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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출 사인
2007-10-01 |   지면 발행 ( 2007년 10월호 - 전체 보기 )

종횡무진(縱橫無盡)
종과 횡을 자유롭게 넘나듬에 거침이 없어라
돌출 사인


타이베이 101(Taipei Financial Center), 높이 509.3cm,
페트로나스 타워(Patronas Tower), 높이 452m,
시어스 타워(Sears Tower), 높이 443m
인간의 본능은 수직으로 향했다. 하늘에 닿을 수 있다는 꿈과 함께 탑을 쌓아 올린 바빌로니아 최초 인류였다. 높이 더 높이 하늘로 솟았던 사람들, 하지만 바람 한 줌과 함께, 엉클어진 세치 혀와 함께, 바벨탑이라는 전설과 함께 지상 위로 흩뿌려져 다시금 두 발을 흙에 묻어야 했던 최초의 사람들. 이제는 세계 각지에 그들이 뿌리내린 염원만 남아 또 다른 바벨탑으로 수직 상승의 욕구를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반사하는 빛으로 채울 뿐이다. 그렇게 인류의 본능은 세로를 동경했다.
하지만 현대 사람들은 가로본능을 선택했다. 쉽게 말해 트렌드다. 핸드폰 광고에서 시작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서서히 가로읽기 신문부터 우리는 줄기차게 횡적인 삶을 지향했는지 모른다. 하물며 사인을 봐도 전면에 내걸리는 것은 세로보다는 가로다. 그 편리함과 익숙함에 눈이 먼저 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굳이 높은 건물이 아니더라도 아직 세로본능은 곳곳에 남아 꿈틀대고 있다. 거리를 거닐다 살짝 고개만 꺾어도 금새 손 흔들며 반기는 이들이 그것이다. 바로 돌출사인이다.
전면의 횡에 맞서 종으로 툭 붉어져 나온 것이 돌출이라. 건물이 높아져도 유행이 바뀌어도 굳이 어려운 세로본능을 택한 것이 돌출사인인 셈이다. 지금 와서 보면 기존 기다란 담쟁이 넝쿨마냥 건물 외벽에 척 늘러 붙어 이정표 구실을 해냈던 것이 삐뚤빼뚤 뻐드러진 못난 잇속 같기도 했지만 최근 돌출사인의 변화를 살펴보면 세대간의 결합이라고 해야 할까. 종과 횡으로 거침없이 엮인 맵시가 제법 야무지다.
시공할 건물의 위치, 소재부터 높이, 바람, 발통(지지대), 사인의 무게, 전면과의 조화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짊어지고도 한결 가뿐해진 몸과 다양한 소재들로 횡을 꿈꾸며 종으로 자신을 알리고 있다. 또 성형, 배너, 채널, 전광판, 조형물 등 다양한 발상은 건물의 액세서리 감초기능을 톡톡히 해내며 한껏 당당하게 시선을 반긴다.
어느날 문득 높아진 하늘에 다시금 본능이 꿈틀거린다면 살포시 고개를 꺾어 대차게 손 한번 흔들어 주도록 하자. 최초 인류가 꿈꿨던 본능과의 만남을 종횡무진 건물의 외벽을 버티는 그곳, 그곳이 시작이다. 글: 김 주 희 / 사진: 김 수 영



벽면 밖으로 빠끔히 고개를 내민 듯 홍보하는 모습이 제법 귀엽다. 크기로 봐서는 여왕 흰개미감인데 고작 방이 7개라니 탑을 쌓듯 집을 짓는 아프리카 종족이 들으면 호적을 파낼 일이다. 삼색 체크 패션센스도 Good! 그 이상을 상상케 하는 녀석의 눈동자와 더듬이까지 모두모두 Very good! 누가 돌출사인이 도로 공간을 침범한다고 감히 말하겠는가!



건물 파사드와 색채를 통일해 검은색으로 처리한 정사각형 프레임이 돋보인다. 검은색이 아닌 다른 색으로 돌출행동을 유도했다면? 그야말로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깔끔하게 도장한 전면도, 보색대비를 이룬 비대칭 노란메시지까지도 암흑천지로 묻혀버렸을 테니 말이다.



노출 콘크리트 벽면에 설치한 텅스텐 캐노피를 따라 돌출의 프레임과 발통 역시 소재를 텅스텐으로 통일해 자연스럽게 시선을 흘려주고 있다. 또 돌출사인에 삽입한 멋들어진 케이크는 심플한 테두리 따내기 글자(일명 스카시)로 구성한 전면을 완벽하게 보완하며 건축물과 사인의 완벽한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



얼핏 봐선 두꺼운 백과사전 모양을 본뜬 고명한 서점의 돌출사인 같지만 '마샬뷰티살롱'이다. 미와 지를 겸비하라는 뜻일까? 기업소개를 할 것 같으면 이 영광을 미용실 원장님께'라는 명언을 남긴 유명한 토종 미용실 브랜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텅스텐 소재를 조각해 은은한 조명을 사용,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장수기업 이미지를 잘 활용했으며 전면사인과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차 번호판을 떼다 붙인 것 같은 돌출 사인을 뚝 떼어내 침목으로 베고 구름아, 세월아 노래 한 자락 뽑으면 딱이련만.. 자세히 보니 허공을 가르는 트럭이 지 몸보다 더 무거운 짐을 싣고 부랴부랴 길을 떠난다. 점포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주인의 아기자기한 감각은 확실히 돋보인다.



언제부턴가 유럽풍 분위기에는 어닝과 철제단조사인이라는 공식이 성립됐다. 하지만 상큼한 점포명과는 달리 색 바랜 어닝은 고급스런 유럽풍과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 섬세함이 특징인 철제단조사인에 묵직한 채널사인 역시 너무 버겁다. 도형 두 개를 뚝딱 붙여 놓은 형태가 아니라 애플의 독특한 폰트만 살려 '레스토랑'은 그냥 싹뚝 잘려버렸다면 더 나았을 것 같다.



전면에 설치한 굵은 철사 한 자락 떼어 말총머리 동여매듯 질끈 묶었다. 핸드메이드 폰트는 감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안전이 최고다. 태풍에 철사라도 끊어지는 날에는 지나가는 행인1은 영문도 모르는 판자에 쌍코피 터지겠다.



최근 돌출사인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발통을 없애고 직접 벽에 부착해 오히려 건물의 액세서리 구실을 톡톡히 해내는 것이다. 이때는 더욱더 건축물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는 소재와 색감의 선택이 중요하다. 약간 거친 벽면과 함께 자연스럽게 녹이 스는 소재를 사용해 질감을 통일, 벽면을 타고 흐르는 사인의 눈물 자욱까지도 아름답다.



사실 돌출사인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는 컨셉트가 사각형을 벗어났다 싶으면 바로 시계다. 여지없이 등장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벽시계를 디자인 했다는 것? 친절해서 좋지만 낮술은 민망해서 절대 못할 것 같다.



슬레이트 소재 지붕 아래 걸린 돌출사인. 소박한 마음새가 정겹기만 하다. 꼼꼼한 마감처리도 하얀 여백만큼이나 좋다. 나뭇결이 조화로운 핸드메이드 사인이다.



어떤 작품들이 있을지 쉽게 짐작을 할 수 있다. 쇠파이프에 쩔렁 걸어 놓은 누더기 드럼통 아트라는데 어찌하랴. 패~스



전면에 설치한 굵은 철사 한 자락 떼어 말총머리 동여매듯 질끈 묶었다. 핸드메이드 폰트는 감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안전이 최고다. 태풍에 철사라도 끊어지는 날에는 지나가는 행인1은 영문도 모르는 판자에 쌍코피 터지겠다.



다람쥐도 누에코트? 여성의 허영심을 자극하기에 적격이다. 투명 아크릴에 파란 쇼핑백 하나를 넣어놨을 뿐인데 겨울옷 장만하고픈 다람쥐처럼 벌써 지갑이 들썩거린다. 백색과 청색의 시원한 색 대비, 특히 다람쥐 발 디딤판까지 만든 센스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콘크리트 벽면 한 블록을 떼어내 그대로 곧추 세운 것 같다. 혹시 뒤로 접으면 전면사인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발상이 독특하다. 하지만 돌출사인은 특히 무게를 고려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발통의 접지 면적을 높이기는 했지만 단단히 고정하지 않았다면 양면에 고정한 채널사인과 묵직한 콘크리트 소재를 마냥 칭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체적인 건물 크기와 점포의 정체는 의문으로 남지만 율동감이 느껴지는 곡선과 폰트가 조화롭다. 모처럼 돌출사인의 세로본능을 충실하게 일깨워준 사인.



'왓치'라는 한글이 재밌다. 친절한 점포주다. 한글에 이어 모형 돌출까지 누가 봐도 한눈에 시계를 파는 점포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전면사인과 돌출사인의 부조화, 귀여운 파스텔 네온색상과 18K 누런 금붙이 손목시계 실사가 가져오는 어색함은 진땀나는 배치지만 지금은 오후 8시! 모두 잊고 배 두드리며 TV 앞에 앉을 시간이다.



정렬적인 말의 갈기가 어둠을 휘저으며 허기진 뱃속을 향해 달린다. 하지만 어지럽게 엉킨 철물 구조물과 전선이 네온관과 얽혀 곡선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선으로 표현하는 광원인 만큼 배경 프레임과 돌출 지지 부분을 심플하게 처리했다면 천리를 달렸을 것이다.



이국적인 여인의 푸짐한 뒷태가 예사롭지 않다. 외상은 절대 못하겠다. FRP는 모형을 제작할 때 많이 사용하지만 돌출에 사용하기는 무게감 때문에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별도 발통을 구분 짓지 않고 프레임 자체를 건물 구조물에 포함시키거나 잼팩으로 단단히 보강한다면 그만한 재료도 없다. 여인이 조금 더 유혹적인 몸매로 관리한다면 매출이 2배 이상 뛸 텐데 안타깝다.



주사위 놀이라도 한판 벌려볼라치면 육면이 필요한데 참으로 난해하다. 아크릴로 조각한 숫자를 부착하고 사랑스러운 핑크로 도장한 정육면체를 냉장고 문짝 위의 자석처럼 붙여놓았으니 말이다. 소심한 캐노피가 없었다면 조금 불안해 보이는 설정이었겠지만 점포의 아이덴티티를 일단 제외하면 절도 있는 프레임에 애교 넘치는 돌출이다.



슬레이트와 철망도 구성만 잘하면 신소재처럼 보일 수 있다. 철망의 교차선과 슬레이트의 곡선이 묘하게 섞이며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옷가게에 녹이 스는 소재라니 잘 하면 앙드레김이고 여차하면 김봉남이겠다.

대표이사 생각
달달한 것이 당기는 날에는 이곳으로 달려가자
Blue Ice 블루아이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단 것이 없으면 노래를 하지 못하고, 또 어떤 이는 불쾌지수가 폭발하여 신경질을 일발장전 한 순간에 단 것을 입에 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봄눈 녹듯 사라진다. 그리고 예부터 시험 때 엿을 먹는 풍속도 단 것을 섭취하면 뇌 활동에 좋다고 하여 먹었다고 하니 단 것은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단 것이 당기는데 부드럽게 섭취하고 싶다면 단연 아이스크림이다. 부드럽게 당분을 섭취하며 히스테릭한 세상사를 잠시 있을 수 있다면야 그곳이 바로 무릉도원일 게다. 지금 마음속에서 천불이 일고 분노게이지가 무한질주 수준까지 올라갔다면 블루아이스로 가자 달달한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물면 게이지가 바닥으로 서서히 내려갈 것이니.
글: 노 유 청 / 사진: 김 수 영



점포개요
업종: 아이스크림 전문점
위치: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
사인개요
소재: 아크릴, 알미늄
디자인: 블루아이스 이탈리아 본사

아이스크림 이탈리아 그리고 블루
아이스크림하면 왠지 업계를 독식 하다시피 하는 서른 한 가지가 생각나고 이탈리아하면 단연 엔초페라리가 생각난다. 그리고 블루 하면 중학교때 그랜드블루라고 잘못 읽어 친구에게 호된 꾸지람을 들었던 뤽베송의 그랑블루가 생각난다. 이렇듯 아이스크림, 이탈리아, 블루에 대한 이미지는 각각 다르지만 그 세 가지를 조합하면 블루아이스라는 답이 나온다.
이탈리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블루아이스는 1930년에 설립된 꽤나 긴 역사를 가진 아이스크림 회사인데 그것이 국내에 들어와 지난 5월 일산 웨스턴돔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원래는 콘 형태의 아이스크림을 의미하는 젤라또(Gelato)라는 상호를 사용하다 1992년 본사 리뉴얼 작업을 거쳐 영문으로 구성한 블루아이스를 사용했다.
매장측면에 툭 튀어나와 있는 아이스크림 모형의 돌출간판이 지나가는 사람들 발길을 멈추게 하는데 돌출간판은 이탈리아 본사에서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해서 전 세계 매장에 설치한다. 일산 웨스턴돔점 역시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돌출 간판을 설치했는데 왠지 과거 ‘이태리직수입 명품’ 이라는 촌스러운 문구가 생각남과 동시에 무언가 더 좋아 보이는 착시효과 가지 나타나 묘한 느낌을 주는 돌출간판이다.
그리고 매장 전면에 설치한 간판은 돌출과는 달리 국내에서 직접 제작했는데 이탈리아 본사와는 약간 다르게 제작했다. 이탈리아본사는 아크릴을 이용해 약간 라운드 형태로 제작을 했지만 국내 사인시장 특성상 작업에 대한 어려움이 있어 라운드는 주지 않고 평면 통유리위에 블루아이스라는 영문을 채널사인으로 설치했다.
INTERVIEW

아! 아이스크림이다.
이왕행?(주)블루아이스 코리아 대표이사 whlee@blueice.co.kr
간판은 곧 매장의 얼굴이다. 길거리를 지나며 볼 수 있는 수많은 간판들은 마치 다양한 사람들 얼굴을 보는 것과 같다. 잘생긴 것도 있고 못 생긴 것도 있고 특이하게 생긴 것도 있고 별 특징 없이 평범하게 생긴 것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간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뭔가 사람들 시선을 끌어들이는 디자인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너무 튀는 간판은 도리어 사람들 눈을 피로하게 한다. 다시 말해 특이함과 평범함 사이에서 중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블루아이스 돌출 간판이 딱 중도를 지키는 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왕행 블루아이스 대표이사는 “이탈리아에서는 매장분위기나 사인을 화려하게 하지 않고 사인 제작이나 설치 부분에 큰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것이 단순히 블루아이스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런데 이번 돌출간판 역시 화려함에 주안점을 두지 않고 제작했기 때문에 간판이 다른 매장에 비해 튄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형태를 아이스크림으로 제작해서 화려함보다 충실하게 아이스크림 매장임을 알리고 있다. 돌출 사인만 봐도 아! 아이스크림 매장이구나 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는 상호를 디자인할 때 블루컬러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을 수차례 들어올린 아주리군단을 보유한 이탈리아가 왜 블루 컬러를 선호하지 않는지는 알 수 없을 노릇이지만 상호를 디자인할 때 블루 컬러를 선호하지 않는 않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는 그다지 좋은 반응은 없지만 우리나라에 서는 반응이 좋은 편이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점이 왠지 모를 좋은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어 반응이 좋은 것 같다며 이왕행 대표이사는 웃음을 짓는다.
이렇듯 이탈리아를 한껏 머금은 아이스크림 블루아이스는 기존 2강 구도로 설명할 수 있는 아이스크림 업계에 도전장을 내고 있었는데 지금 달달한 무엇이 당기는 당신 블루아이스로 달려가서 아이스크림을 한입 물어보자 그리고 외쳐보자 “부오니씨오(Buonissimo 아주 맛있다 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라고 말이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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