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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ㆍ제작방식의 변화와 발전상 한 눈에
2008-03-01 |   지면 발행 ( 2008년 3월호 - 전체 보기 )

금융기관을 통해 살펴본
간판의 변천사


어떤 학문이던 분야를 막론하고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바로 역사다. 경제학의 기본은 경제학사, 물리학의 기본 역시 물리학사다. 간판을 비롯한 사인 분야는 아직까지 학술적인 연구가 미진한 상태다. 물론 사인과 관련해 최근 다양한 학술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박사학위 논문을 발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최근 기업은행 문화홍보실 최창화 팀장이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 『국내은행 간판디자인의 환경변화에 따른 시각적 분석연구』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역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최근 벌어진 숭례문 사례를 통해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사인의 역사를 이번 논문에서 일별할 수 있다. 특히, 사인을 제작할 때 사용하는 각종 소재와 제작방식의 변화와 발전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편집자 註  글ㆍ사진_ 최창화

현 기업은행 문화홍보실 디자인팀장
한양대 응용미술학과 졸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광고 전공 (문학석사)
한양대 대학원 응용미술학과 졸업 (이학박사)
ccw@ibk.co.kr

C.I. 도입, 은행간 합병 등으로 사인산업 변화 주도
각 은행 간판들은 정체성을 전달하기 위한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타 업종의 간판 사이에서 주목성과 인지도를 높여 잠재고객에게 은행의 위치를 알린다. 이러한 간판은 소재, 서체, 크기, 색상, 제작방식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국내 금융기관은 1954년 새로운 은행법이 시행되면서 정비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은행법은 한국상업은행, 조흥은행, 상공은행, 저축은행, 신탁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은행간 합병을 추진하고 자산재평가, 민영화 등을 실시하도록 했다. 1956년에는 신탁은행과 상공은행이 합병해 한일은행의 전신인 한국흥업은행으로 출발했고, 1958년에는 한국저축은행이 제일은행으로 은행명을 변경했다. 1959년에는 민간자본 동원을 증대하고 이를 통한 지역경제 개발과 육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서울은행을 설립했다. 이로써 한국상업은행, 한일은행, 조흥은행, 제일은행, 서울은행 등 시중은행 5개가 골격을 갖췄다.

1980년대 들어 은행의 민영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일은행 1981년 5월 을 필두로 제일은행 1982년 5월, 서울신탁은행1982년 9월, 조흥은행 1983년 3월 등을 민영화했다. 이러한 변화를 C.I.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인지도와 공신력을 높이고 또 급속히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여기서 C.I.들은 대부분 젊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었고 은행명 심벌은 단순화하면서 문자마크 Word Mark 화했다.
또 다른 특징은 고객을 상징화하는 심벌마크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예전의 마크는 원형이나 사각형 등 도형이 주류를 이룬 반면 최근엔 고객만족, 인간중심 이미지를 표방해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 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하나은행의 서있는 사람이나 동화은행의 말을 타고 달리는 사람, 국민은행의 빅맨 등이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제화를 지향하며 단순한 문자마크, 이니셜, 영문 표기가 주류를 이루게 된다.


기업은행은 간판에 사용하는 서체를 궁서체, 세고딕체 등으로 점차 발전시켜 왔다.

기업은행
금융기관 최초로 전면 실사 도입
창립 초기 기업은행의 간판은 궁서체로 만든 은행로고를 사용했으며 통일된 서체가 없이 지점마다 각기 비슷한 서체를 사용했다. 대리석인 벽면에는 문자를 직접 음각했으며 심벌마크는 사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C.I. 규정이 없어서 로고타입의 간격이나 지점명 등을 그때그때 적절히 사용했다. 돌출간판은 폴을 사용해 자간을 한자씩 입체로 넣어 사용했다.
1960년대 후반에는 돌출간판에 판류를 덧대 조형미를 갖췄다. 전면간판은 건물 전체 면적을 사용할 경우엔 베니어 합판 바닥에 아크릴 글씨를 만들어서 붙였고 외부에서 비추는 간접조명을 사용했다. 이후 로고체는 디나루체에 평체를 사용해 안정감을 나타냈으며 검정색문자를 사용했고 이때부터 한글 레터링 브랜드 로고타입 디자인의 기초가 시작됐다.
1982년 새로운 C.I.와 더불어 새로운 소재로 일부 조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갤브철판을 도장하고 그 위에 내부조명을 삽입한 채널문자를 부착했다. C.I.는 금융권 최초로 청색을 사용했으며 문자에 배면조명 방식을 사용했다.
이후 신소재 출현으로 1991년부터는 플렉스와 컬러시트를 사용해 바탕에 조명을 넣어 야간 식별성을 높였다. 이때부터 전면간판으로 입체형 문자는 사용하지 않았다. 또 마크에는 청색, 적색, 녹색 등 3가지 단색을 사용해 주간과 야간 모두 가독성을 높였다.
1994년에는 하늘 이미지를 디자인에 추가해 화면전체를 실사연출 방식으로 출력하는 새로운 간판을 만들었다. 이 당시 간판은 청색이 강해서 여름에는 청량감을 주지만 겨울철에는 차가운 느낌이 들어 하단에 오렌지색 띠를 넣었다. 이를 통해 전체적으로 평평한 이미지를 강조했고 하단부에 있는 기준선은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면서 따뜻한 분위기를 표현했다. 이 무렵 금융권이 대형 간판을 도입하기 시작해 정유사나 편의점 등도 대형 간판을 적용하게 된 계기가 만들어졌다.
2007년 새로운 C.I. 도입으로 구름을 함축성 있게 줄인 대신 글로벌화를 위한 영문 IBK를 사용하게 된다. 이것은 날아가는 새의 웅비를 형상화한 것인데 문자 ‘B’를 적색으로 강조하고 전체 색상을 조화롭게 정리했다. 서체는 깨끗한 느낌을 강조한 세고딕체로 정리했으며 바탕색은 1982년부터 사용해 온 청색계열에 약간 변화를 주었다. 특히, 블록아웃 Block-out 이라는 기법으로 문자에만 조명이 들어오도록 해 야간 주목성을 더욱 높였다.

국민은행
블록아웃 필름 활용한 새로운 표현방식 주도
정부는 지난 1962년 12월 기존 유사금융기관과 관련 법률을 통폐합하고 영세금융에 관한 시책에 부응하면서 서민경제 발전과 향상을 기하기 위해 주식회사 국민은행 설립을 위한 국민은행법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1963년 서민금융 전담 국책은행으로 새롭게 발족한 것이 바로 국민은행이다. 그 이후 1994년 국민은행법이 폐지되고 1995년 2월에는 완전 민영화됐으며 1998년 6월에 퇴출된 대동은행을 인수했다. 한편, 은행권 구조조정으로 2000년 12월에는 한국주택은행을 합병해 국내 최대 금융기관으로 성장했다.
초창기 국민은행의 간판은 일반적으로 기존 건물벽면의 바탕에 채널문자를 설치하는 방식이었으며 색상은 백색이 주류였다. 야간에는 지금과 달리 간접조명으로 옆에서 비춰주는 것이 전부였다. 1981년 2월부터 새로운 C.I. 도입으로 클로버, 까치 등을 형상화한 심벌마크를 사용했고 1995년부터는 인간중심 고객제일주의를 상징하는 심벌인 ‘빅맨’을 채택했다. ‘빅맨’은 기존 심벌마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파격적인 것으로 ‘고객보다 더 큰 사람은 없다’는 고객제일주의를 뿌리로 탄생했으며 포스트모던한 이미지를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국문과 영문 로고타입은 심벌마크와 조화를 전제로 부드럽고 편안한 타이포를 사용해 가독성을 높였다. 심벌마크인 빅맨의 색상을 다양하게 표시해 인지도를 높이도록 했다. 그 이후 통합은행으로 출범한 국민은행은 영문 이니셜을 사용해 큰 별이라는 뜻으로 ‘KB스타 bank’라는 심벌과 로고를 사용했다.
우리나라 거리에는 플렉스 사인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새로운 표현기법을 개발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조명 점등에 따라 간판의 바탕색을 변하게 만드는 것도 이러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 중 하나다. 내부 조명을 사용하는 플렉스 사인은 주야간에 모두 같은 색상을 표출하지만 블록아웃 필름 등 특수 시트를 이용해 주야간에 서로 다른 표현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최근 국민은행 간판은 주간에는 고유색상인 회색 Warm Grey 바탕에 흰색과 노란색 문자가 보이고 야간에는 주변이 모두 어두워지면서 은행명만 흰색과 노란색으로 빛나는 형태다. 이것은 주야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일단 주목성이 높다. 아울러 주간과 야간에 서로 다른 두 가지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어 가독성이 높다. 이는 블록아웃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도입한 것으로 기존 국내 금융기관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색상이다.
주택은행은 IMF 사태 이후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1년 11월 국민은행과 합병했다. 창립 당시 주택은행의 돌출간판은 형광등을 넣어 밤거리를 밝혔으며, 그 후 창립초기 심벌마크인 주택모양으로 1967년에 심벌을 다시 디자인했다. 문자체는 획의 연속성을 강조해 서로 이어지는 느낌을 표출했으며 적색과 초록색을 기업 색상으로 표현했다. 1998년 주택은행 간판은 소재와 실사연출 기술의 발달로 좌측면에서 우측면으로 서서히 짙어지는 계조를 표현했으며 적색으로 사각형 포인트를 주어 시작점을 명확히 했다. 문자체는 각진 고딕체를 선택해 신뢰감을 주도록 노력했다.


제일은행 간판의 변화과정. 1930년대에는 돌출간판을 위주로 간접조명을 사용했으며 전면간판은 현재처럼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고 서체는 안정적인 굴림고딕을 사용했다.

제일은행
엄지손가락 심벌 여전히 인상에 남아
제일은행의 역사는 192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9년 7월 조선저축은행으로 창립되어 1950년 5월 한국저축은행으로 행명을 변경했으며 1954년 1월에는 한국산업은행 전신인 조선식산은행을 승계했으나 특수은행이라는 이미지가 컸기 때문에 1958년 12월 제일은행으로 변경했다. 1958년 10월부터 영문명칭으로 ‘The First City Bank of Korea’로 사용하다 1971년 6월 ‘Korea First Bank’로 변경했고 지난 2005년 SC제일은행으로 다시 출발했다.
제일은행의 C.I.는 지난 1958년 2월 15일 처음으로 제정됐다. 이때 심벌은 저축의 ‘ㅈ’ 을 모아 우리나라 고대 통화인 엽전을 구성해 표현했으며 형체가 수레바퀴 형으로 역동감을 나타냈다. 제일은행의 초기 명칭은 한국저축은행이다. 이 당시 간판은 목재에 방안선 문양을 넣어 장식했으며 은행명을 나무로 제작한 입체문자로 만들어 당시로서는 매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나타냈다.
제일은행 간판의 특징은 백색 테두리를 두어 짜임새 있는 모양을 연출한 것이다. 1930년대 제일은행은 타행과 달리 돌출간판을 위주로 간접조명을 사용했으며 전면간판은 현재처럼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고 서체는 안정적인 굴림고딕을 사용했다. 일부 지점은 건물의 대리석 벽면에 직접 은행명을 음각해 사용했으며 전체적인 디자인을 고려해 문자의 간격, 장체와 평체를 적절히 사용했다. 문자의 색상은 주로 검정색이었다.
1980년대 초기 제일은행은 다른 은행과 차별화하기 위해 주색을 보라색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서체는 1930년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굵은 디나루체를 사용했으며 동시에 간판에 영문 명칭을 추가해 표시하게 되었다.
1982년에는 1958년 2월에 제정한 C.I.를 바꿨다. 새로운 C.I.는 은행이라는 차갑고 관료적인 이미지를 변모시키고 동일 조건에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방식을 모색한 결과였다. 40여년 만에 교체한 C.I.는 주황색을 기본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글씨체를 약간 변형해 연속적인 이미지를 표현했으며 엄지손가락 심벌을 강조했다. 특히 당시 C.I. 변경에 맞춰 간판의 조형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간판 하단부의 철판을 굴곡시켜서 보는 사람의 시선각도를 맞춰 지점명을 아래로 향하게 만들었으며 심벌마크와 로고타입은 입체로 제작했다. 지주사인은 삼각형으로 제작해 시선의 각도를 확보하도록 했다.
그 이후 미국의 뉴브리지캐피탈에 매각되어 상호와 지점은 그대로 운영했지만 2005년 1월에 영국계 스탠다드챠타드은행에 매각되어 2005년 9월 SC제일은행으로 행명을 변경했다. SC제일은행은 스탠다드챠타드은행의 기본 C.I.를 바탕으로 로고체만 사용해 제작했으며 가장 큰 특징은 간판의 길이에 상관없이 그래픽을 항상 반복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인지도 면에서 상당히 우수하다는 점이다.

우리은행
라운드형 스테인리스 프레임 돋보여
우리은행은 1999년 1월 한국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한 한빛은행으로 발족한 후 IMF 당시 금융권의 부실 경영으로 인한 체질약화 개선책으로 출범했다. 우리은행의 새로운 심벌마크는 기본적으로 기존 한빛은행의 심벌마크의 의미와 형태, 색을 전체적으로 유지하면서 혼란스럽고 부정적이었던 붉은색 부분을 없애고 새로운 뜻을 담아 개발한 것이다.
우리은행의 로고는 고딕체에 부드러운 요소인 세리프를 가미해 세련된 형상을 표현했다. 심벌마크와 로고의 기본을 이루는 컬러는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담고 있는 청색을 사용했다. 주색은 청색이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단계적으로 변화하는 계조 그라데이션 색상이다. 2007년에는 인테리어와 간판의 조화를 고려한 새로운 익스테리어 간판을 처음으로 시도했고, 도시미관을 고려한 채널사인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 초기 간판에는 정식명칭인 ‘한국상업은행’을 사용했으나 80년대 초반부터 문자 수를 줄이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상업은행’만 표기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고급스러운 초콜릿 색상을 사용했으며 로고체도 유연하고 안정감 있는 평체를 사용했다. 특히 로고타입에서 자음인 이응을 정원으로 표현해 세련된 느낌을 가미했다.
그 후 1977년 7월 금융기관 최초로 C.I. 개편을 단행해 백색 바탕에 떠오르는 오렌지색 태양을 나타냈으며 당시에 금기시하던 검정색 로고타입을 과감하게 채택하기도 했다. 게다가 문자와 마크에 네온관을 삽입해 야간에도 은은한 분위기를 내도록 만들었다. 이때부터 프레임 재질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상하단에 스틸의 재질감을 살리면서 동시에 형태를 라운드형으로 제작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추후에는 심벌마크인 태양의 단계를 7단계에서 5단계로 줄였으며 좌우면에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했고 하단에 무채색인 회색과 노란색을 넣어 화려함을 강조했다. 문자는 채널사인으로 제작하고 내부조명을 넣어 야간 가독성을 높였다. 1996년 말부터 선보인 한빛은행 간판은 플렉스 간판에 일출 이미지를 형상화한 성형사인을 별도로 부착해 평면적인 형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선보였다.
우리은행의 또 다른 전신인 한일은행은 1932년 조선신탁으로 시작된 금융기관으로 1946년 조선신탁은행이 되었다가 1950년 한국신탁은행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1954년 상호를 다시 한국흥업은행으로 변경했고 1981년 6월 민영화 은행으로 다시 태어나 1998년 금융위기를 맞아 한국상업은행과 대등 합병함으로써 한빛은행으로 탈바꿈했다.
한일은행의 심벌은 카네이션을 그래픽화한 것이었다. 본점 건물 형태도 카네이션 형태를 모티브로 설계한 것이다. 따라서 건물 모양과 심벌을 응용한 간판은 타 은행에 비해 매우 독특한 개성을 지니게 됐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한 프레임의 상단과 하단을 계단식으로 절곡해 세련미를 더했으며, 주색으로 카네이션의 핑크색과 청색을 사용해 부드러운 느낌을 나타냈다. 로고체는 고딕 평체를 사용했으며 하단 받침을 둥근 곡선으로 표현해 전반적인 느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하나은행은 1971년 한국투자금융으로 출발. 1998년 강제 퇴출된 충청은행을 인수하고 1999년 1월 1일 보람은행과 합병한 후 2002년 12월에 서울은행과 합병한 거대은행이다.

하나은행
심벌과 로고에 입체감 표현
하나은행은 1971년 한국투자금융으로 출발, 1972년 외국인 투자 인가를 받고 영업을 개시했다. 1998년 6월 강제 퇴출된 충청은행을 인수하고 1999년 1월 1일 보람은행과 합병한 후 새롭게 출발했다. 게다가 2002년 12월에는 서울은행과 합병해 당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 이어 국내 제3위 은행으로 재탄생했다.
보람은행은 1991년 8월 한양투자금융과 금성투자금융이 합병해 은행업으로 전환하면서 설립한 시중은행이다. 1990년대 말 경제위기 당시 정부가 금융권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은행간 합병과 퇴출이 잇따르자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1999년 1월 하나은행에 흡수 합병됐다. 하나은행의 초기 간판은 황금분할구도로 나뉘어 색상을 넣어 제작했으며 2004년 심벌과 로고에 입체감을 주어 화면 전체를 사용했다. 로고는 춤사위를 심벌화했으며 금융기관 최초로 한글 은행명을 표시했고 반원 타원을 두어 속도감과 떠받치는 느낌을 표현했다.
보람은행은 잎사귀가 달린 사과를 형상화한 심벌마크를 사용했다. 즉, 과일을 심벌마크화한 최초은행이다. 간판의 바탕색은 적색과 자색 스트라이프를 사용해 붉은 사과 이미지를 충실히 전달했으며 로고체는 견출고딕체의 받침부분을 둥글게 처리해 부드러운 느낌과 사과의 둥근 이미지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서울은행과 한국신탁은행이 1976년 합병해 새로운 서울신탁은행이 발족했다. 60년대 서울은행의 심벌마크는 서울의 ‘S’자를 형상화하는 동시에 횃불을 표현했다. 이 당시는 주색이라는 개념보다 눈에 잘 띄고 구분이 명확한 색상을 기본으로 했으며 행명도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을 생략하고 신탁은행이라는 명칭으로 표시했다.
한국신탁은행의 심벌마크는 이니셜인 ‘ㅅ’을 사용함과 동시에 ‘산’을 표시해 웅대함을 나타냈다. 이후 76년에 서울은행과 한국신탁은행 합병에 따른 심벌마크는 네 잎 클로버를 상징하고 사람 ‘ㅅ’자와 ‘곱하기’를 표시해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을 표현했다. 또 이때는 한자와 한글을 혼용해 사용했으며 세리프체를 사용해 중후한 느낌을 표현하도록 했다.
1987년 12월 새로운 C.I. 개발로 서울신탁은행의 ‘S’자 모양을 마크에 적용하고 자음과 모음을 대부분 붙여주면서 가독성을 높였다. 전면간판은 하늘색 바탕에 자간에 칸을 주어 가독성을 높였으며 하단부에 스테인리스 스틸 봉을 붙여서 부드러운 느낌이 들도록 했다. 돌출간판은 삼각형 형태로 제작해 설치했다.
1995년 6월 1일부터 서울신탁은행은 서울은행으로 행명을 변경하고 새로운 C.I.를 사용했다. 서울의 영문 이니셜인 ‘S’를 이탤릭체 레터마크와 조합해 형상화하고 여기에 화려한 색동 문양을 결합해 현대적 감각과 전통적 이미지가 어우러지도록 했다. 당시 로고타입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강한 붉은색을 주어 이때부터 적색 계통을 사용하는 사인이 점차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타 업종에 비해 광고효과 높일 수 있는 입지 갖춰
지난 1970년대 후반부터 금융자율화, 대중화, 국제화 등과 시중은행들의 민영화 방침으로 금융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상호간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금융기관 PR 심의회가 생기면서 각 은행들은 새로운 C.I.에 의한 간판을 도입하고 이를 매체로 활용해 광고를 하게 되었다. 특히, 은행은 타 업종에 비해 지점이 전국 주요 도로변에 널리 퍼져있기 때문에 광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물리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
국내 기업이 C.I.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중반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 중에는 한국외환은행이 1979년 처음으로 C.I.를 도입했으며 당시 국책은행이었던 국민은행이 1981년 C.I.를 도입하자 시중은행들도 경쟁적으로 인식을 새롭게 하고 C.I.전략을 도입하게 된다.
국내 은행들은 특히 1997년 IMF 체제를 거치면서 그동안 독과점적인 체제하에서 안정적인 기업 환경과 다른 급속한 환경변화를 겪게 된다. 국내 은행간 인수합병과 해외 대형자본 유입 등으로 영업점 통폐합과 함께 이미지 차별화 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으로써 심벌마크, 간판 등 시각적 요소를 포함한 새로운 C.I. 도입이나 변경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은행의 생존 경영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C.I.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시각적 요소이며 간판은 소비자들에게 보이는 기업 아이덴티티의 실체라 할 수 있다.
은행은 전국에 위치하고 있는 수백 개에서 천여 개에 이르는 영업점에 동일한 형태, 색상 등으로 제작한 간판을 동시에 부착하고 있으며 도심에서도 가장 번화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어떻게 보면 단일 기업으로 가장 많은 영업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도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간판이므로 이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떠한 업종보다 은행 간판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기능과 위상만큼이나 도시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조형적 요소이므로 해당 도시나 지역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부분 은행은 자체 규정에 의해 결정한 색상과 형태를 적용한 각종 사인을 사용하며 이는 건물의 다양한 부착조건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적인 것이다. 따라서 만약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간판을 설치할 경우 그만큼 도시환경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인산업은 21세기형 산업으로 성장
현대적인 의미를 지닌 상업적 간판은 개화기와 근대화 물결 속에 밀려든 짧은 역사 속에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그 역사 속에서 이름 모를 이들이 흘리고 간 땀방울이 결실이 되어 오늘날 시대를 앞서가는 감각과 첨단 디지털 문명을 조화시킨 21세기형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간판은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산업이다. 따라서 향후 방향 역시 첨단기술을 적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지속적인 IT 기술 발달로 유비쿼터스 개념을 접목한 간판 개발을 언급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꾸준한 신소재 개발로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원단이나 소재를 이용한 전자기술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예전 간판은 주로 ‘설명’ 위주인데 반해 앞으로는 픽토그램, 타이포그래피, 심벌 위주로 제작해 주위환경이나 건물에 어울리는 간판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공공 건축물이나 시설물을 중심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이 눈에 띄고 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경사길, 시각장애자를 위한 점자 블록, 횡단보도 신호등의 잔여시간 알림기능 등이다. 아직 부분적이긴 하지만 조건이 다른 여러 사람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동체로서 도시환경 만들기를 위한 노력의 성과라 할 수 있다.
금융기관이나 공공장소 이용자는 언제나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신체상태가 좋은 사람만이 아니다. 예를 들면 외국인, 글을 아직 읽지 못하는 어린이나 무학력자, 노인들이 있을 수 있고 육체적,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일 수도 있다. 더구나 장애인이나 노약자들도 많은 실정이다. 이 경우 반드시 유니버설 디자인 관점에서 이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끝으로 간판의 컬러 코디네이션 문제를 짚고 넘어가자. 배색과 색채계획에 기초한 간판 배치로 도시의 색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며 정서적 조화와 도심의 활력을 위한 조명도 적절히 구성해야 할 것이다.

도시환경과 관계해 발생하는 부자연스러움
도시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 집단체제이며 인간에게 주어진 자연 환경과 반대 개념이다. 도시환경에 존재하는 무수한 정보 중 간판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간판은 원래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기호를 의미하며 시각을 통해 인간의 체험을 풍부하게 해준다.
아울러 간판은 광고매체로서 뿐만 아니라 도시미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도시의 특성을 나타내는 긴요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므로 도시환경을 이루고 있는 시각적 구성요소 즉 건물의 형태, 간판의 색상과 크기 그리고 기타 거리의 조형물 등이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질서와 조화를 이룰 때 그 도시의 아름다움은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단순히 시각적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라 도시의 전체 환경차원에서 조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러므로 도시경관을 고려한 좋은 간판은 적절하게 잘 통제된 디자인을 통해 도시의 이미지와 미적기능을 충족시키면서 그 도시의 특징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각 은행들은 자기 은행에 대한 식별성을 높이기 위해 각 이미지를 색이나 형태 그리고 문자 등을 사용해 독특하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간판의 자체적인 문제점과 도시환경과 관계에서 발생하는 부자연스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논문을 통해 최창화 기업은행 팀장은 은행 간판은 앞으로도 다각적 연구와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도시환경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모색하고 제작해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간판의 크기와 색채 등을 정량화한 분석자료 필요
첫째, 규격 획일화에 따른 문제점이다. 간판과 관련한 법규의 허용범위를 최대한 채우려는 생각으로 제작하다보니 주변 환경이나 건축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형 간판이 만들어지고 또 건물 하나에 수많은 간판들을 무질서하게 부착해 시각적으로 혼란이 생겨 도시미관을 해치기도 한다.
둘째, 가독성 저하 문제다. 이것은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한다. 지점명, 영문명칭, 홈페이지 주소, 그 외에도 은행의 부수적 업무인 365자동화코너, PB 전문점, 부동산 컨설팅, 환전, 상담 등 여러 문구를 모두 표시하고자 하기 때문에 정작 가장 중요한 은행명의 가독성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 점은 은행명과 로고만 단순하게 표기해 은행의 존재를 확실히 부각시키고 있는 해외 선진은행들과 뚜렷하게 대비되고 있다. 더욱이 문자의 시각적, 공간적 비례와 크기 그리고 문자의 수를 고려해 가독성만 강조하다 보니 글자가 크고 획이 굵어져 로고타입의 몰개성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셋째, 개성 없는 색상 문제다. 주변 환경이나 지역 특색을 고려하지 않고 도심 환경과도 전혀 동떨어진 그저 최근 유행하는 색상만으로 간판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 은행이 청록색 계열을 사용하고 있어 각 은행별로 구분이 모호하고 독자적 특색이 거의 없다. 넷째, 획일적인 소재 사용 문제다. 간판을 제작할 때 사용하는 소재는 내부조명, 화면 등 대부분이 천편일률적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각 은행은 광고물 전담 부서를 만들어 디자인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때에는 옥외광고물등 관리법, 옥외광고물등 관리법 시행령, 옥외광고물등 관리조례,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 제조물 책임법 등을 아우를 수 있는 광고물 관리와 운영체계를 마련하고 관리성, 제작성, 활용성 등을 현실화해 도시미관을 고려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인간공학적 측면을 고려한 간판을 설치해 색채, 정보표시만을 표시한 간결한 디자인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색채환경 조성을 위한 색채기호도 조사를 현실적으로 시행해 기존 색채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은행의 특성과 개성에 맞는 다양한 색상 개발 역시 중요한 문제다. 소재도 획일화에서 벗어나 과학, 공학을 이용한 다양한 소재 개발이 절실하다. 따라서 각종 재료의 특성을 연구하고 개발해 자연친화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간판을 제작해야 할 것이다.
은행을 알리는 도구로 꼭 거대한 간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작은 표시만으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은행 지점은 대부분 그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으므로 간판은 도시미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타 기업의 간판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은행의 간판은 앞으로도 다각적 연구와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도시환경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모색하고 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물 높이에 따른 간판의 크기와 색채 등을 객관적으로 정량화한 분석자료가 나타나야 할 것이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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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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