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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지만 먼 곳을 동경 憧憬 하다
2010-04-01 |   지면 발행 ( 2010년 4월호 - 전체 보기 )

일본 동경 사인기행

가깝지만 먼 곳을

동경 憧憬 하다

이와이순지가 영화 ‘러브레터’로 감상에 젖게 만들고, 때로는 고이즈미가 신사참배를 강행해 분노를 유발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 누가 만들어서 쓰기 시작한 문구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을 설명하기에 이렇게 적확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영공을 넘어선 설렘 때문에 일본은 나에게 가깝고도 조금만 먼 나라가 되었다. 물론 비즈니스트립이긴 했지만 첫 번째 해외여행이라는 메리트는 마치 김연아가 트리플러츠-토루프를 성공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설레임이라는 단어로 점철됐던 2박3일간의 일본기행을 사인을 통해 회고해본다. 글쪾사진_ 노유청

아기자기함, 전통, 세련 각종 키워드의 집합소

2박3일의 짧은 일정동안 주로 갔던 곳은 도쿄의 긴자와 시부야였다. 물론 여행사가 정해준 스케줄대로 움직인 것이었지만 말이다. 앞서도 말했듯 첫 번째 해외여행이 갖는 의미란 각별하기 때문에 1분 1초가 아깝다 싶을 정도로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자유로운 배낭여행이 아니라 내 맘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허용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많을 것을 간직하기 위해 애를 썼던 2박3일이었다 할 수 있다.
나리타공항을 빠져나가 도쿄로 진입하고 처음으로 간 곳이 라라포트 쇼핑몰이다. 마치 항구도시 도쿄의 축소판을 보는 듯 쇼핑몰 언저리에 실제로 배가 정박하는 항구를 끼고 있는 이색적인 구조의 쇼핑몰이었다. 과거 조선소 부지를 개조해 2개의 포트 항구 를 4개의 배 모양으로 건물이 둘러싼 형태로 공간을 구성했다.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색적인 공간구성이라 부럽기도 했었는데 부산에 이와 비슷한 컨셉트로 롯데타운을 건설하고 있다고 하니 아쉬움이 조금 누그러드는 것 같기도 하다.
여독을 풀고 이튿날 들른 곳은 긴자. 마치 압구정동을 옮겨놓은 듯한 인상이 느껴져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신사동 가로수길까지 연결되는 길을 걷는  느낌이랄까. 대형 명품숍부터 골목골목 아기자기한 커피숍, 패션숍까지 패션과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이른바 트렌드세터들의 놀이터 같은 느낌이 압구정과 신사동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혹자들은 일본까지 가서 압구정타령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곳은 일본적인 정서로 풀어낸 공간이었다. 즉, 아기자기함, 세련됨 등등의 키워드가 공존하는 느낌은 비슷했지만 긴자는 일본화된 압구정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긴자에서 특히나 눈에 들었던 것은 골목골목으로 들어가면 마치 ‘이것이 일본이다’라고 말하는 듯한 음식점의 사인이다. 우리가 흔히 일본스럽다고 말하는, 왠지 주인장이 맛들어진 사케를 권해줄 것 같은 이미지 말이다. 전통이라는 키워드까지 붙이면 압구정과 긴자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이었다.

동대문과 명동의 묘한 조합 시부야

셋 째날 마지막 일정으로 들른 곳은 시부야 였다. 패션을 공부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가봐야 한다는 곳인 시부야. 그래서인지 시부야는 마치 동대문과 명동을 적절히 섞어 놓은 듯한 공간이었다. 대형 쇼핑몰이 분주하게 사람들을 유혹하는 동대문과 골목골목 소규모 패션숍들이 즐비한 명동의 조합 말이다.
특히 시부야의 상징격인 109쇼핑몰은 저녁시간에는 사람들에 밀려단다고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랜드마크다. 109쇼핑몰은 인산인해라는 말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주말의 명동거리 같이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었다. 1층부터 9층까지 모조리 여성 옷을 취급하는 쇼핑몰이라는 특징도 랜드마크라는 것을 공고히 하는 것 같다. 속칭 니뽄삘 패션아이템을 구경하려고 멋모르고 들어가 다소 뻘쭘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험을 하긴 했지만….
그리고 시부야에는 연간 입장객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동경디즈니랜드를 다녀오지 못한 사람들의 한풀이를 위한 공간인 디즈니스토어가 있었다. 빡빡한 일정에 지바현에 위치한 동경디즈니랜드 방문이 있을 리가 만무했기 때문에 디즈니스토어에서 일종의 한풀이를 했다. 물론 일본인들의 놀라운 상술에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말이다. 디즈니랜드의 고향은 미국인데 그것을 이역만리 타국에서 재탕삼탕 하며 관광객들을 현혹시키는 기술이란…. SM

<캡션>


1 라라포트 내부에 위치하고 있는 옷 수선가게.
벽면에 대형 와이드컬러 형식으로 재봉틀과 재봉선을 표시한 것과 중간에 아기자기한
픽토그램까지 누가 봐도 옷 수선가게임을 알 수 있을듯하다.


2 항구형태로 공간을 구성한 쇼핑몰 라라포트 입구에 설치한 간결한 채널사인.
3 일본은 역시 자판기의 천국. 라라포트 내부에 설치한 자판기로 디지털사이니지를
결합해 해당 제품을 홍보하는 광고판 기능도 겸하고 있다.
4~5 긴자 대로변에 위치한 애플숍과 백화점 명품관.
마치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 서있는 느낌과 함께 어딜 가나 보편타당하게
귀중한 가치가 매겨지는 것이 명품인가 싶다.


6~7 왠지 시계 브랜드 홍보전쟁을 보는 듯한 느낌.
세이코는 길거리에 시간과 날짜를 알 수 있는 공공시설물을 통해서
카시오는 옥상빌보드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8~9 긴자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공간인 팬시전문점 이토야. 클립을 형상화한 돌출간판이 팬시전문점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고 내부공간도
 층별로 아이템을 세분화해 가게를 찾는 사람들의 편의성을 도모했다.
10 그냥 은은한 느낌이 좋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아마도 점포주가 어두워서
장사가 안된다고 난리를 쳤을 법인데 말이다.
11 왠지 문을 들어서면 주인장이 “이랏사이마센!!”이라고 힘차게 외쳐줄 것
같은 이미지. 참 일본스럽다. 명품관이 즐비한 긴자의 메인도로가
압구정을 닮았지만 골목골목 전통의 향기가 남아있는 것이 대조적이고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다.
12 전면간판과 입간판에 心자가 선명한 것이 인상적이다.
요리로 손님들의 마음을 휘어잡겠다는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간결한 것이
건물의 익스테리어와도 궁합이 잘 맞는듯하다.
13~14 라라포트 내부에 입점한 브랜드숍. 파사드와 채널사인,
매장 내 분위기가 조화로운 것이 보기 좋다.



15~16 간판을 설치했다는 개념이 아니라 익스테리어를 그저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포들.
17 빡빡한 일정 때문에 디즈니랜드를 놓친 자들이여 이곳으로 오라.
시부야에 위치한 디즈니스토어. 자기 것도 아닌 것을 재탕삼탕 우려먹는 일본인들의
상술에 감탄하며 나름대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던 공간.
18 일본에서 마지막 점심을 때웠던 라면. 라면집의 간판과 이미지는 마치 만화속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온 것 같은 요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오색찬란한 포렴과 유치한 느낌이 드는 500円이라고 쓰인 입간판까지.


19 웰컴투 마끄도나르도! 전면간판위에 프렌치프라이를 조형물로 설치한 것이 맘에 든다. 개인적으로 맥도널드를 좋아하진 않지만 짭짤하게 혀끝을 자극하는 맛난 프렌치프라이가 있을 것 같아 왠지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사인.


20~22 긴자의 이면도로에는 마치 돌출천국 불신지옥이라 할만큼 돌출 간판이 많았다. 돌출이 많았지만 난립한다거나 지저분한 느낌은 들지 않는 것이 묘했다. 간판정비사업이라는 미명하에 돌출간판을 무작위로 날려버린 담당공무원들이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23 무엇을 홍보하는 간판인지 알 수는 없지만 네온이 활활 불타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맘에 든다. LED는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는 네온사인의 독특한 매력이란….


24 일본의 맥주와 나아가 일본을 상징하기도 하는 삿뽀로. 일본에 있던 2박3일간은
TV에서 이치로를 모델로 “이찌방 삐루와”라는 중독있는 카피를 연발하던 기린맥주를
들이켰지만 역시 대외적인 상징성이 좋은 것은 삿뽀로다.
25 시부야의 상징 109쇼핑몰. 삼거리의 끝자락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과 1층부터 9층까지 모조리 여성복만 취급하는 다는 내용적 특성이 시부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만들었다. 멋모르고 들어갔다가 넘쳐흐르는 여성 패션아이템과 격층으로 있는 남성 화장실에
한참을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26 자그마한 돌출간판과 포렴에 점포 명칭을 적어둔 것이 사인의 전부다. 크게크게를
외치다가 최근에 무조건 작게만 설치하는 극단적인 우리의 간판문화와는 참 다르다.
크고 작음이 공간과 지역에 따라 유연하게 변용되는 되는 것 말이다.
27 크리스피크림은 명동이건 시부야건 상관없이 붉은색 네온이 달달하고
뜨끈한 도넛이 나오는 시간을 알려준다.

<SignMunhwa>

위 기사와 이미지의 무단전제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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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트렌드+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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