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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연출 시장 그 돌파구를 찾아라
2005-09-01 |   지면 발행 ( 2005년 9월호 - 전체 보기 )

기획특집 Special Feature

실사연출 시장, 그 돌파구를 찾아라

우리나라 사인 산업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실사연출 시장에 대해 ‘위기’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과거에 비해 끊임없이 양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장비 포화상태라는 지적에 대해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사인 산업에서 실사연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은 이미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90년대 후반 이후 실사현수막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실사연출은 이제 사인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사인 제작기술로 자리를 잡았다.
전체적으로 시장은 급격하게 팽창했지만 워낙 관련업체 수가 양적으로 많아지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비정상적인 과열경쟁과 거래문화가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타파하려면 과연 어떤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것일까? 이번 호에는 실사연출 시장의 문제점을 파악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 현재 실사연출 시장 상황은?
경기침체 불구 장비 판매 여전히 성장세
우리 사인산업은 아직 정부가 공식적으로 특정 산업군 중 하나로 지정한 상태는 아니지만 관련법이 있고, 또 산업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 수도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경기침체로 나라 전체가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와중에도 상품 유통량은 매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일부 업계 종사자들은 지난 90년대 후반 이후 지속적으로 확산해 온 실사연출기 보급이 이제 포화상태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스템 판매업체 이야기를 들어보면 작년부터 올해까지 여전히 실사현수막 장비를 중심으로 판매량은 꾸준한 상태이며 올해 말까지 적게는 10%, 많게는 20% 가까이 작년에 비해 보급대수가 늘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게다가 국내 실사연출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실사현수막 물량 역시 작년에 비해 올해도 양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국내 실사현수막 원단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는 대구, 경북지역 업체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작년에 국내 실사현수막 원단 유통량은 월 평균 약 300만 야드 정도였으나 올해에는 매월 약 400만 야드 정도로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 4~5월에는 약 450만 야드까지 늘었다고 추산하기도 한다.


물론 전체적인 볼륨은 그대로인데 관련업체 수가 양적으로 크게 늘면서 각 업체별로 희비가 엇갈린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업체 수가 많은 만큼 평균적으로 1개 업체에게 돌아가는 물량은 적어진다는 것인데, 아직까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를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실사현수막 중심으로 연간 수요 3천대 육박
90년대 후반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실사연출 산업은 2002년 월드컵을 정점으로 큰 성장세를 지속했고 IMF 시절보다 더 혹독하다던 작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보급률을 높여갔다. 작년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실사연출 장비 판매업체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2003년에 비해 2004년 판매 대수가 적어도 10~20% 정도 늘었으며 올해 역시 이와 비슷하거나 약간 상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전체적으로 수성장비 판매량은 연간 약 2,000~3,000대, 솔벤트 장비는 약 500여 대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장비 판매가 이어질 수 있었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 원인은 과거에 구입했던 장비들이 노화했고, 또 새로운 장비들에 비해 생산성이나 출력품질 면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기 때문에 교체수요가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 원인은 장비 가격이 2~3년 전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산 실사연출기를 판매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2003년에 출시한 장비를 작년과 올해에도 계속 판매했는데, 장비는 그대로지만 가격은 약 30% 정도 떨어진 상태이며 올해 역시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다.
실사연출기를 새로 구입한 업체들은 무엇보다 최종 소비자인 점포주, 기획사들의 요구조건이 까다로워졌고 컬러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아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장비 교체 사유를 설명한다. 해상도, 컬러 품질, 생산성 등 모든 면에서 출력업체가 소비자보다 우위에 있었지만 작년부터 소비자들의 실사연출에 대한 상식수준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새로운 장비를 갖추지 않을 경우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것.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실사연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실사현수막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실사연출 장비 판매가 호조인 이유 역시 바로 실사현수막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까지 실사현수막 제작을 위해 장비를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대거 신형 장비로 교체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엡손 헤드를 채택한 롤랜드, 무토, 미마끼 제품의 작년 판매대수가 적어도 1,500~2,000대 수준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고 올해 역시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져 판매대수가 2,000대를 상회해 많게는 3,000대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실내용 출력물 제작이 효자다”
일부 사인 제작업체는 물론 전문 출력소들은 가격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옥외용보다 오히려 실사용 출력물 제작이 부가가치가 높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서울 충무로에서 오랫동안 전문 출력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솔벤트 장비에 비해 수성장비는 사용하기도 편리할 뿐만 아니라 출력물 단가하락 영향을 덜 받고 있다. 실례로 솔벤트 장비를 이용한 플렉스 출력 단가가 최근 들어 2~3만원까지 떨어진 반면 수성 장비를 이용한 합성지 출력 단가는 작년과 비슷한 4~5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과열 가격경쟁으로 인한 과거 회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다.
그렇다고 솔벤트 장비의 부가가치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용분야를 다양화하면서 신규 시장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플렉스, 시트를 이용한 옥외용 출력물 시장은 물론 메쉬를 이용한 공사장 가림막과 실사현수막 시장에 급속도로 침투하고 있고, 공공사인 영역인 안전용품 제작업체들에게도 솔벤트 장비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메쉬를 이용한 공사장 가림막 제작을 위해 솔벤트 장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한 사인 제작자는 “아파트 등 전국적으로 수많은 대형 공사장에서 건설회사들이 자사 브랜드를 노출하기 위해 가림막을 매체로 활용하고 있다. 화려한 그래픽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실크스크린 인쇄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점차 솔벤트 장비를 활용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건설회사가 소재를 제공해고 물량이 적어도 수백 평방미터 이상이기 때문에 출력비는 낮지만 수익성이 크다”면서 “그동안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전문업체에 맡겨 왔으나 점차 주문량이 늘고 있어 자체적으로 솔벤트 장비를 구입해 수익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말한다.

고해상도로 솔벤트 장비 고급화 현상 가속화
수성 장비와 함께 실사연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품이 바로 솔벤트 실사연출기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수성 장비 시장을 솔벤트 장비들이 대거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만큼 혁명적인 변화가 나타나진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솔벤트 장비들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위축됐다거나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외국산은 물론 국내 제조업체들이 출시한 다양한 솔벤트 장비들이 계속 등장했고 무엇보다 초창기에 비해 해상도, 컬러품질, 생산성 등 기능적인 측면이 수성 장비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잠재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솔벤트 장비들은 수성 장비에 비해 해상도가 낮고 사용할 수 있는 소재도 PVC 계열인 플렉스와 시트 등으로 제한적이었지만 최근 출시한 장비들을 보면 6색이나 8색 컬러를 사용해 표현할 수 있는 컬러 영역이 대폭 넓어졌고 출력속도 역시 과거에 비해 빨라졌기 때문에 구입을 미뤄왔던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열게 하고 있다. 특히, 수성 장비가 대세였던 실사현수막 시장에서도 솔벤트 장비가 어느 정도 경쟁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판세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출력폭이 3m 이상인 초대형 장비들도 꾸준하게 판매량이 증가해 옥상광고물, 야립광고물, 지하철 와이드컬러 제작 시장의 경쟁구도가 더욱 치열해졌고 중소형 솔벤트 장비들은 간판 제작업체와 전문 출력소를 중심으로 신규, 교체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출력단가 하락경쟁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UV 장비 드디어 본격 활동 개시
오래 전부터 업계 전체가 큰 관심을 보였던 UV 장비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은 작년과 올해 실사연출 산업의 영역확대와 변화 중 가장 획기적인 사건 중 하나다. 환경친화적이며 소재 제한이 거의 없다는 장점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장비 제조업체들이 UV경화잉크를 사용하는 실사연출기를 개발했지만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실제적인 모습이 나타난 것은 작년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11월에 열린 코사인전에 등장한 장비만 봐도 이러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누어 매크로프린터스의 템포(Tempo)와 엑스페디오(Expedio), 더스트의 로오(Rho) 205, 아이피엔아이의 레보(Revo) 160, 일리정공의 네오젯 시리즈, 쥔트의 유브이젯(UVjet) 215-C 등이 등장해 수성, 오일, 솔벤트 장비와 다른 새로운 적용분야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외선 경화 잉크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증폭한 것은 이미 3~4년 전부터다. 롤 방식 출력장비를 주로 사용하던 사인 업계가 새로운 제작방식과 적용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연구, 노력한 결과 중 하나다. 평판 출력장비의 발전과정을 보면 롤 방식 장비와 비슷하다. 처음엔 수성 잉크를 사용하는 장비가 나오더니, 나중엔 솔벤트 잉크를 사용했고, 최근엔 자외선 경화 잉크를 사용하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자외선 경화 잉크 부분을 제외하면 롤 방식과 같다.
자외선 경화 잉크를 사용하는 장비들은 대부분 평판 출력을 할 수 있어 철판, 유리, 아크릴과 같은 경질 소재에 그래픽 이미지를 그대로 출력할 수 있는 신개념 프린터로 사인 시장은 물론 인테리어와 실크스크린 인쇄시장으로 적용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일부 장비들은 솔벤트 시장을 겨냥해 롤 방식으로 운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지면과 말로만 회자되던 UV 장비가 이제 올해에는 실질적인 활동폭을 넓히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속단하기 어렵지만 UV 장비 도입업체들이 어떻게 활동폭을 넓히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것”이라면서 “UV 장비 성공사례가 나타날 경우 새로운 도입업체들이 속속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 과연 문제는 무엇인가?
기능면에서 상향 평준화, 오로지 ‘가격’으로만 승부
양적으로 실사연출 시장은 꾸준하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장밋빛 청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형이 커지다보니 관련업체 수가 과거에 비해 급속도로 많아졌고, 이 과정에서 가격경쟁이 나타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가격경쟁이 아니라 자금회전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에 있다.
1~2년만 출력업체에서 근무하게 되면 상당수 사람들이 창업을 모색하게 된다. 새롭게 출력업체를 창업할 경우 실사연출기를 도입해야 하는 것은 물론 소재, 잉크 등 여러 가지 시스템을 구비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고질적인 외상문화를 악용해 피해를 입은 업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출력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충무로와 을지로 일대에는 지난 수년 간 업체수가 비약적으로 늘었지만 중견 시스템 판매업체들 중 일부가 장비 판매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재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에 비해 실사소재 유통업체가 급격하게 늘면서 과열경쟁은 끝을 모른 채 진행중이다. 한 중견 실사소재 유통업체 관계자는 “최근 파악해본 결과 수도권에만 약 100여 개 실사소재 유통업체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시장 규모가 아무리 커졌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면 공급 과잉이 분명하다. 브랜드와 품질로 승부하던 과거와 달리 점차 가격만으로 시장을 파고드는 업체가 많아지고 있어 그리 희망적인 미래를 전망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어떤 장비를 사용하느냐, 어떤 소재를 사용하느냐, 어떤 잉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업체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시절은 해가 다르게 기능과 품질면에서 비약적으로 성장을 거듭했기 때문에 신제품을 도입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능과 품질이 상향 평준화한 상태다. 장비, 소재, 잉크 모두 마찬가지다. 실무작업에서 문제가 발생할 정도로 기능과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은 이제 거의 없다. 따라서 너나 할 것 없이 오로지 ‘가격’으로 승부하는 문화가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상식을 벗어난 외상문화 폐해 급증
‘3개월 깔렸다’, ‘6개월 밀렸다’는 말이 시장 곳곳에서 들려온다. 출력 의뢰자로부터 대금을 제 때 회수하지 못한 출력업체, 그리고 출력업체로부터 장비, 소재 판매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시스템 판매업체와 실사소재 유통업체들의 이야기다. 딱히 어느 누구 탓이라고 할 것도 없이 이는 오래 전부터 굳어진 외상문화의 단면이다. 지금 시장에서는 그 폐해가 만만치 않다.
일반적인 상거래라면 외상대금을 1개월 후에 지급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리고 늦어도 2~3개월 내에 완납하는 것이 상식적인 거래다. 하지만 요즘 시장에는 어음 현금화 기간까지 포함해 3개월이나 6개월 정도 후에 거래대금을 지불하는 것이 부지기수다. 경우에 따라 일부 대금은 악성 미수금으로 남아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도 발생한다.
한 시스템 유통업체 영업 담당자는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외상으로라도 장비 판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쟁업체들이 제시하는 판매조건보다 조금이라도 유리하려면 당장 적은 금액으로 쉽게 장비를 도입할 수 있게 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외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할부금융회사들도 이젠 실사장비 업체들과 손을 잡지 않으려고 하고 설사 할부금융을 이용하더라도 판매업체가 고이자 부담까지 떠안는 경우도 있어 외상문화의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인맥으로 얽혀 있다보니 외상거래를 거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서로 잘 아는 사이인데 어떻게 외상을 주지 않을 수 없는냐는 이야기다. “거래처 직원이었던 사람이 독립해서 출력업체를 오픈하는데,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는 터라 개업 축하 차원에서 일단 2개월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원단을 외상으로 넣어줬다. 나중에 대금 회수가 원활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고정 거래처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외상판매 방식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한 실사소재 유통업체 영업사원의 이야기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관론까지
눈에 보이는 문제점 뿐만 아니라 현재 시장에 상존하는 또 다른 문제점으로 현실 도피적인 비관론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랫동안 힘겹게 일해 왔는데 별다른 발전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거나 확실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개진해 맥 빠지는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것. 게다가 장비 보급이 이제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판매처를 찾을 수 없다는 한 시스템 판매업체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시장이 큰 난관에 봉착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도무지 시장이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꾸준하게 실사연출 광고물 제작을 의뢰하던 단골 고객들도 발길이 뜸하고, 어쩌다가 주문이 들어와도 양이 과거에 비해 적다. 일을 하고 나면 수금도 제 때 되지 않아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물가는 치솟고 인건비, 장비운영비 등도 계속 올라가는데,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출력업체 대표의 이야기다.
장비, 소재 유통업체들 중에도 위와 같은 비관론에 합세하는 경우도 있다. “양적으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워낙 업체 수가 많다보니 치열한 경쟁구도가 갈수록 첨예화하고 있고 고객들 역시 품질이나 기능보다 저렴한 가격만 이야기하려는 경향이 팽배해 난처한 지경이다. 시간이 흐르면 도태하는 업체가 등장하고 정리가 이뤄지겠지만 그리 낙관적인 미래를 예상하기 힘들다. 최근 들어 솔직히 전업을 고려하고 있다.” 고심에 찬 이야기들이지만 말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실사연출 시장은 아직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더 지배적이다.

○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우선 정상적인 거래관행부터 확립해야
무엇보다 위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면 고질적인 비정상적 거래관행을 하루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두로만 주문하는 방식, 장기 어음 결제, 외상기간 연장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서 내용에 대금 지급방법과 시기 등을 명확하게 표시하는 것이다.
“실사연출 시장에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거래를 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출력물 주문, 장비 판매, 소재 판매 등 모든 경우가 마찬가지다. 따라서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상호간 오해가 발생하기도 하고, 외상 미수금이 생기더라도 결제 요구를 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오래 전부터 구두로만 계약하는 문화가 만연하다 보니 막상 계약서를 꺼내들면 ‘다 아는 처지에 왜 번거롭게 구느냐’며 손사래를 치기도 한다.” 한 시스템 판매업체 영업 담당자의 이야기다.
외상문화가 만연해 대금 결제가 흐지부지되면 각 업체별로 세금 계산에 문제가 발생하고 자금사정이 악화하면 업체간 자금흐름이 끊겨 결국 도미노 현상이 발생한다. 결제 지연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한 업체의 문제가 수많은 업체들로 번지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 결제금액이 얼마인지, 언제까지 입금할 것인지, 어떤 형태로 입금할 것인지 등을 명확하게 약속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강원도 원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사인 제작자는 “외상거래가 비일비재할 뿐만 아니라 이를 악용하는 사례까지 등장해 전체 업계가 흔들릴 정도다. 각 업체별로 외상 문제만 깔끔하게 해결하더라도 대다수 업체들의 자금사정은 지금보다 훨씬 더 탄탄해질 것이다. 남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스스로 외상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조금씩이라도 해결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인천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사인 제작자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동감하며 나름대로 터득한 노하우를 공개한다. “일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어느 정도 가격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외상거래는 일절 하지 않는다. 대신에 남들보다 더 깔끔하고 완벽하게, 그리고 더 신속하게 납품하므로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 오히려 외상은 안 되지만 일처리 능력을 믿고 다시 찾아오는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게다가 자재업체들에게도 철저하게 외상 미수금을 남겨두지 않는다. 거래처에 지급해야 할 외상 미수금이 쌓이면 안 좋은 소문이 퍼지기 쉽기 때문이다.”

사인 이외 분야로 적용영역 확대해야
실사연출 기술을 가장 널리 적용하고 있는 분야는 분명히 현수막을 중심으로 하는 ‘사인’이다. 그동안 장비 공급업체는 물론 사용자들 역시 사인 영역에서 기존 제작방식을 실사연출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엄청난 성장을 이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사인 이외에도 실사연출 적용분야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다.
사인 이외 분야 중에서 현재 가장 큰 관심을 일으키는 영역은 바로 스크린인쇄, 텍스타일, 파인아트 등이다. 특히, 텍스타일 분야는 이미 시스템 공급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장비는 물론 잉크와 소재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고 무엇보다 현수막이나 깃발처럼 ‘천’을 사용하는 업체들이 업종 다변화를 꾀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불이 붙고 있다.
최근에 등장한 다이렉트 전사시스템이 현수막과 깃발 제작업체에 조금씩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텍스타일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과도기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다이렉트 전사시스템은 실사연출기에 전사잉크, 분산염료, 반응성염료 등을 사용해 천에 출력하는 것으로 출력하자마자 장비에 부가적으로 장착한 전사기가 잉크를 천에 승화, 전사하는 방식이다. 과거에 전사잉크로 종이에 출력한 후 이를 천 위에 올려놓고 다시 전사기로 후가공했던 방식을 출력하는 단일공정으로 끝낼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보면 된다.
텍스타일 시장에 실사연출 기술을 접목할 경우 그 가능성과 부가가치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재래식 염색으로 제작하던 텍스타일 제품인 패션 의류는 물론 각종 인테리어 용품까지 제작할 수 있고 사인 영역인 깃발이나 현수막 역시 기존 방식으로 제작하는 것과 달리 색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스템 공급업체들은 하반기부터 이 분야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태세다.
다이렉트 전사시스템 이외에도 직사 방식 디지털 날염기 역시 텍스타일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직사 방식 디지털 날염기는 염색용 잉크인 분산 염료, 반응성 염료, 산성 염료 등으로 천에 출력한 다음 기존 염색공정처럼 증열과 수세과정을 거치는 시스템이다. 실크, 면과 같은 천을 사용해 고급 의류나 패션 소품을 제작하려면 직사 방식 디지털 날염기를 채택하는 것이 좋다. 아직까지 재래식 염색공정과 비교해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이나 샘플 제작용 도구로 손색이 없다.

색다른 아이템으로 새로운 시장 선점
지난 몇 년간 우리 실사연출 시장에서 큰 화두로 등장했던 UV 장비들이 작년 연말부터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기존 실사연출 시스템에 비해 장비, 잉크 가격이 워낙 높다보니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인 것이 사실이다. 기존 실사연출 시스템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진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선 모험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UV 장비들이 서서히 실사연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몇 안되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UV 장비를 도입해 사인 제작은 물론 색다른 아이템을 선보이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형 UV 장비를 도입한 한 사인 제작자는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그때가 되면 이미 경쟁구도가 확연하게 드러난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없을 때, 투자금액이 많더라도 남들보다 먼저 시작해야만 내게 돌아오는 부가가치도 그만큼 크게 만들 수 있다. UV 장비 도입을 통해 사인 업체 뿐만 아니라 가죽제품과 같은 새로운 시장에서 서서히 적용영역을 만들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고 밝힌다.
단순히 기존 사인 제작용 장비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사실 UV 장비 도입은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똑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라면 굳이 값비싼 UV 장비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발빠른 활동을 수반할 때에만 UV 장비는 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트렌드인 조각기로 사업영역 확대
실사연출 시스템 유통업체나 출력업체 모두 이제는 실사연출기 뿐만 아니라 조각시장을 눈여겨봐야 할 때다. 조각기는 컴퓨터와 연결해서 사용하는 장비라는 점에서 실사연출기와 동일하고 사인 제작 도구라는 점에서 교집합이 매우 크다. 물론 일부 시스템 유통업체와 출력업체는 이미 발빠르게 움직여 조각기 쪽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실사연출 시장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미 가격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하지만 조각기는 아직까지 실사연출기처럼 치열한 경쟁구도가 성립한 상황은 아니다. 따라서 장비 판매업체로서도 비교적 수익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출력업체 역시 기존 고객들이 대부분 사인 업계 종사자이므로 조각사인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권유할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를 기대할 수 있다.
세차장에서 일부 자동차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동일한 고객에게 일맥상통(一脈相通)하는 서비스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전혀 다른 고객을 창출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지만 동일 고객에게 원스톱 쇼핑을 가능하게 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랫동안 종합 자재 유통업체로 널리 알려져 있는 한 업체는 2년 전부터 실사연출기를 도입해 사인 제작자들에게 자재판매 서비스와 함께 출력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최근엔 대형 조각기까지 도입해 서비스 항목을 추가했다. 최근 들어 제작 수요가 늘고 있는 채널사인 커버를 제작해 달라는 고객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아크릴이나 폴리카보네이트, PVC발포시트 등을 재단해 달라는 수요에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어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포화상태라는 일부 의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실사연출 시장은 여전히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고 앞에서 이야기한 부가가치 창출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실사연출 분야는 아직도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그 잠재력을 부가가치로 연결하는 것. 그것은 바로 우리가 할 일이다.

김유승 편집장  yskim@sign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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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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