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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정글 거리의 정보량을 줄이자!
2007-03-01 |   지면 발행 ( 2007년 3월호 - 전체 보기 )

정보의 정글, 거리의 정보량을 줄이자!

도시는 지금 정보의 정글입니다. 교통표지와 같은 공공정보, 건물을 도배하다시피 한 상업 간판,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과 벽보, 보행로까지 침범한 입간판 등 시민의 눈은 과잉정보로 잠시도 쉴 수 없습니다. 만인이 만인을 향해 상업적인 메시지만 발신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의 현장입니다.
우리 도시의 간판들은 크고 지나치게 많아 시각적인 혼란을 일으킵니다. 어딜 가나 똑같은 재료와 형식의 간판들로 지역의 특성은 가려집니다. 가령 주거지역은 지역 성격상 간판이 크고 많을 필요가 없지만, 이 곳에도 간판은 넘쳐나 정온(靜穩)한 환경을 원하는 주민들의 소박한 희망을 좌절시킵니다. 또 밤이면 과도한 발광체를 사용한 간판들이 주민들의 시각을 더욱 자극합니다.
인간의 시각정보처리 능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간판이 크고 수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전달효과가 높은 것은 아닙니다. 더욱 크게, 더욱 많이, 더욱 강렬한 색을 추구하는 간판들은 개별 정보로 전달되지 않고, 그저 어지럽고 복잡한 표면으로 인식됩니다. 자신의 점포를 부각시키기 위해 설치한 과도한 광고물은 다른 점포의 경쟁심을 부추기게 됩니다. 결국 과다한 정보량은 정보전달의 효과를 떨어뜨리게 되고, 온갖 도시문제들을 낳게 합니다.
도시의 정보에는 위계가 있습니다. 공공정보는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어느 경우에나 사적 정보에 우선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가로에는 사적 정보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밀집도가 높은 상업 간판에 묻혀 교통표지와 같은 공공정보는 잘 읽혀지지 않습니다. 또 모든 정보는 제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식당의 메뉴판 속에 있어야할 정보마저 간판에 크게 표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광고가 공공정보를 압도하는 이러한 혼란상은 사고나 재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점포주들은 간판을 자신의 사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의 시각에 노출된 모든 시설물과 거리경관은 사회의 공공자산입니다. 시민의 시선은 간판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눈을 감고 길을 걸어갈 수 없기 때문에 거리의 표면에 게시된 모든 시각정보들은 강제적인 성격을 띱니다. 따라서 자극적인 간판, 과다정보로 시민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가로환경은 일종의 시각공해이자 폭력입니다.
시민들은 이미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회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이 국민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공공시설물 중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요소는 간판과 옥외광고물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시민들이 스스로의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할 차례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도시들은 주민협정제도를 두어 주민들이 경관을 아름답게 관리하는 것을 서로 간에 약속하고 간판에 대한 규율도 자발적으로 지켜나갑니다. 간판의 문제는 관 주도의 통제로는 한계가 있으며, 시민이 함께 풀어 나가야할 과제입니다.
우리의 도시가 과밀과 과잉정보로 황폐해진 데는 나의 정보가 남의 정보를 이겨야한다는 이기심과 경쟁심이 있습니다. 경쟁구도는 이제 절제와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하는 시민의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내 간판이 건물에 잘 어울리고, 이웃 간판과 나란히 공존하며, 도시경관에 조화롭게 통합될 때 정보전달도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인식이 뿌리내려야 합니다. 아름다운 선진도시는 쾌적한 시각 환경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권영걸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학장 / 공간디자인
(사)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국회 공공디자인문화포럼 공동대표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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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기타
200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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