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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
2005-09-01 |   지면 발행 ( 2005년 9월호 - 전체 보기 )

세종대왕께서 지으신 용비어천가 일절에 ‘불휘 기픈 남?  ?매 아니 뮐씨’라는 구절이 있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 글은 너무나 유명하고 또 좋은 글귀이기에, 우리가 자주 접해보며 액자집이나 표구집에서 흔히 보는 내용이다. 이 말이 어디 나무에만 해당되는 말이겠는가? 물질과 인간의 모든 삶속에 쓰며있는 자연의 이치라는 것을 가끔가끔 깨달아본다.
그림을 좋아해 학창시절 캔버스를 들고 다니며,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기에 열중하던 필자가 광고업계에 몸담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잘 했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 도시가 발달하고 건축물도 웅장하게 커지면서 광고물도 점점 대형 구조물로 변하고 있다. 옳게 광고를 하려면 이제는 미술적인 디자인 감각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건축공학적인 구조설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자주 제작하게 되는 지주이용 광고물들의 안전도를 점검해보면 땅에 심어진 나무와 이치가 너무나 똑같은 것을 느낀다. 광고물의 높이가 높을수록 땅 밑에 묻히는 기초가 더 깊어지는 것이, 마치 큰 나무일수록 뿌리가 깊은 것과 똑같다는 것이다.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로는 도로폭이 70m로 대구에서 가장 넓은 도로이며 이곳에는 중앙분리대도 넓게 만들어져 있고, 그곳에는 아름드리 히말라야시다 수종을 심었는데, 해마다 8~9월에 태풍이 오면 이 가로수는 몇 그루씩 쓰러진다. 나무는 잎이 무성하고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서 울창하고 보기도 좋으나, 나무에 비해 뿌리가 약해서, 태풍 때마다 쓰러지는 나무 때문에 속을 썩이다가 지금은 나무 중간 허리 부분에 쇠파이프로 삼발을 만들어 보강을 해 놓았으며, 곧 다른 수종으로 대체한다고 한다.
높은 건축물이나 높은 광고물들을 설치할 때는 높이에 비례해서 땅 속을 깊이 파야 한다. 높이와 깊이는 반드시 비례해야만 한다. 이 수학적인 공식을 나무들은 스스로 알아서 어떤 세찬 바람이 불어도 안전하게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광고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어연 4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현장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젊었을 때는 앞뒤 안돌아보고 그저 일만 열심히 했는데, 언제 세월이 지났는지 이제는 우리 업계에서 나이가 많은 쪽에 들어간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고, 열심히 일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과연 지금 필자는 얼마만큼 높아져 있으며, 그 높이에 비례해서 안전하게 내면 깊이를 파내려가 있는지? 높이만 높아서 우뚝한데 사실은 깊이가 없어서 언제 바람에 쓰러질지도 모르는 부실하고 위험한 상태는 아닌지? 지나고 보니 IMF라는 태풍이 몰아쳤을 때도 잘 견디지 못하고 힘들었던 것은 바로 지금 말하는 것 같이 기초가 약해서, 뿌리가 약해서 겪었던 아픔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높아지기를 원한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은 대다수 앞뒤 안돌아보고, 열심히 높이만 올라가는데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깊이도 깊어야 한다.
뿌리 없이 높게만 올라간 히말라야시다가 약한 태풍에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삶도 높아지기 전에 먼저 주변을 깊이 파야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선배들의 과거를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는 후배들은 타산지석으로 삼아 세찬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재광
(주)우신광고 대표이사 / 본지 편집위원 / wooshin21@hanafos.com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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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기타
200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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