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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 간판 교체 가시화 입체화 경향에 주목 \r
2005-03-01 |   지면 발행 ( 2005년 3월호 - 전체 보기 )

올해 초 LG그룹과 GS그룹이 계열 분리를 발표하는 등 경제계 굵직한 이슈들이 사인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기업이 분리나 합병을 하면 C.I.를 재정비해야 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사인 제작 물량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어떤 기업들이 어느 정도 규모로 사인을 제작할 것인지와 디자인적으로는 어떤 파급 효과가 있을지 알아본다.


GS그룹 사인 교체에 1,500억원 투입 예상
기업 간 합병, 분리에 수반하는 C.I. 변경 등을 사유로 대기업 계열사와 금융기관 등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춘 기업들 중 상당수가 올해 사인 교체에 착수할 전망이다. 이는 경기 침체로 인한 물량 부족과 단가 하락이라는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는 사인업체들에게 가뭄 속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것이 올해 초 (주)LG에서 계열 분리를 확정한 GS그룹 관련 물량이다. LG칼텍스정유, LG유통, LG건설, LG에너지 등을 주요 계열사로 보유한 GS그룹은 3월 31일 새로운 C.I. 선포식을 열고, 4월 초부터 주력회사인 LG칼텍스정유와 LG유통을 비롯해 자회사와 계열사 사인 교체에 착수하며, 이 같은 사인 교체 작업에만 1,500억원 가량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주유소 3,100개와 가스충전소 300개를 보유한 LG칼텍스정유는 약 600억원을 들여 사인을 교체한다. 그리고 LG유통은 LG25 2,000개점, LG수퍼 73개점, LG마트 11개점, LG백화점 3개점 등 약 2,100여개 점포 사인을 교체하는데, 교체 비용으로는 약 200억원을 책정했다. 사인 디자인 작업과 제작업체 선정은 각 계열사별로 진행한다. 현재 LG칼텍스정유는 사인 제작업체 선정을 거의 완료한 상황이다.
LG전선그룹도 그룹 이름을 ‘LS’로 바꾸고 지난 1월 새로운 C.I.를 발표했다. 그래서 현재 LG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LG전선, LS산전, LG니꼬동제련 등 주력 3개사 사명을 오는 3월경 LS전선, LS산전, LS니꼬동제련으로 변경한다. LS그룹은 이에 따라 상반기 중 100억원 가량을 사인 교체와 광고 등에 투입해 빠른 시일 내에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로 했다. 3개사 중에 LS전선이 500여 개로 가장 점포 수가 많으며, 3월 중순부터 사인 교체에 착수해 상반기 내로 마무리한다.
금융권 사인 교체 물량 1,000여개 달해
최근 외국계 은행들과 국내 은행 합병이 잇따르는 등 금융권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인 교체 물량도 주시해볼만하다. 사인 교체 물꼬를 튼 것은 한국씨티은행이다. 지난해 11월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해 통합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이 출범했으며,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기존 한미은행 240여 개 지점 사인 교체에 착수해 4월 초까지 완료한다.
더불어 신한금융지주회사와 조흥은행도 재작년 합병에 합의한 이후 합병 기한이 9월로 다가옴에 따라 조흥은행 영업점 470여 개 사인을 새롭게 달아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외 올해 초에는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B) 은행이 제일은행 인수 합병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계약 체결을 완료하는 4월 이후부터 제일은행 사인 교체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본다. 제일은행은 전국적으로 390여 개 지점을 보유해 그 규모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도 올해 전문점 성격을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일부 디지털프라자 사인을 취급 제품에 따라 ‘시스템가전점’과 ‘컴퓨터프라자’라는 이름으로 교체했으며, 교체 수량은 250개 정도다. 몇 년 전부터 C.I.를 교체한다는 소문이 돌았던 한화그룹도 올해 드디어 교체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올해 내로 새로운 C.I.를 발표한다면 한화종합화학, 한화증권, 신동아화재, 대한생명 등 화학과 금융 부문에 걸쳐진 계열사 사인 물량 수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입체형 사인 채택 분위기 높아져
이제까지 기업체 사인들은 제작 용이성과 저렴한 가격 등 대량 제작에 이점이 있는 플렉스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단순한 플렉스 사인을 탈피해 새로운 소재나 제작 기법을 도입하고자 하는 시도가 활발하게 나타났다.
한국씨티은행이 새로운 사인을 성형 가공한 굴곡형 폴리카보네이트판에 특수 주문 제작한 그라데이션 컬러시트를 부착해 만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그룹 차원 이미지 통합 작업에 들어가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사인 디자인을 채택했다. 입체형 사인은 고급스런 이미지 전달에 유리하고 타 은행과 구별성에도 강점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발효한 서울시 고시도 기업체 사인 입체화 경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정 구역에 위치한 건물은 1층에만 판류형 사인을 달 수 있고, 2층 이상에는 입체형 사인을 달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체들이 플렉스 사인만을 고집하기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일부 매장에 채널사인을 설치한 우리은행 관계자는 “플렉스 사인으로 허가를 받기 어려운 일부 지점에 채널사인을 설치 중이다. 앞으로 지역별 특성에 맞춘 사인 규제가 현실화한다면 기업들이 전국 지점 사인을 동일하게 제작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기업 이미지는 통일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조건 아래 설치가 가능한 사인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리라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업체 관계자는 “플렉스 사인은 지나치게 일반화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을 제외하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는 별반 장점이 없어졌다. 그러다보니 기업체들 사이에 플렉스가 아닌 다른 소재나 제작 기법을 찾는 욕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최근 일부 지역 매장 사인을 법 규정 때문에 입체형으로 달아야 하게 됨에 따라, 2월 말까지 채널사인에 대한 새로운 사양을 마련하고, 앞으로 디지털프라자 사인을 채널 형태로 제작, 설치해야 할 때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전국적으로 대규모 유통망을 보유한 통신가에도 입체화 바람이 거세다. KTF는 지난해부터 주요 매장을 ‘굿타임-오렌지숍’으로 리뉴얼하면서 채널사인을 채택했으며, LG텔레콤도 올해 초부터 일부 LG텔레콤 매장을 ‘Phone&Fun’이라는 브랜드로 리뉴얼하는 작업에 착수했는데, 역시 채널문자를 중심으로 한 입체형 사인을 채택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기존 매장이 휴대폰 판매 중심이었던 반면에, ‘Phone&Fun’은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매장 내에서 총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다. 점포 외관도 이런 공간 특성을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디자인을 택했다”고 밝힌다. LG텔레콤은 전국 800여 개 매장 중 직영 매장과 주요 매장을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부터 리뉴얼을 전개할 계획이다.
제작업체 선정, 규모와 실적 등이 좌우
이처럼 국내 유수 대기업들이 사인 교체 계획을 속속 발표하면서 과연 어떤 사인업체가 특정 기업의 사인 제작을 담당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인 교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노출될 정도면 이미 디자인 작업을 완료하고 제작업체를 선정하는 단계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대기업들은 보통 교체를 발표하고 디자인을 확정한 시점에서 1~2개월 내로 교체 작업을 완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브랜드 변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사인 제작업체는 교체 착수 시점에서 3~4개월 전, 늦어도 1~2개월 전에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 등을 통해 선정한다. 업체 선정 기준은 기업체와 개별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달라지며, 일반적으로 설비, 인원, 매출, 실적 등을 평가 대상으로 삼는다. 더불어 대기업 사인들은 제작 규모가 크다는 면에서, 업계 전체적으로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돼, 꼭 공식적인 제작업체로 선정되지 않더라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한편, 대규모 물량 수주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한편에서는 기업체 사인 제작이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요즘은 기업체 사인도 제작 단가가 하락해 큰 이득을 보기 어렵고, 자칫 잘못하면 손해를 보는 상황도 연출된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수의계약보다는 경쟁입찰을 더 선호한다는 점도 단가 하락에 일조하고 있으며, 경쟁입찰을 통해 제작업체를 선정할 경우 대부분 최저가 낙찰제를 택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어떤 사인업체는 “사인은 기성품이 아니라 제조품이기 때문에 품질관리를 위해 적절한 단가를 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최저가 낙찰제보다는 일정한 예가 이하는 낙찰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한적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대기업 사인 제작 단가를 현재 수준까지 낮춘 주범은 업체들 간의 과당 경쟁이라는 것이 중론(衆論)이다. 우선적으로 제작업체들이 한정된 시장을 놓고 이전투구(泥田鬪狗)하며 끝없이 단가를 낮추기보다는 공동체 의식을 발휘해 적정한 가격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 광고주도 지나치게 낮은 제작 단가를 책정한다면 품질관리나 사후관리 등에 문제가 발생해 결국 피해가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좀 더 합리적이고 신중하게 제작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백 훈 수석기자 hpaik@signmunhwa.co.kr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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