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진해변에서 조금 위로 달려서 천학정에 도착하면 보이기 시작하는 곳은 교암해변이다. 물론 아야진해변만큼 유명하진 않아서 주로 천학정에 들르려는 목적으로 방문하는 곳. 청간정과 더불어 천학정은 그야말로 선조들의 풍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런 공간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 좋은 자리와 좋은 뷰를 원하는 건 선조들이 물려준 유산이 아닐까 싶기도 해서 웃음이 나온다. 천학정 정자에 앉아 앞으로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고 나면 아주 시원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천학정을 떠나 계단을 걸어 내려오면 보이는 교암해변과 명확하게 보이는 ONC라는 알파벳.
▲ 외벽에 큼직하게 쓰인 알파벳 ONC는 이곳의 시그니처인 사인이라 할 수 있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오엔씨의 존재를 알 수 있는 사인이라서. 길을 헤매도 이 사인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안도하면 찾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한번 와본 곳이라 눈에 들어온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야진해변과 비교하면 카페보다는 펜션과 숙소가 많은 곳이라서. 예전에 한번 오엔씨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강원도 해변의 흥미로운 공간과 간판을 다루는 화보를 기획했을 때. 외부에 적힌 오렌지색 알파벳 ONC는 그야말로 그림이 나오는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바다와 시선을 사로잡는 파스텔톤의 사인이 공존하는 카페는 안 찾아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찾았을 때는 생각보다 길을 헤맸다. 교암해변의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동선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카페는 보이지 않고 계속된 펜션에 “도대체 여기에 카페가 있는 건가?”라는 혼잣말을 하며 교암해변 끝자락에 다다랐을 무렵 오엔씨가 보였다. 하지만 그날은 카페를 열지 않은 휴무라서 결국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섰다. 씁쓸한 마음을 느낄 겨를도 없이 다음 일정으로 이동해서, 그 당시엔 천학정이 이곳에 있는지도 몰랐다. 그때 알았다면 잠시 올라가서 마음을 달래고 갔을 것 같은데... 고성을 다루는 기획을 다시 하게 됐을 때 드디어 오엔씨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날은 천학정에서 풍경을 즐기고 오엔씨를 가는 동선으로 일정을 구성해서 여러모로 기분 좋게 오엔씨에 들렀다. 이렇게 여러 공간을 찾아다니다 보면 한번 실패했던 곳을 다시 가게 될 때 왠지 모르게 허락을 받은 느낌이라 기분이 묘해진다. 그리고 지난번에 보지 못했던 공간과 디테일을 발견하고 감흥을 느끼게 된다.
▲ 2층에 올라서 넓은 창문을 통해 보면 시원시원하게 바다가 보이는데, 나도 모르게 한참을 바라보다 커피를 마시게 된다. 그 풍경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리고 내부 곳곳에 창문마다 알파벳 ONC를 붙여두었는데 햇볕이 들어오는 곳에 컬러 시트를 붙여서 마치 레이저를 쏘듯 벽면에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이 연출한 부분도 감각적이라 재밌다.
그저 바닷가에 있는 뷰 좋은 카페 정도로 생각했는데, 묘한 아우라에 잠시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뭐랄까 바닷가에 묵묵하게 서 있는 느낌이라. 수령이 굉장히 오래된 느티나무를 보는 기분이라면 적절할 것 같았다. 잔재주로 여행자들을 혹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더 그랬던 게 아닐까 싶었다. 종종 오션뷰를 앞세운 카페에서 느껴지는 허술함이 있는데, 오엔씨는 그런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우린 이 자리에서 계속 카페를 하고 있는데 오늘 네가 왔구나”라고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외벽에 큼직하게 쓰인 알파벳 ONC는 이곳의 시그니처인 사인이라 할 수 있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오엔씨의 존재를 알 수 있는 사인이라서. 길을 헤매도 이 사인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안도하면 찾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내부로 들어가면 흥미로운 사인과 디테일이 많다. 1층에서 주문을 하고 둘러보면 2층으로 가는 길을 알리는 사인이 하나 있는데 바다와 겹쳐 보이는 그 풍경이 꽤 좋다. 2층으로 가려면 외부 계단을 통해야 하는 구조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2층으로 가는 계단 맨 윗부분에 길쭉한 거울이 하나 있는데 바다가 보이는 구조라서 재밌다. 커피를 들고 계단을 오르면 높이에 따라 거울에 비치는 바다의 넓이가 달라지는데, 이 카페의 공간적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사인 같아서 흥미롭다. 2층에 올라서 넓은 창문을 통해 보면 시원시원하게 바다가 보이는데, 나도 모르게 한참을 바라보다 커피를 마시게 된다. 그 풍경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리고 내부 곳곳에 창문마다 알파벳 ONC를 붙여두었는데 햇볕이 들어오는 곳에 컬러 시트를 붙여서 마치 레이저를 쏘듯 벽면에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이 연출한 부분도 감각적이라 재밌다. 오엔씨에 나중에 한 번 더 오게 되면 적당히 시원한 날에 루프톱에 올라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보고 싶다. 몸도 마음도 너무 시원해질 거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