 어시장과 분리돼 90년 초부터 지속적으로 규모가 감소해 지금은 4개 상회만이 운영하고 있었다. 더욱이 폐점을 한 점포는 주변 쓰레기와 함께 창고로 사용돼 시장의 심각한 현황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에 부림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판단한 지하 회 센터를 리모델링 대상으로 삼게 된 것이다.
전체적인 컨셉트는 인테리어 개념처럼 다 부수고 다시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부림시장의 전통과 현장느낌을 살리면서 새로운 모습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공공미술적인 표현을 이용했다. 작업 초기에는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는데 특히, 작업보다 청소할 곳이 너무 많아 청소에만 약 2주를 소요해 처음에 품었던 의욕이 조금 수그러들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함께 구슬땀을 흘린 경남대 재학생들의 경우 수업 후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작업진행이 예상보다 더뎠다고 한다.
프로젝트 쏠의 한 작가는 “시장 상인들은 첫날부터 우리 모습을 곱게 보지 않았으며, 해봐야 소용없다는 말도 자주 들었다. 그러나 2주 후부터 상인들은 직접 나서서 청소도 해주었으며, 이후 간식과 모든 식사를 서로 돌아가며 제공해주어 프로젝트에 임하는 작업자들도 의욕을 더욱 불태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물감과 재활용품 등을 이용해 고진감래 끝에 작업을 마친 지하 회 센터는 개성 넘치는 그림과 간판이 가득한 새로운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는데,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브제를 이용해 채색과 주변 환경을 재래시장에 절묘하게 부합해서 과거의 명성을 찾은 듯 했다.

형광등 휘도를 높인 폐 CD 3만장
간판은 새롭게 만들기보다 대부분 보수를 위주로 작업했다. 간판작업을 주로 한 곳은 문을 닫은 상점들인데 이 상점들의 간판은 지나치게 낡아서 지금은 간판 재료로 쓸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시장에서 사용하는 재료들을 이용해 간판의 상호와 함께 현대미술의 재료적인 특징을 간판위에 살렸으며, 이전 간판들과도 조화를 이뤘는데, 한 관계자는 “각 점포들이 일률적으로 사용했던 아크릴 간판에서 탈피하는 것을 가장 고려했다. 그만한 글자크기와 그만한 색들 그리고 크게 해야 눈에 보인다는 방식에 젖어있는 간판들에서 벗어나 미술적으로 다채롭게 표현하려 했으며, 글씨자체가 간판이 되는 식당의 특징을 그림과 조화시켜 독특한 모습을 표현했다”라며 간판 제작의 방향과 의도를 밝혔다.
한편, 가능하겠냐는 의문점을 가진 상인들도 프로젝트가 진행하면서 믿음을 가지게 됐다고 하는데 부림시장의 한 점포주는 “초기에는 달갑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매일 매일 바뀌는 모습에 신뢰가 쌓여갔고 모든 작업을 마친 후 굉장히 흡족했다. 현재는 다시 회 센터를 살리자는 각 점포주들의 움직임까지 일어나고 있다”라며 바뀐 시장의 모습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명은 간판과 점포 그리고 주변까지 전체적으로 시선을 확보할 수 있게 의도, 제작했는데 대부분 재활용품을 활용해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통로 쪽 조명은 기존 형광등을 유지한 채, 천정 전체 전선부위에 기차 바퀴를 응용한 폐(廢)CD 3만장 정도를 추가했다. 결과적으로 형광등의 휘도는 CD에 비춰진 반사각으로 인해 약 3배 정도 높아졌다. 각 점포에 설치한 위치 조명은 붉은색을 띤 작업등으로, 차후에도 시장 번영회 임원들이 다른 용도로 재활용해 쓸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행복시장으로 탈을 바꾼 부림시장에 대해 유 대표는 위기의 재래시장 상인들이 새롭게 삶의 의욕과 희망을 갖고 가게 문을 열도록 힘을 갖게 한 것만으로도 인건비를 받은 것이라며 앞으로 공공미술을 통해 새롭게 삶의 터전을 아름답게 바꾸고 현장에서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전한다.

interview
주변 생활문화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간판
유창환 프로젝트 대표 ychgreen@hanmail.net
2006년 4월 출범한 프로젝트 쏠은 서양화·조각·설치미술을 하는 작가 5명이 각자 창작 작업을 진행함과 동시에 서로 유연성을 띠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미술적 기능을 찾아 호환 작업할 수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단체다.
프로젝트 쏠의 유창환 대표는 “어렵고 복잡한 현대미술의 영역을 일반인들과 함께 공유하고 현대미술이 특정 부류들만의 소유물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일반관객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와 생활 속 미술에 대한 일반 관객들과 작가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유도하고 있다”라고 출범동기를 밝히면서 “전시·공공미술·토론회 등 공익에 기초한 미술행위, 잘못된 미술 관행에 대한 정당한 시행과 실천 활동, 미술인 사회보장 실체와 방향 모색, 새로운 미술 현상에 대한 연구 개발, 타 장르 예술단체와 지속적인 연대·교류·사업을 연구하고 있으며 첫 프로젝트였던 ‘행복시장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프로젝트 기획을 모색하고 있다”라며 향후 계획을 언급했다.
현행 간판들은 다양한 재료와 함께 첨단화 하고 있지만, 주위 환경적인 부분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눈에 잘 보이고 화려하고 특이한 방식으로 제작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유 대표는 “국내 일부 건물들은 벽면을 간판으로 도배해 건물의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간판은 건축물과 주변 생활문화와 함께 어우러질 때 더욱 아름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며 공공미술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현재 행복시장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을 책자로 편찬하기 위해 편집 중에 있으며, 부림시장 번영회 측의 배려로 부림시장내에 작업 공간을 확보해 지속적인 리모델링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요즘 프로젝트 쏠은 2007년 1월 중순경으로 확정된 ‘마산 청소년 문화의 집-청소년을 위한 공공미술프로젝트’ 건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또 창원 S&T중공업 사옥과 직원들을 위한 기업 이미지 프로젝트와 시민을 위한 ‘찾아가는 현장 미술제’ 그리고 창원 봉암 다리 갯벌 자연생태계에 대한 프로젝트도 각각 검토 중에 있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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