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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향수가 담긴 사인
2006-02-01 |   지면 발행 ( 2006년 2월호 - 전체 보기 )

최근 LG애드 마케팅본부는 2033 세대 소비문화 보고서인 ‘2006 서울 2033 트렌드 키워드 9’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소비문화를 이끌어 간다고 볼 수 있는 서울지역 20대와 30대 초반 미혼 성인을 대상으로 소비자 욕구 트렌드를 파악해서 9가지 키워드를 선정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33 세대는 맹목적으로 유행을 따라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꾼다고 했고 아프리카, 러시아, 인도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의 음식이나 문화를 소비한다고 했다. 또 소비를 통해 필요를 충족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 생산의 주체가 돼 원하는 제품을 직접 만드는 적극적인 소비자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이처럼 자신의 고유 행태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는 ‘이 역동적 소비자 층’을 9가지 키워드로 표현했는데 그 중 ‘아날로그 향수(鄕愁)’라는 단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아무래도 20~33세에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 단어가 트렌드의 하나로 선정된 것이 특이하다. 첨단 디지털 장비를 선호할 세대가 아날로그 향수를 가지고 있다니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기술로 생활이 편리해진 만큼 행복이 커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감성이 메말라 있는 정보 전달로는 사람들이 행복감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적이고 따뜻하며 구시대적 낭만을 즐기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것은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 코드를 찾아 디지털의 무미건조함을 완화하려는 의도다. 아무래도 디지털 매체는 사람들 간 관계를 유지하고 서로 마음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2033 세대들도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포창마차 형식 술집이 성공하고 연탄구이 고기집이 성행하는 것이나, 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진정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메일보다 직접 쓴 편지, 카드를 보내는 것 등 아날로그 향수를 추구하는 모습은 여기저기서 목격할 수 있다. 더욱 따뜻하고 감성적이며 정신적인 만족을 주는 소비가 오히려 디지털 세대에게 더 필요해졌다.
사인에서도 아날로그 향수를 볼 수 있다. 몇 해 전 60,70년대 영화를 소재로 만든 간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간판뿐만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도 영화장면과 포스터로 꾸며 복고풍 정취를 물씬 풍기는 점포들이었다. 작년 초 서울 인사동에 등장한 ‘쌈지길’ 사인은 나무판에 손글씨로 가게이름을 써서 옛 향수를 자극했다. 아마 컴퓨터 글씨라면 쉽고 빠르게 제작했겠지만 정서적 감흥으로 소비자를 자극하는 정도는 낮았을 것이다.
요즘 입체사인의 총아로 각광받는 채널사인도 복고적인 성향으로 분석할 수 있다. 예전에 풍미했던 채널사인은 플렉스의 선풍적 인기로 주춤해있지만 평면사인의 식상함을 일소하면서 화려하게 재기했다. 어눌한 플렉스 사인으로는 채널사인이 주는 입체감, 공간감을 따라갈 수 없었다.
20~33세는 우리나라 소비 트렌드를 리드해가는 연령층이다. 따라서 중요한 마케팅 수단인 사인은 이 계층의 소비문화를 담아야 한다. 아날로그 향수가 2033 세대 소비성향 중 하나라면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점포들에게 복고풍 코드에 맞춰진 감성적 사인을 권할만하다. 디지털 세상이 좀 더 신속하고 편리하고 새 것을 추종하지만 한층 행복과 가까워지려면 예스럽고 느긋하며 정서적인 것에 다가가야 한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인이 이 컨셉트에 맞춰지면 젊은 소비자층을 점포 안으로 많이 유도하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사인은 이미 옛것을 담아본 경험이 있어 아날로그 향수와 궁합이 잘 맞는다.

염기학 / 본지 본부장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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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기타
200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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