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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하락ㆍ결제지연 악순환 고리 끊어야
2007-06-01 |   지면 발행 ( 2007년 6월호 - 전체 보기 )

마진하락ㆍ결제지연 악순환 고리 끊어야

가격경쟁으로 인한 폐해는 진부하지만 심각한 문제다. 사인 제작방식이 평준화하면서 자구책으로 가격인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전체 시장의 분위기가 위축되고 결제지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모두가 인식을 바꿔 가격인하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 대신에 시장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글 : 김유승

꼬리에 꼬리는 무는 가격문제
K씨는 가슴 한 켠이 답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솔벤트 실사기와 현수막 출력기를 갖고 있는 젊은 사람이 인근에 들어와 사업을 시작했는데 1년 만에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자기 단골 고객 중 한 사람이 실사기가 있는 다른 업체에서 실사현수막 수십 장을 찍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한숨이 푹푹 나왔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와 술자리에서 K씨는 조금씩 속내를 털어놓았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같애. 예전처럼 마진도 별로 없고, 한 달 내내 뼈빠지게 일해봤자 사무실 임대료 내기에도 빠듯하다니까. 통장 들여다 보면 한숨이 푹푹 나오지. 작년에 이사하면서 은행에서 한 5천 정도 대출받은 거 있거든, 그거 이자내야지, 딸년 등록금 내야지, 자재상에 밀린 외상 갚아야지.”
“밀린 외상이 얼마나 되길래?”
“달달이 한 삼백씩은 쌓이는 거 같애. 그래도 오랫동안 별 탈 없이 잘 지내왔는데, 그쪽도 사정이 안 좋은지 요즘엔 통 여유를 안 주더라구. 한 달 이상은 절대 못 넘어가. 그렇다고 다른 자재상에 가면 찬밥인데, 바꿀 수도 없고 말야.”
K씨의 고민은 결국 마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발생한다. 자신의 마진이 줄다보니 거래처에 제대로 결재를 하지 못하게 되고 이러한 연결고리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90년대 이후 양적, 질적으로 큰 성장을 거듭했지만 우리 사인산업에는 여전히 큰 걸림돌이 자리잡고 있다. 다들 말로는 마진이 줄어든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인건비, 자재비 상승 등은 이어지고 있지만 제품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각종 자재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는 물론 사인 제작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유불문하고 무조건 경쟁사보다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해서 판매하기에 급급하다.

일거리는 줄지 않지만 마진은 갈수록 줄어
본지가 여러 차례 지적했던 것처럼 거래 물량은 꾸준하게 늘고 있으나 우리 업계에서 최근 드러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바로 외상기간이 부쩍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관계자들이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즉시 개선하지 않을 경우 연쇄적으로 큰 난관에 봉착하는 기업들이 줄지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자재유통업체 관계자는 요즘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렇게 외상기간이 부쩍 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단가 하락이다”라고 진단한다.
소재나 장비 유통업체, 사인 제작업체 등 업종에 상관없이 이와 같은 폐해는 계속 나타난다. 한 장비 유통업체 관계자는 “구매자인 제작업체들 중 일부가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제사정이 나빠지다보니 장비 대금 결제를 계속 미루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사례가 쌓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례가 나타날 경우 해당업체와 거래관계에 있는 업체들에게 연쇄적인 손실이 발생하므로 문제가 증폭된다”고 지적한다.
소재와 장비를 사용하는 제작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광고주나 점포주로부터 대금을 제 때 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재, 장비 대금결제를 미룰 수밖에 없다는 것. 서울시 중구에 있는 한 사인 제작업체 관계자는 “오랫동안 거래해 온 단골고객으로부터 받아야 할 미수금이 자꾸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재나 장비대금을 제 때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어젯밤에도 술자리를 같이 했지만 결제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또 다른 업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거리는 과거에 비해 줄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늘고 있다. 하지만 자금 흐름이 매우 더디다. 받아야 할 금액, 줘야할 금액 모두 자꾸만 늘고 있다. 빨리 받아서 갚아야 하는데 큰일이다. 이대로 가다간 공멸할 수밖에 없다. 없는 돈에 빚을 내서 줄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 서로가 사정을 다 알다보니 줘야할 사람도, 받아야할 사람도 선뜻 결제를 독촉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서로 쉬쉬하는 와중에 상처는 점점 치유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

가격경쟁의 폐해는 결국 결제지연으로 이어져
결제 지연에 따른 문제점은 마치 가족간에 벌어지는 경우가 비슷해지고 있다. 친척간에 금전거래를 한 후 약속했던 날짜를 지키지 못하고 결국 남남보다 더 사이가 멀어지는 사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족이기 때문에 믿고 거래를 한 것인데,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서로 말도 잘 하지 못하고 속만 끓이다가 결국 법정다툼까지 가기도 한다.
서울 면목동에 있는 한 실사연출 전문업체 역시 최근 들어 결제문제로 속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거래처 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결제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인정상 그냥 넘어가는 것이 일쑤다. 이제 이런 관행을 타파하고 이성적인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인정에 얽매여 쌓여 있는 악성 미수금이 생기면 차라리 거래를 끊는 것이 낫다. 최근 삼백만원 정도 악성 미수금이 남아 있는 거래처가 있었는데, 2년 이상 거래해 온 단골고객이었지만 단호하게 거래를 끊었다. 미수금 해결을 위해 신경쓰는 것보다 차라리 다른 거래처를 찾는 편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업계 종사자 중 상당수는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치열한 가격경쟁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인건비와 자재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제품 가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낮아진다. 광주광역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사인업체 관계자는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떨어뜨린 것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가격이 저절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우리 모두가 가격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다. 떨어진 가격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결제를 미루게 되는데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남게 된다”고 지적한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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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기타
200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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