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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문 밖에서 이미 결정한다
글 이석민 2013-06-26 |   지면 발행 ( 2013년 6월호 - 전체 보기 )


피플

손님은 문 밖에서 이미 결정한다

-이랑주 VMD 연구소 대표 인터뷰

"장사가 왜 안될까요? 손님이 밖에서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이랑주 VMD연구소 대표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20년째 VMD(Visual Merchandising Design)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초기엔 유명 백화점 VMD를 해왔지만 2006년 이후부터는 주로 전통 시장 VMD 컨설팅을 하고 있고, 시장경영진흥원 등에서 VMD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전통시장 VMD 컨설팅 경험을 살려 '이랑주의 마음을 팝니다'라는 VMD 관련 책도 발간했다.

이 대표를 만나 우리나라 자영업이 개선돼야 할 부문은 무엇이고, 해결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짚어봤다.

글 이석민 편집장·사진 엄태영 기자


손님을 끌어들이는 것은 큰 간판이 아니다

이랑주 대표가 전통 시장 VMD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친구의 부탁 하나 때문이었다. 7년전 쯤 백화점 VMD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을 당시 친구 이모가 하는 가게의 상품 진열과 간판 디자인 등을 일회성으로 도와주게 된 것이 계기가 된 것. 그 때 시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보면서, 이 상품을 지금과 다르게 진열하면 더 많이 팔릴텐데, 또는 이쪽은 지저분하니 무언가로 가릴 수 있다면 가게가 청결하게 보일텐데 등의 생각을 많이 가졌다고 한다.

이 대표는 "친구의 이모 가게를 컨설팅을 해주고 난 뒤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간판과 조명, 상품 진열은 왜 한결같이 똑같은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라며 "예를 들어 조개 등 수산물을 파는 가게에서 조개를 그냥 바구니에 담아 놓을 것이 아니라, 아크릴로 미니 수족관을 만들어 담아놓게 했다. 훨씬 신선해 보이고,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당연히 그 가게는 매출이 2배로 뛰어올랐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사하시는 분들이 하는 말이 다 똑같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가게 디자인이 필요하냐라는 투정이다. 하지만 이젠 먹고 살기 위해선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똑같은 생선가게라도 어떤 간판을 달고, 어떻게 상품을 진열하느냐에 따라 매출은 달라진다"라고 강조했다.


어묵을 튀겨서 판매하는 가게도 예로 들었다. 이 가게는 튀겨진 어묵을 가게 앞 좌판에 진열해 놓았고, 어묵을 튀기는 곳은 가게 안에 배치돼 있었다. 이 대표는 이 틀을 과감히 깼다. 어묵 튀기는 곳을 가게 앞으로 빼고 어묵 진열은 반대로 뒤로 옮겼다. 손님들에게 먹음직스런 어묵을 깨끗한 기름에 직접 튀기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였다. 또 가게 안쪽 지저분한 공간은 보이지 않도록 어묵 광고 문구를 실사출력한 롤브라인드로 가렸다. 이 전략은 그대로 맞아떨어져 손님들이 어묵을 사기 위해 문전성시를 이뤘다. 또 하나의 예는 과일 가게에 과일을 진열하는 방법. 붉은색 프라스틱 바구니에 붉은색 사과를 올려놓는 것 보다는 푸른색 비닐봉지를 바구니에 덧씌워놓고 그 속에 사과를 담아 놓으면 보기가 더 좋아지고 사과를 판매할 때도 비닐만 쏙 빼내면 사과가 그대로 담기니 업무 효율도 높아지고 매출도 올라가는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나만의 것을 찾는 것이 최고의 VMD

이 대표는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가게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가게를 성공시켜야겠다는 열정에서 나온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붉은색은 식욕을 자극하고, 노란색은 중심을 잡아주는 무게가 있다. 그러나 모든 가게가 다 붉은색과 노란색 등을 사용하면 효과는 없어진다. 따라서 가게의 독특함을 찾아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유럽과 남미 등 다양한 나라의 전통시장과 거리를 탐방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한다. 그는 체코의 프라하에서 아주 특이한 식당을 봤다고 한다. 일명 '신호등 식당'이라는 곳. 식당은 대로 뒤쪽이나 외진 곳에 있으면 장사가 잘 안되기 마련이다. 신호등 식당의 입지는 매우 악조건인데 대로변 뒤쪽에 식당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식당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유심히 찾아보면, 대로변의 건물과 건물 사이에 한사람만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이 있는데 이곳이 유일하게 식당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하지만 식당에서 나오는 사람과 식당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골목에서 마주치면 지날 수 없기 때문에 신호등이 달렸다. 빨간불일 땐 맞은편에서 사람이 나온다는 표시이고 파란불이면 내가 들어가도 된다는 뜻이다. 신호등 식당은 이 같은 독특한 신호등 사인으로 유명해지면서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서라도 들린다고 한다.


또 세르비아에선 골목길 모퉁이에 청동 동상이 하나 있는데, 그 동상은 골목 모퉁이에서 고개를 빼꼼이 내고 어딘가를 훔쳐보고 있는 모습으로 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 동상이 쳐다보는 곳을 따라 보게 되는데 그곳은 식당이다. 즉 식당 주인이 맞은편 골목에 동상을 제작해 세워둔 것이다. 훔쳐보는 동상이 사인이 된 셈이다.

이 대표는 "최악의 조건을 최고의 조건으로 바꾸는 전략. 그것이 VMD적인 사고이자 디자인의 중요성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우리나라는 현재 대부분의 간판들이 글로 표현된 획일적 간판들이 대다수다. 문자를 보고 찾는 것이 익숙해서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국의 오래된 거리를 가보면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간판들이 매우 많다. 한 예로 미용실 사인물인데, 문자는 없고 그림만 있는데 여인의 머릿결 위로 노을이 지고 있는 그림이다. 즉 사인이라는 건 문자로 돼 있지 않아도 불특정 다수가 알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사인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간판업계도 사명감을 가지고 변화해야 한다

이 대표가 강조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이젠 우리나라 간판업계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 즉 단순한 문자 간판으로는 자신들이 보유한 진정성 있는 기술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설사 점포주가 무조건 크고 강한 색깔의 간판을 원한다 해도 간판업체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더 나은 디자인을 제안해야 한다는 것.

이 대표는 "점포주가 간판 전문가인지, 간판업체가 간판 전문가인지 간판업자분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전문가가 우리나라 간판문화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제작한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가게가 대박이 나야 뿌듯함을 느끼며 직업적인 보람도 커질 것이다. 직업적인 사명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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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태그 : 간판 VMD 이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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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News
2013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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