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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광고물등관리법 개정 일파만파!
2008-01-01 |   지면 발행 ( 2008년 1월호 - 전체 보기 )

옥외광고물등관리법 개정, 일파만파!

간판실명제, 옥외광고센터 등 굵직한 사안 즐비

1년 이상 국회에서 논의해온 옥외광고물등관리법 개정문제가 드디어 결론을 맺고 지난 11월 23일 국회 본 회의를 통과했다. 가장 큰 이슈였던 기금조성 광고 문제는 지방재정공제회 소속으로 한국옥외광고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기로 했고, 간판 실명제, 제작업체 감독 강화 등 사인시장의 근간을 바꾸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법 개정으로 인해 2008년에는 시행령 개정, 지자체 조례개정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2008년 신년호를 맞아 법 개정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보고 앞으로 진행할 시행령, 조례개정의 합리적인 방향을 짚어보았다.
글, 사진 : 편집부

개정법 주요 개정내용




● 교통광고 허가 예외조항 신설
대통령령이 정하는 교통시설, 교통수단에 설치하는 광고물 중에서 2개 이상 지자체를 걸쳐 운영하는 경우에는 해당 교통수단 본사 소재지의 시ㆍ도지사의 허가를 받으면 된다. (제3조의2 신설)
●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체계 재구축
시ㆍ군ㆍ구의 행정 역량만으로 불법광고물을 정비하고 지역특성에 맞는 도시 미관을 조성하는데 한계가 있어 행정자치부장관은 옥외광고물의 질적 향상과 관련산업 진흥을 위한 종합계획을, 시ㆍ도지사는 광역단위의 지원계획을 마련토록 하는 등 광고물 정비를 위한 범국가적 추진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제5조의2 신설)
● 한국옥외광고센터 신설
그간 각종 국제대회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조성용 옥외광고 사업이 개별 특별법에 의해 무분별하게 추진되어 오던 것을 옥외광고물등 관리법에 추진근거와 설치기준 등에 관한 사항을 일원적ㆍ통합적으로 마련했다. 해당 광고물의 미관성과 안전성 제고, 광고사업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도모토록 하고, 광고사업은 옥외광고센터가 일괄 수행토록 했다. 수익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옥외광고정비, 주요 국제대회 기금으로 배분토록 했다. (제6조, 제6조의2 신설)
● 옥외광고정책위원회 신설
옥외광고 관련 주요정책의 수립과 제도개선, 옥외광고물 정비와 관련산업 진흥, 주민참여 활성화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행정자치부장관 소속하에 학계, 시민단체, 공무원 등 전문가로 구성한 옥외광고정책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제7조의2 신설)
● 전화번호 이용한 광고물 단속 강화
불법 전단 등 전화번호 외 연락처가 없는 광고물에 대한 실효성 있는 단속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정보통신사업자에게 당해 정보통신 이용자의 성명 등 인적사항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10조 제3항 신설)
● 장부비치 의무화
옥외광고업체는 영업소 내에 광고물 등의 설치 종류ㆍ장소, 시기 그 밖에 시ㆍ군 또는 자치구의 조례가 정하는 사항을 기재한 장부를 비치해야 한다. 그리고 시ㆍ군 또는 자치구의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옥외광고업의 등록번호 그 밖의 필요한 사항을 영업소별로 표시해야 한다. 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은 필요한 때에는 옥외광고업체로 하여금 그 영업에 관한 서류제출, 필요한 보고를 하게 하거나 소속직원으로 하여금 영업장소에 출입해 장부, 서류, 시설 등을 검사할 수 있다. (11조의4 신설)
● 광고물 실명제 실시
광고주, 사인 제작업체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광고물에 허가번호, 허가기간, 옥외광고업자 등을 표시하도록 했다. (제16조 신설)
● 유동광고물 과태료 인상
입간판, 현수막, 벽보, 전단 등 불법 유동성 광고물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과태료 부과금액을 최고 300만원 이하에서 500만원 이하로 상향조정했다. (제20조 개정)

○ 법 개정 과정과 업계의 반응
6개 개정안 폐기 후 ‘대안’으로 국회 통과
이번 옥외광고물등관리법 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과장을 거쳤다. 2007년 2월 21일 열린 제265회 국회 제2차 행정자치위원회에서 2005년 4월 15일 박상돈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법률안, 2006년 2월 8일 장복심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법률안, 2006년 10월 23일 손봉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법률안, 2006년 12월 7일 김낙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법률안, 2007년 1월 3일 정부가 제출한 개정법률안, 그리고 2007년 1월 26일 한선교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법률안을 일괄 상정해 제안설명, 검토보고와 대체토론을 거쳐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다시, 2007년 6월 20일 열린 제268회 국회 제3차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종합심사를 한 결과 법률안 총 6건은 이를 각각 본회의에 부의하지 아니하기로 하고 이를 통합해서 조정한 대안을 제안하기로 했다. 2007년 6월 21일 제268회 국회 제3차 행정자치위원회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위원회 대안을 제안하기로 의결하게 된다.
대안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전문위원 자료를 통해 “현재 전국 400만개 옥외광고물 중 20% 이상이 불법광고물이고 적법한 광고물이라 하더라도 건물마다 가득 찬 간판 홍수로 인해 도시미관을 크게 훼손하고 있으며 불법 현수막, 벽보, 전단 등이 매년 3억여 개 이상 단속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도심이 광고물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제22회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지원법 등 각종 국제대회지원법의 규정에 의해 대회 조직위원회가 설치하는 광고물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목적 광고물은 기본법인 옥외광고물등 관리법에서 금지, 제한하는 장소, 규격 기준을 초월해 무분별하게 난립함으로써 경관훼손과 교통위험을 초래하고 일반 광고물의 불법조장과 형평성 문제 등이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불법광고물 범람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옥외광고물의 질적 향상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불법 전단 등에 실효성 있는 단속장치 마련, 광고물 실명제 도입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행정자치부, 각 시도의 책임과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각종 특별법에 의해 국가가 무분별하게 설치하는 광고물이 기본법인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의 큰 틀 속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명제 실시에는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
옥외광고물 관리법 개정안(이하 개정법)이 지난 11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사인업계 종사자들은 이번 법 개정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며 나름대로 대응책도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개정법이 사인업계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개정법을 두고 업계 종사자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비판적이다.
충북 제천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휴먼플러스 엄태석 대표는 “양적팽창에서 질적 수준향상으로 변해가고 있는 시대적 추이에 따른 대세이긴 하지만 업계의 자정노력을 권고하고 지켜본 뒤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영세한 자영업에서 전문업으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급작스런 변화여서 사인업계에 큰 파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바람직하던 바람직하지 않던 충분히 예고된 변화였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한다.
한국옥외광고협회 서대문구지회 김영훈 지회장은 “광고물 실명제 등 몇몇 신설 조항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나머지 내용은 탁상공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개정법 내용 중 다수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실명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데 그것은 불법간판을 걸러내는 취지가 있기 때문이고 중요한 것은 이것 역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시행령을 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개정안 내용이 아직 구체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시행령이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뒤따랐다. 그리고 산발적으로 다른 의견들을 보이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큰 줄기를 같았다. 즉, 불법적으로 난립한 광고물 단속 필요성은 인정하나 단속을 위한 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정과정에서 충분한 사전 논의가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에 대한 이의제기가 이어진 것이다. 사인업계와 광고주 등 실제 사인산업을 구성하는 구성요원들과 협의를 통해 왜 법개정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 법을 제정하기 앞서 심도 있는 이런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개정법은 사인업계에는 새롭게 자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데 의의를 둘 수 있지만 개정에 앞서 업계 종사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일방적인 장부 공개 요구는 기본적인 재산권 침해
전남 순창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성광고 김래진 대표는 “옥외광고물을 처치 곤란한 고민거리로 생각하는 일부 공무원들이 주도한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규모 사인 제작업체들의 생활고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명제 도입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소비자인 광고주가 디자인 실력이나 제작 능력을 한 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실력이 있는 업체가 더 많은 일감을 수주해 가격으로 승부하는 현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옥외광고 업체 상시 관리체계 구축안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 일색이다. 한 종합광고 대표는 “‘옥외광고 업체 상시 관리체계 구축’이라는 멋들어진 문구를 개정안에서 확인했다. 내용을 보니 등록증과 장부를 항시 비치해 관(官)에서 나오면 언제든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취지를 떠나서 일방적인 장부 공개 요구는 기본적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옥외광고업 종사자들이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기가 찰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인 제작업자는 “영업소 내에 자치구 조례에서 정한 내용을 기재한 장부를 비치해야한다는 조항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장부를 비치하면 합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장부를 비치하지 않으면 불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려는 것인지 도대체 왜 이러한 개정안을 제정했는지 알 수 없을 노릇이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실사연출 업체 관계자는 “장부를 쓰고 말고는 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다. 이것을 법으로 써라마라 할 수도 없는 것이고 또 보여달라 요구할 수도 없는 문제다. 이건 엄연한 월권행위다. 어떻게 보면 영업실적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건데 세무서도 아니고 세금 꼬박꼬박 내는데 찾아와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업체는 “옥외광고 실명제와 등록제만 자리를 잘 잡으면 굳이 업체까지 찾아와 장부를 뒤적여볼 필요가 없다. 실명제와 등록제를 통해 관련 사항을 모두 데이터 베이스화하면 간편하게 등록 여부와 시기, 허가 여부를 확인 할 수 있을 텐데 그럴 생각은 하지 않고 저들 편하자고 업체에게 일거리만 떠넘기자는 수작이 아니고 뭔가?”라고 성토한다.
광고주가 옥외광고센터에 끌려다닐 가능성 높다
개정안이 나왔다고 해도 사업을 해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업계 분위기는 기존 사업진행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므로 보인다. 물론 이번 법 개정에 따르는 시행령 개정에 더욱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시행령 내용 하나하나에 울고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매체사, 광고회사, 대형 출력업체 등은 기금조성 광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개정법에서 명시한 옥외광고센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이노션의 안광현 대리는 “기존에는 개별 민간 사업자가 개별매체 입찰에 참여해 낙찰을 받으면 소위 매체사가 되어 일정 비용을 부담하고 사업을 수행했다. 이제는 행정자치부가 산하에 옥외광고센터를 설립해 모든 매체 운영을 관장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경우 옥외광고센터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와 같이 독점적 지위를 누릴 우려가 있다. 특히 매체 특성상 랜드마크 기능과 장기계약 조건 때문에 자칙 잘못하면 광고주가 옥외광고센터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이라고 말한다.
금강오길비 최정훈 차장은 “옥외광고센터를 설립해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매체사 입장에서 볼 때 상당히 희망적인 내용이다. 옥외광고센터가 단순히 광고 입찰을 진행하는 등 사업을 진행하는 기관에서 더 나아가 미국의 TAB(Traffic Audit Bureau)처럼 옥외광고 효과측정을 하는 자료를 만드는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개정법으로 인해 그동안 불법적이고 음성적으로 난립해 있던 옥외광고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근간이 마련됐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아쉬운 것은 개정법 내용 중 대다수가 상당히 추상적이고 현실과 괴리된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옥외광고센터가 과연 광고매체 유통과정 중 어느 부분까지 손을 댈 것인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강오길비 최 차장은 “입찰부터 광고 효과측정 데이터를 구성하는 부분까지 모든 부문을 맡았으면 한다. 특히 입찰에 대한 문제는 지하철 3호선 광고 유찰 같은 일에서 볼 수 있듯이 개정이 시급한 상황인데 매체 단가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고가 입찰을 통한 업체간 과다경쟁을 하는 현 시스템은 결국 공멸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옥외광고센터가 중심을 잡고 상ㆍ하한가를 정해서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 합리적인 시행령, 조례 개정방안
옥외광고센터는 광고효과 측정 시스템 구축해야
이번 법 개정에 이어 행정자치부는 시행령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의 조례개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 종사자들은 앞으로 세워질 구체적인 조항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우선 옥외매체 분야의 의견을 들어보면 시행령을 제정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크리에이티브 가이드라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광고물을 어느 장소에 어떤 형태로 설치할 수 있는가에 대한 허용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정하는 것인데 현행보다 더욱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옥외광고센터가 공신력 있는 효과 측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는 의견도 제시한다.
이노션 안광현 대리는 “하루 빨리 가이드라인이 정해졌으면 한다. 국회가 선거 등으로 공전하면서 법 개정을 벌써 1년여 동안 끌었고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관에서 이런 사정을 감안해서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야립 등 옥외매체도 철저하게 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즉 광고매체는 매체로서 상품성이 있어야 한다. 규격과 위치를 지나치게 제한해 상품성을 잃게 되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개정안 중에는 전화번호를 이용한 광고주(점포주) 추적 법적근거도 마련돼 있다. 이에 대한 사인 제작업체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반색 일색이다. 동환종합광고 서종운 대표는 “전반적으로 규제 일색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법 개정을 보면 ‘제대로 움직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그는 여기에 덧붙여 “불법 광고물 비중이 전체의 20%라고 발표했는데 현실은 그보다 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물론 불법광고물에 손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근절! 근절! 하지만 그 근절에 투입하는 노력과 인력이 아직까진 부족해 보인다.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싶다면 더욱 강력하게 단속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GPS방식, 건물별 카드발급 등 실명제 묘안 백태
몇 해 전에 실행했다가 게 눈 감추듯 사라진 규정이 있는데 바로 실명제다. 이번 개정법을 보면 다시 실명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취지는 좋지만 과연 그 형태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사인 제작자는 “80년대 후반에는 법적 규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업체 스스로 자체적으로 실명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간판 한 켠에 제작업체명과 전화번호가 찍힌 알루미늄판을 붙인 것이다. 자사 홍보를 위함이었는데 그만큼 제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당시에는 거의 모든 사인을 수작업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소재선택에서부터 형태, 디자인까지 개성이 넘쳤다고 후문이다. 그래서 결과물에 대한 자부심이 더 생겨 실명제라는 방안까지 도입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실명제를 실시하기 위한 방안으로 디자인그룹 자부심(주) 김운곤 과장이 제시한 두 가지 방법에 관심이 간다. 첫째는 일부 지자체에서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간판 자체에 실명제와 관련한 내용을 명기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관리자가 한 건물에 설치되어 있는 간판을 데이터화해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GPS시스템을 적용하는 방법이다. 자동차의 GPS와 방식은 유사하다. 이 역시 특정 관리자가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고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공개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원도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씨앤씨디자인 서선일 팀장 역시 이번 개정법 내용 중 실명제가 가장 피부에 와 닿는다고 밝힌다. 그는 “과거 스티커 부착 방식으로 실명제를 시행한 적이 잠시 있었는데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관리 소홀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으로 판단한다. 어떤 안을 실행했을 때 중요한 것은 그 방법론보다 시행 후 주기적인 관리와 제제를 가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실명제는 일단 효율적인 방법론부터 갖춘 후 관리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서 팀장은 “바코드, 전자식 리모콘 등 다양한 안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방안은 아직까지 없는 듯하다. 사인에 실명을 표시하는 방식 대신에 마그네틱 카드 등을 이용한 실명제 확인증을 해당 점포주에게 발급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확인증 분실 시 재발급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함께 고려할 사항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옥외광고물이 실명제 인증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사전에 마련하는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옥외광고정책위원회에서 기술개발 위하 노력 겸해야
행정체계 재정립과 관련한 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도 적지 않다. 한 사인 제자자는 “지역별로 디자인, 크기, 수량, 설치 위치 등이 모두 달라 기준을 잡기가 어렵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광역자치단체의 기능과 권한을 재정립한다는 것인데 옥외광고물 형태에 대한 기준이 새로워질 것이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옥외광고물은 지역적 특성보다 건물 특성을 살리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즉 지역적 특성을 살린다면 구역 경계, 지역 캐릭터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원도 용평은 대다수 간판에 평창올림픽 캐릭터를 일괄적으로 넣었는데 외관상 흉해 보인다. 반면 건물의 특성을 살려 옥외광고물을 제작하는 것은 얼핏 방대한 작업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건물 소재는 화강암, 벽돌, 콘크리트, 범랑, 드라이 비트 등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벽돌에는 모던한 사인을, 범랑에는 사이버틱한 사인을 적용하면 건물과 사인이 조화롭게 연출돼 결국 옥외광고물의 질적 수준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옥외광고정책위원회 위원을 구성할 때 반드시 실제 현장 일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가 포함되어야 한다는데도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장에 대해선 잘 모르고 행정논리만 앞세우는 사람들로만 구성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인디자이너는 “개정법에 옥외광고정책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나와 있다. 학계, 시민단체, 공무원 등 전문가로 구성한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법률이나 제도개선을 주로 다룰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물론 논의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 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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