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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프로젝트 시작부터 적극 참여하자 \r\
2005-03-01 |   지면 발행 ( 2005년 3월호 - 전체 보기 )

창간 10주년 기념 사인문화 캠페인파이팅 사인 코리아③

정부 기관 중에서 우리 사인산업에 대한 행정을 총괄하는 부서는 행정자치부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이 아니라 '옥외광고물단속법'이라는 서슬 퍼런 이름으로 마치 간판을 '범법자'처럼 다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특히 최근 들어 이어지고 있는 광고물 관련 정부 정책들을 보면 간판을 단속이나 규제 대상이 아니라 육성지원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어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힘든 시절이지만 파이팅하자!

간판은 도시문화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급속한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간판을 비롯한 건물, 가로, 도로, 고속도로, 주차장 등 도시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양적으로 엄청나게 거대해졌다. 이와 달리 지형, 바위, 식물, 물 등 인간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연환경은 배제하고 있어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균형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간이 창조한 도시환경은 무질서, 혼란, 부조화, 불균형으로 인해 인간의 활동공간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쾌적한 도시, 인간 활동이 편한 도시로 복원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즉 도시경관에 질서를 부여하고 혼돈을 제거하려면 규격화, 획일화 일변도인 계획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질서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도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도시환경 중 시각적으로 가장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간판 역시 도시계획 차원에서 연구하는 것이 타당하며 도시계획가, 건축가, 산업디자이너, 환경디자이너, 사회학자, 심리학자는 물론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해야 한다. 특히, 전국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분위기가 거의 비슷한 현실을 타파하고 지역 특색을 반영한 고유 디자인을 정립해 그 도시의 특징을 살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간판 문화가 정립돼야 한다.
도시는 인간이 창조한 인공적인 환경으로서 시각적, 심미적인 관점은 물론이고 도시의 본질을 이해하면서 장기간 계획과 국민적인 차원에서 꾸준하게 창조해야 한다. 도시의 발전은 전문가 한두 사람에 의해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그 도시가 오랜 역사를 통해 쌓아온 고유한 성격, 자연환경, 문화적 유산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유기적으로 계획해야 하며 혼돈을 제거해 도시 속에 질서와 의미를 부여하고 인간이 살기 편한 환경을 창조해야 한다. 도시환경 개선은 규격화, 획일화라는 구시대적인 발상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모든 사람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개성 속에서 전체적인 질서를 만들어내며 도시기능과 사회적 구조가 일치하는 시각적 구조가 돼야 한다.
도시환경을 이루고 있는 요소 중에서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간판, 건물, 도로, 주차장, 스트리트 퍼니쳐, 오픈 스페이스 등이다. 하지만 급격한 도시 팽창으로 이러한 요소들이 무질서하게 난무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기능적, 심미적으로 정비하는 것은 중요한 도시계획 업무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간판은 그 요소가 매우 복잡할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 가장 눈에 잘 띄기 때문에 공무원은 물론 많은 전문가가 고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도시는 외국 도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독특한 요소들이 많다. 좁은 토지에 작은 건물과 구조물이 복잡하게 들어서 있고 좁은 도로들이 도심 곳곳을 가로 지르기 때문에 토지에 여유가 있는 나라들과 간판이 달라야 한다.

단속과 규제 일변도에서 육성지원으로 선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라 정부에서도 수출은 물론 내수시장의 소비촉진을 위한 부양책을 세우고 있는 현 시점에서, 더군다나 경기변화에 가장 민감한 것이 광고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업계와 정책을 입안하는 행정당국이 지혜를 모아 사인산업 육성과 도시경관 향상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대책강구가 필요한 때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업계 발전과 도시환경 개선을 위해 양적인 규제에만 국한하지 말고, 질적 개선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1~2년간 정부가 추진한 광고물 관련 사업들을 살펴보면 이제 규제와 단속 일변도였던 행정업무가 질적 개선을 위한 육성지원 쪽으로 조금씩 방향을 선회하고 있어 반갑다. 점포주들에게 무작정 간판을 바꾸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융자해주거나 지원해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고 이를 통해 서울 종로, 청계천을 비롯 수십여 개 재래시장 환경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최근 1~2년간 중앙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우리 사인산업에 투자한 금액은 적어도 300억 원이 넘는다.
물론 관 주도로 진행한 광고물 개선사업들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디자인 수준, 예산 집행방식, 점포주 설득, 사후관리 등 문제점이 수두룩했다. 특히, 대다수 광고물 정비사업들은 사업이 끝난 후 몇 개월만 지나면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가는 '요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해 '과연 이런 사업을 뭣하러 큰 돈 들여가며 해야 하나'라는 의견까지 등장했다.
정부 부처 중에서 광고물 행정은 행정자치부가 관할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행정자치부가 광고물 행정을 독점하는 시대는 지나고 타 부처들도 광고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행정부 뿐만 아니라 입법기관인 국회에서도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을 소관하는 행정자치위원회 이외에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도 '아름다운 간판 만들기 소위원회'를 만드는 등 입법부와 행정부 공히 광고물 관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 정부는 올해 10월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와 11월에 열리는 제13차 APEC 정상회의를 맞아 부산 광복로와 피프(PIFF) 광장 일대를 '간판 명물거리'로 조성하는 '광복로 간판문화 개선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역시 행정자치부가 아니라 문화관광부에서 발표한 내용이었다. 게다가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그동안 여러 차례 광고물 정비사업을 통해 실시했던 방식과 달리 유엔(UN) 기구 중 유네스코(UNESCO) 산하단체인 국제건축가연맹(UIA, www.uia-architectes.org)을 통한 국제 공모 형식으로 디자인을 공모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디자이너와 어깨 나란히
그동안 건축물에 대한 국제공모는 많았지만 간판을 포함한 거리 전체 미관개선을 위해 국제공모를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어서 국내는 물론 세계 도시설계?건축계가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사업을 기획한 문화관광부 문화정책과 우상일 서기관은 "수 년 전부터 도시미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간판에 대해 문화관광부 차원에서 손을 대야겠다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행정자치부가 접근했던 방식과 달리 '문화'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인식하에 기존 광고물 정비사업들을 검토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간판 개선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서울시가 주관한 종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점포주 의견을 들어보니 불만이 무척 많았다. 관공서와 제작업체 위주로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점포주들은 자기 간판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것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심지어 사업시행 이전으로 회귀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점포주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문화관광부는 3월말이나 4월초에 국제공모를 발표하고 공모작 중 약 5개 작품을 선정해 이를 토대로 실시 설계를 한 후 점포주 투표를 통해 최종 당선작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문화관광부, 부산시청, 부산 중구청이 총 87억원이라는 예산을 정부로부터 받아놓았다.
문화관광부는 이와 같은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침체된 사인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도 담겨있다고 밝혔다. 우리 사인업계에 정부가 87억원이라는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과거 이와 유사한 관 주도 사업들을 살펴보면 우리 사인업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확정된 디자인을 토대로 점포주를 설득하거나 제작, 시공하는 것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자, 이제 우리 사인업계 종사자들도 가만히 있어선 안된다. 국제 공모가 발표되자마자 적극적으로 공모전에 참여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디자인이 확정된 후에 제작, 시공에만 참여한다면 '떡은 먹지 못하고 고물만 주워먹는' 것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건축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에 참여해 당선작으로 선정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사업 초기부터 우리가 참여해야 한다. 아무리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건축가라고 하더라도 우리 문화를 우리보다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승산은 있다고 본다. 파이팅 사인 코리아!

김유승 편집장 yskim@signmunhwa.co.kr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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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기타
2005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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