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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화는 획일화를 부른다
2006-03-01 |   지면 발행 ( 2006년 3월호 - 전체 보기 )

COLUMN /
획일화는 획일화를 부른다
이진호 / 본지 편집인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간판을 만나고 있다. 고객과 점포가 만나는 1차 접점인 간판은 도시 환경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로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일반적으로 점포는 최소한 중앙에 전면간판을, 측면에 돌출간판을 설치해서 행인들을 안으로 유도한다. 여기에 지주간판, 윈도사인 등을 설치해서 고객들을 더욱 유혹한다. 점포 단위별로 보면 이처럼 종류가 다양한 간판들이 점포 광고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간판 한 개당 몇 가지 표현기법들이 구사되면 점포는 스케치북, 간판은 그림물감이 돼 예술작품 한 편이 탄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간판은 개성이 담긴 다양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편일률적인 획일화 경향을 아직 나타내고 있어 유감스럽다. 간판의 크기와 좋은 위치 선점은 매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해당 점포들이 신경을 많이 쓰지만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더 담겠다는 생각은 그다지 많이 하지 않는다. 간판에 나타난 그래픽, 색채 등이 별로 개성이 없고 어눌하다면 점포뿐만 아니라 취급제품에까지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없다. 게다가 그렇게 설치한 간판이 건물과 만들어내는 부조화는 도시 경관을 해치는 주범으로 작용한다. 획일화 간판은 그 시대 거리문화와 도시특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고 도시 거리의 생명력을 앗아간다.
그런데 간판 획일화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도출되는 경향이 있다. 지나치게 법제도를 강화해서 간판의 크기와 형태를 제한한다면 병영국가의 도시처럼 규격화된 공간을 창출할 것이다. 적색간판을 규제한다고 하니까 황색 간판, 녹색 간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서 또 다른 획일성을 낳았던 사례를 생각해보라.
서울시 종로 업그레이드, 청계천 주변 간판교체 등에서 보듯이 일제히 입체사인을 설치하는 일사불란함(?)을 보였다. 취지는 거리환경을 개선한다고 했지만 막상 현장을 보면 디자인이 비슷한 채널사인 일변도로 흘러 역시 획일성을 보여줬다. 최근 국무총리실 규제개혁기획단이 ‘옥외광고 규제 합리화 방안’에서 발표한 플렉스 사용금지도 분명 다른 소재 사용을 부추겨 그 소재로 만든 간판이 또 많이 보이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간판에 대한 획일적 통제는 요즘 부동산 규제에서 나타나는 현상인 ‘풍선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러 오르는 현상)’를 유발한다. 즉, 획일화를 막고자 법규로 규제하니까 다른 부분에서 획일성을 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획일화는 획일화를 불러 올 뿐이다. 따라서 관련관청은 통제 일변도, 하향식(top-down) 행정에서 벗어나 지도육성책을 수립한 후 철저히 여론을 수렴하는 방식을 한층 더 견지해야 한다.
그리고 점포주나 제작자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가미된 형태, 색채, 재질 등을 가진 간판을 새롭게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간판 크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건물과 조화로운, 다양한 간판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양성 표현을 버리고 획일화로 치닫는 것은 동시대 문화를 말살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거리 간판 전체가 통일성 속에서 다양성을 갖기도 하고 다양성 속에서 통일성을 가질 수 있도록 민(民)과 관(官)이 더욱 합심할 때다.

<SignMunhwa>

위 기사와 이미지의 무단전제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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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기타
200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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