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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광고와 예술 경계가 없어진다
2006-06-01 |   지면 발행 ( 2006년 6월호 - 전체 보기 )

옥외광고와 예술, 경계가 없어진다

옥외광고가 거리환경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업체를 홍보하는 수단을 넘어,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거리를 아름답게 가꿔야 하는 것 또한 좋은 옥외광고물의 존재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옥외광고물의 존재이유만 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옥외광고물을 제작하는데 쓰이는 소재 등을 이용, 전시효과를 노리는 작업들이 심심치 않게 진행되고 있다. 갇혀있는 전시가 아닌 열린 전시에 거리가 무대인 옥외광고보다 알맞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글:곽성순 기자
사진:김수영 기자



대중에 다가가는 예술, 옥외광고와 접목시도
대부분 일반 시민들은 공연, 전시, 문화행사 등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없는 특별한 이벤트라 생각할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영화를 관람하는 것에 비하면 연극을 보는 비율은 미미하고 그 영역을 뮤지컬이나 전시회, 미술전 등으로 확대하면 그 비율은 더 낮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문화행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은 있지만 확실히 뭔가 어려워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4월 17일부터 5월 7일까지 울산광역시 북구청 문화예술회관에서 기획한 전시, ‘전시장 탈출사건’은 큰 의미를 지닌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선전하길 기원하는 이번 전시회는 이름 그대로 실내 전시장이 아닌 울산광역시 북구 청사 내 공원에서 진행됐다는 점과 작품을 그리는 소재로 배너를 사용했다는 점이 큰 이슈가 됐다.
실내를 벗어나 작품을 전시한 것도 특이했지만 일반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소재가 아닌, 배너를 사용해 작업한 점은 확실히 새로운 시도였고, 새로운 것은 항상 눈에 띄기 때문이다. 특히 옥외광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관련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에 더 큰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울산광역시 북구문화예술회관 오만석 씨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성과 의의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지닌 생각의 틀을 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일상적으로 공원에 산책 나온 시민들이 곳곳에 걸린 작품을 보며 의미를 생각하는 것보다 예술, 전시라는 것들을 쉽게 접할 수도 있는 것으로 생각하길 바랐다”고 전시 의도를 설명했다.
그림을 그리는 소재로 배너를 선태한 점에 대해서는 “일년에 한번씩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 이번엔 월드컵을 주제로 전시회를 기획했다. 뭔가 특별한 전시를 원했고 실내가 아닌 야외전시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날씨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축제 등 여러 행사에 사용한 배너를 떠올리고 기획했다”며 배너 사용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비, 바람, 빛 등 야외환경을 잘 이겨낼 수 있는 소재로 배너를 선택한 것이다.

시행착오 겪으며 배너 사용해 미술작업
전시에 사용한 배너 그림은 크기가 가로 70cm, 세로 170cm였으며 총 100여 점을 사용했다고 한다. 공원 내 설치된 36개 배너게시대에 76점을 먼저 전시했고 전시 기간 중 손상된 작품을 교체하면서 진행했다고 한다.
오만석 씨는 “처음 공원 내 배너게시대를 50개로 예상해 100점을 완성해 전시하려 했다. 나중에 36개 배너게시대에 76점을 전시한 후 나머지 작품을 어찌해야하나 고민했는데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전시기도 하고 공간 자체가 워낙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시간이 지나면서 손상되는 작품이 나왔던 것이다. 완성된 작품이 있어서 교체해가며 전시를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다”며 야외전시를 진행하는데 뜻하지 않은 난관이 있었음을 밝혔다.
오만석 씨와 함께 전시회를 진행한 곳은 환경미술협회(이하 협회) 울산광역시 지회였다. 평소에도 시민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전시회를 기획, 진행했던 협회와 주제의식이 통했으며 야외에서 열리는 전시라는 점도 협회 취지와 잘 맞아 같이 진행하게 됐다고 한다.
미술을 전공한 전문가들에게도 배너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생소하고 어려웠다고 한다. 이명숙 지회장은 “처음에는 일반 광목천을 사용하려고 했다. 시험적으로 1장을 그렸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물감 사용량이 많아 도저히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배너용 천을 사용했다”며 “물감도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아크릴 물감과 유성페인트를 같이 사용했다. 2:8 정도 비율로 사용했으며 유성페인트로 그리고 아크릴 물감으로 포인트를 주는 식으로 작업했다”며 배너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과정을 설명했다.
야외에 전시해야 하기 때문에 유성페인트를 사용한 이번 작업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페인트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으며 이미 작업을 완료한 작품을 말리는 것도 문제였다고 한다. 때문에 작품 제작은 공동작업으로 진행됐으며 준비에 1달, 작업에 3주 정도가 소요됐다고 한다.
이명숙 지회장은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옥외광고용 소재를 사용하다 보니 의문점이 많아 간판제작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자문을 구하며 작업을 진행했고 원하는 색을 만드는 것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모두 열심히 작업에 임해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고 덕분에 많은 공부도 됐다”며 이번 전시에 참여해 협회도 많은 것을 얻었다는 점을 밝혔다.

대형 공사장 가림막도 변신 중
굳이 전시회라는 명칭을 붙이지 않아도 더한 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이 바뀌며 새로운 광고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는 공사장 가림막을 사용한 경우다. 대표적인 예가 청계천 가에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문화재단 건물 공사장 가림막이다.
서울문화재단 김홍남 실장은 “문화재단이라는 특성상 건물 공사장을 일반적인 공사장과 다른 분위기로 만들고 싶어 가림막 제작을 의뢰했다. 청계천 주변 환경 복원과 맞물려 주변과 조화할 수 있는 색을 눈에 띄게 배치했으면 좋겠다고 설계 담당 업체에 주문했다”며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크게 건물 전면과 우측면을 활용해 가림막을 꾸민 이번 작업은 지음(知音)아키씬 건축사무소(이하 지음)와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실내건축설계학과 기초스튜디오 10기 학생들 15명이 주축이 돼, 기획, 디자인 했다. 전면은 ‘축제’라는 주제로 학생들이 디자인, 설계했으며 우측면은 학생들과 아이들이 그린 그림 250점을 활용해 제작했다. 지음은 전체적인 조율을 담당했다.
높이 23m, 가로 35m인 건물 전면은 다양한 색상을 지닌 폭 1.5m, 길이 35m인 타포린(포장마차 등에 쓰이는 천) 천 소재 22장을 사용해 제작했다고 한다. 회색, 주황색, 하늘색, 흰색,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노란색 등이 사용됐으며 따로 색을 칠하지 않고 타포린 천 색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대학원 박기용 씨는 “작업을 진행하는 큰 컨셉트는 ‘축제’였다. 말 그대로 공사 시작 자체를 축제로 만든다는 취지로 작업을 진행했다. 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축제 때 많이 사용하는 깃발 펄럭임을 연출하려 했고 때문에 제작이나 색을 배치하는데 ‘얽힘’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설계했다. 타포린 천 소재를 사용한 이유는 크기가 큰 작업이었기에 제작이 쉽고 안전한 소재가 필요했었기 때문이다”며 진행과정과 소재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전면 가림막이 전문적 손길이 닿은 것이라면 우측면은 아이들의 동심이 작용한 것이다. 가로 세로 1.5m 크기인 타포린 천에 그린 그림 250여 점이 사용된 우측면 가림막은 건물이 들어서는 동네 아이들과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열린극장 창동에서 공연을 관람한 아이들, 건대대학원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사용했다고 한다.
지음 함은주 팀장은 “대학원 학생들은 70명 정도, 아이들은 150~200명 정도가 참여했다. 그림 그리기에 참여한 학생들과 아이들에게 각각 다른 주제로 그리게 했다. 학생들에게는 청계천 문화를 주제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아이들에게는 현장을 보고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라고 주문했고 놀라운 것은 많은 아이들이 공사현장을 보고 자연을 그렸다는 것이다”며 진행과정을 설명했으며 아이들이 공사장을 보고 자연을 떠올렸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두가지 사례에서 공통점을 찾는다면 ‘열린’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닫힌 공간에서 전시와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로 나와 능동적으로 알린다는 것이다. 그 ‘알림’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예술은 옥외광고에 손을 내밀었다. 이는 홍보를 주 역할로 하는 옥외광고가 다른 쪽으로도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볼 수 있으며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은 경관을 생각하거나 디자인을 중시하는 옥외광고물이 적은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는 일반인에게 옥외광고에 대한 인식을 새로 심어줄 수 있는 호기가 될 것이다. 인식이 달라지면 위상이 변하고 위상이 변하면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사례들이 더 늘어 옥외광고에 대한 시민들 의식은 물론이고 옥외광고 종사자들 스스로의 생각도 변하길 기대해 본다.

<SignMunhwa>

위 기사와 이미지의 무단전제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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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기타
200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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