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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형 광고물 강제 정책 어떻게 볼 것인가? \r\
2005-05-01 |   지면 발행 ( 2005년 5월호 - 전체 보기 )

특별 좌담회 Special Forum
입체형 광고물 강제 정책, 어떻게 볼 것인가?
작년 8월 서울시가 일부 구간에 대해 2층 이상엔 입체형 광고물만 허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사인 업계에 큰 반향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정책적으로 종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와 청계천 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하면서 2층 이상은 물론 1층까지도 입체형 광고물로 제한함에 따라 분위기가 고조됐다. 특히, 작년 연말 옥외광고물등관리법 개정이 이어 현재 행정자치부가 추진중인 시행령 개정에 2층 이상은 모두 입체형 광고물로 강제하겠다는 조항을 삽입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어서 만약 이대로 시행령이 개정될 경우 전국적으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본지는 공무원, 사인 제작업체, 기업체 담당자 등을 초청해 ‘입체형 광고물 강제 정책,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각계 의견을 들어봤다.
○ 일 시 : 2005년 4월 12일 (화)
○ 장 소 : 노독일처 (서울시 잠원동 소재 중식당)
○ 세부주제
1. 판류형 광고물은 어떤 문제가 있는가?
2. 입체형 광고물은 판류형 광고물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3. 새로운 정책방향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 사 회 자 : 김유승 월간 《사인문화》 편집장
○ 토 론 자 (가나다 순)
강민표 | (주)강우 이사
강상현 | 서울시 금천구청 광고물팀 주임
박승원 | (주)싸스컴 부장
지순철 | 광고회사 뿌리 대표
한창수 | (주)빛글 본부장

토론 1. 판류형 광고물은 어떤 문제가 있는가?
사회자 : 안녕하십니까? 월간 《사인문화》 편집장을 맡고 있는 김유승이라고 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내주신 모든 참가자 여러분께 우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작년 8월에 서울시청이 고시를 통해 일부 도로변에 한해 2층 이상은 모두 입체형 광고물만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게다가 작년 연말에 시행령 개정을 위해 행정자치부가 배포한 초안을 살펴보면 입체형 광고물 강제 정책을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판류형 광고물은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입체형 광고물은 판류형 광고물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업계는 과연 이러한 정부 정책에 대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거리에 나가보면 대다수 광고물 형태가 판류형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플렉스 간판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다들 잘 알고 계신 사항이죠. 저 수많은 판류형 광고물이 어떤 문제가 있길래 정부는 자꾸만 규제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지순철 : 판류형 광고물이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나치게 크고, 많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주변환경과 조화를 맞추지 못했습니다. 사인 제작업체들이 영세하다 보니 제대로 교육받은 디자이너를 채용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광고물을 디자인하고 설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판류형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대형화, 디자인이 접목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판류형이기 때문에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판류형 역시 형태가 사각형이라는 획일성이 문제지만 점포주나 기업 입장에서 주야간 광고효과가 매우 높은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장점이 더 큽니다. 판류형이라도 장점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판류형은 안되고 입체형만 된다는 극단적인 이분법적인 논리는 피해야 한다고 봅니다.
잘 아시겠지만 중소도시의 2층 이상 건물에 입주한 중소형 기업들이 1년 이상 영업을 지속하는 경우가 50%를 넘지 않습니다. 따라서 화면만 교체하면 재활용이 가능한 판류형 광고물은 훨씬 효율적일 수 있는 것이죠. 입체형 광고물은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오히려 판류형 광고물이 장점이 더 많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디자인이지 형태나 소재가 아닙니다.
입체형 광고물로 강제할 경우 점포주가 바뀔 때마다 사인을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제작해서 설치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엄청난 고비용 구조일 수밖에 없습니다. 판류형이든 입체형이든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는 것인데, 이를 완전히 묵살하고 판류형은 안된다, 입체형만 하라는 식으로 강제하는 흑백논리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사회자 : 판류형 광고물이 대형화, 획일화하면서 도시미관을 저해한다는 점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만 분명히 장점도 있으므로 다양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관청에서 광고물 인허가 문제를 담당해오신 금천구청 강상현 주임님은 판류형 광고물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강상현 : 저도 공무원입니다만 판류형 광고물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정책에는 반대합니다. 물론 판류형 광고물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입체형에 비해 건물을 가리는 면적이 넓다는 것이죠. 물론 입체형 광고물도 건물을 가리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사각형 박스 형태인 판류형은 그 면적이 더 넓고 건물을 두르면서까지 거대하게 설치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는 건물 층간마다 설치한 광고물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아랫선이나 윗선을 맞춘다면 그렇게 혼란스러워 보이지 않을텐데 아무런 기준 없이 아무렇게나 설치하다 보니 문제가 더 커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플렉스 간판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바로 건물 형태가 판류형 광고물을 설치하기에 매우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일부 공무원이나 학자들이 유럽에 가서 본 간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작고 디자인 수준이 뛰어나다고 하는데, 그것은 유럽의 건물 특성이 그런 간판을 설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유럽의 건물들도 우리나라와 같다면 그곳에서도 판류형 광고물을 설치했을 것입니다. 건물 형태에 적합한 광고물 형태가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 건물이 어떻습니까? 갑자기 산업화를 진행하다 보니 네모 박스 형태로 건물을 짓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습니까. 그런 사각형 스타일에 우리 국민들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사각형 건물에 사각형 광고물을 설치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우리 사인 제작업체 현실 역시 판류형 광고물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저희 구청 관내에 등록한 업체가 85개인데 이 중에서 그나마 규모가 있는 경우는 2~3개 업체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대다수 업체들은 별다른 기술이나 디자인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저 고객이 주문하는 대로 플렉스 위에 글자를 붙이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는 논의하지 않고 판류형 광고물의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 역시 어패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체형 역시 문제가 있습니다. 판류형에 비해 입체형 광고물을 건물 벽면에 설치하려면 그많은 구멍을 많이 뚫어야 합니다. 건물을 버리는 것이죠. 앞에서도 말씀하셨지만 점포주가 바뀌는 주기가 빠르면 3~4개월인데, 점포가 바뀔 때마다 입체형 광고물을 떼어내고 다시 설치한다면 건물 벽에 정말 엄청난 구멍들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또 건물을 가리기 위해서라도 다시 ‘판’이라는 형태가 필요하게 되겠죠.
박승원 : 제 개인적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93년에 처음으로 플렉스 광고물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판류형 광고물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건물 외관을 가린다는 것입니다. 그 부분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건물 전면에서 볼 때 적게는 50%, 많게는 70%를 넘게 가리고 있습니다. 건물 외관 디자인이 무색할 정도죠. 거리문화 창출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안정성입니다. 판류형 광고물들이 위 아래로 거의 붙어 있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불을 옮기는 구실을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돌출광고물이나 지주광고물은 안전도 검사와 같이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준이 있지만 건물 전면에 부착하는 광고물에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없어서 안전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태풍이 불 때 저희 직원들은 모두 비상입니다. 안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광고물은 미리미리 대비하기도 하지만 광고물이 훼손되거나 심지어 차량에 손상을 입치는 경우까지 발생합니다. 이런 위험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기도 하지만 보험금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판류형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장점도 있습니다. 최근 새로 건물을 지을 때 아예 2층에만 광고물을 설치하도록 설계하는 경우가 있는데 막상 광고물 설치 허가를 받기 위해 관공서에 가보면 2층엔 판류형이 안된다고 하니까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 판류형이 입체형에 비해 면적이 넓기 때문에 노출도 역시 높습니다. 면적이 크면 노출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거든요. 경쟁사보다 노출도가 큰 광고물을 설치하려는 것 역시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입체형 광고물 쪽으로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방향에 대해선 동감합니다. 하지만 예외적인 조항들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무조건 2층 이상엔 판류형을 설치할 수 없다고 한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괴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강민표 : 저는 사인 업계에 들어온 지 15년 정도 됐습니다. 저희 회사가 플렉스를 제조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입체형 광고물에서 판류형으로 변화했던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저희 회사는 플렉스를 제조해 기술력을 높일 수 있었고 지금은 총 매출액 중 약 85%가 수출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그만큼 판류형 광고물로 인해 수혜를 입어왔기 때문에 사실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년 연말부터 조금씩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입체형으로 강제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강상현 : 기본적으로 판류형 광고물이 대형화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은 다들 공감하고 있다고 봅니다. 서울시에서 판류형 광고물을 문제삼은 것은 원래 플렉스 때문입니다. 판류형 광고물에 플렉스 사인만 있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원래 서울시에서도 플렉스 사인에만 문제를 제기했다가 어떤 연유에서인지 판류형 전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매도하는 분위기로 흘러버렸습니다. 대형화하는 플렉스 사인이 문제라면 규격을 제한하면 그만입니다. 플렉스 사인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방법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설치금지’로만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닙니다.
또 다른 해결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지구단위계획’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행정 권한이 광역자치단체에서 기초자치단체로 대폭 이양되기 때문에 주거지역, 준주거지역, 상업지역, 완충지역 등에 따라 지역 특성에 맞도록 광고물 설치요건에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상업지역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광고물 설치요건을 대폭 완화해주고, 주거지역은 지금보다 더욱 강화하면 됩니다. 서울시가 작년에 발표한 고시를 보면 4차선 이상 도로변에 있는 건물 2층 이상엔 모두 입체형으로 해야 한다고 했는데, 4차선 이상이라도 지역에 따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4차선 이상이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 차이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강민표 : 이런 정책을 시청이나 행정자치부에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 몇 명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적어도 건설교통부, 문화관광부 등 다양한 부처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손꼽을 정도밖에 안되는 소수 공무원들이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정책을 자기들 판단에 따라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한창수 : 채널사인 제작업체에서 일하고 있지만 서울시 정책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수요 변화는 몸으로 느끼기 힘든 상황입니다. 워낙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죠. 물론 시공 현장에서 과거와 달리 복잡한 상황이 발생해 애로를 겪는 경우는 많습니다.
최근에 서울 강남에서 채널사인을 시공할 일이 있었는데, 벽면에 채널을 그대로 부착하자니 영 느낌이 밋밋해서 둥근 파이프 형태를 일단 벽면에 고정한 다음 그 위에 채널사인을 설치하려고 했습니다. 구청에 허가를 받으려고 서류를 제출했더니 과거와 달리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원래 입체형 광고물은 문자를 벽면에 그대로 부착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엔 별도로 심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법으로 설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토론 2. 입체형 광고물은 판류형 광고물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사회자 : 판류형 광고물이 문제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는 이야기들을 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현재 판류형 광고물에 대한 대안으로 입체형을 선택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지순철 : 입체형이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부분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사인 제작업체들이 대부분 플렉스 사인 제작에만 익숙해 있기 때문에 입체형 디자인 능력이나 제작능력은 현격하게 떨어집니다. 강상현 주임께서도 말씀하셨지만 플렉스 사인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현행 법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도시미관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반드시 플렉스 사인에만 국한한 것은 아닙니다. 창문이용 광고물, 유동 광고물, 현수막 등도 분명히 도시미관 개선을 위해 손을 대야 하는 부분입니다. 현행 법에도 이미 이러한 광고물을 규제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현행 법만 제대로 집행한다면 지금보다 적어도 50% 이상 도시미관을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판류형 광고물만 희생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박승원 : 입체형 광고물 쪽으로 정책을 변화하는 것에는 일면 타당성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입체형 광고물 역시 건물을 손상시키는 문제 등이 있으므로 판 위에 입체형을 결합하는 것처럼 복합적인 형태 역시 판류형이 아니라 입체형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순철 : 어쩌면 입체형으로 강제하는 정책에 대해 대기업들은 큰 문제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판류형에 비해 입체형은 제작비용이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필요합니다. 대기업들은 입체형 광고물 제작비 부담이 영세 점포에 비해 훨씬 적습니다. 문제는 생활형 점포들입니다. 경기침체로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기존 광고물에 비해 제작비가 몇 배 이상 필요한 입체형 광고물을 설치하라고 강요할 경우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대기업들이야 TV, 신문 등을 통해 얼마든지 광고를 집행할 여력이 있고, 옥상간판과 야립간판 등 대형 옥외광고까지 집행합니다. 하지만 생활형 점포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그런 광고를 집행하겠습니다. 이들에게 간판은 거의 유일무이한 광고수단입니다. 입체형 광고물 강제정책은 대다수 서민들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사회자 : 광고물 설치요건에 대한 규정은 이미 법이나 시행령에 대부분 명시돼 있고, 또 특정구역으로 지정해 2층 이상엔 입체형으로만 해야 하는 경우에도 규격이나 설치위치 등 거의 모든 규정들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개인적으로 광고물심의위원회는 이러한 규정에 맞지 않는 경우에 한해 건물과 조화나 도시미관 침해여부 등을 심사해 예외적으로 인정해줄 것인가에 대해서만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한 심의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규정에 적합하게 설치하겠다는 경우까지 심의한다면 이중과세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광고물심의위원회 기능을 이번 기회에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시행령 개정 초안에 보면 광고물심의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규정들이 매우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이 부분은 예외적으로 해당 시군구청장이 인정할 수 있도록 하되 광고물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식으로 명시한 부분이 곳곳에 있거든요. 그만큼 기초자치단체마다 그 지역 사정에 맞게 광고물 규정을 달리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서울시 담당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초자치단체의 광고물심의위원회 권한을 강화할 경우 광고물 설치요건이나 규정을 완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데요. 예를 들어 서울 한복판에 있는 종로와 어느 시골 마을에 똑같은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한 규정이 아닐까요.
박승원 : 입체형 광고물을 강제하는 정책에도 일면 타당한 면이 있지만 앞에서 지적하신 것처럼 어느 정도 탄력성이 있어야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광고물심의위원회가 그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맡고 있는 삼성전자 매장을 예로 들자면, 경우에 따라 매장 오픈 날짜가 정해져 있는데 광고물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시점과 일치하지 않아서 오픈을 늦추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예산 부족으로 인해 심의위원들을 자주 소집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행정이 시민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불편을 초래한다면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번 기회에 광고물심의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고 상설화하는 것을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채널사인을 예로 들면 현행 기준에 따르면 뒤편에 판을 이용할 경우는 입체형이 아니라 판류형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건 정말 불합리하다고 봅니다. 뒷면에 어떤 컬러로 판을 대느냐에 따라 채널사인 분위기와 광고효과가 큰 차이가 있는데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광고물심의위원회 권한을 강화하면 이런 문제를 탄력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창수 : 저도 동감합니다. 입체형과 판류형을 구분하는 기준이 사실상 애매하거든요. 건물 구조와 외벽 상태에 따라, 그리고 채널사인의 디자인, 컬러, 형태에 따라 벽면에 직접 채널사인을 부착하는 것이 때로는 밋밋할 경우가 있거든요. 관할 구청에 따라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경우가 있습니다.
사각형 프레임이 아니라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원형 파이프를 채널사인 뒤에 붙이겠다고 했을 때 구청 담당 공무원이 그 문제는 광고물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각 구마다 판류형과 입체형을 구분하는 기준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적어도 이런 규정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박승원 : 채널사인은 그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일부 매장에서 그동안 사용하던 채널사인 내부 광원에 대해 새롭게 검토하는 부분도 있고, 말씀하신 것처럼 입체형 광고물 강제정책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시행령에 이 정책이 반영된다면 사인 부족 현상을 해소할만한 완충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채널사인만 설치할 경우 야간에는 광원이 있어서 그나마 인지할 수 있지만 주간에는 시인성이 판류형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특히, 아까 논의했던 지구단위계획처럼 건축물 심의나 허가에서부터 사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상업지역이나 주거지역에 대해 별도로 규정을 적용한다면 입체형 광고물 강제정책을 실시하더라도 어느 정도 불만을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지순철 : 제가 활동하고 있는 인천 지역에도 서울시가 시행하는 입체형 광고물 강제정책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어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새로 짓는 상가 건물주들에게 시청이나 구청에서 공문을 보내 1층에만 판류형 광고물을 허용하고 2층과 3층엔 무조건 입체형으로 설치하라는 내용입니다. 게다가 돌출 광고물, 지주 광고물, 창문 이용 광고물 등은 아예 설치하지도 못합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건물주들로부터 불만이 늘고 있습니다. 광고물 설치규제 때문에 상가 분양이 잘 안된다는 겁니다. 간판 하나 내 맘대로 달지 못하는 건물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생활형 점포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간판은 어쩌면 목숨과 같은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은행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임대를 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전쟁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잘 보이지도 않는 간판 설치해서 영업이 안되느니 차라리 불법 광고물이라도 설치해서 영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바로 점포주들의 생각입니다.
강민표 : 앞에서 지적하신 것처럼 판류형 광고물이 대형화하고, 획일화해서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점은 어느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 문화입니다. 건물을 가리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하신 분도 계시지만, 어쩌면 건물을 가리는 것이 단점이 아니라 장점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새로 지은 대로변에 있는 건물엔 거대한 판류형 광고물을 설치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뒷골목입니다. 대다수 뒷골목에 있는 건물을 보면 정말 지저분하기 짝이 없습니다. 따라서 판류형 광고물을 설치해 지저분한 건물 외관을 가리는 것이 오히려 좋을 수도 있습니다.
10년 이전에 입체형 광고물이 대부분이던 시절을 돌아보면 수많은 앵커볼트에서 줄줄 녹물이 흘러내려서 건물을 지저분하게 만들었습니다. 플렉스를 이용한 판류형 광고물로 변화한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발전적인 선택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개인적으로 입체형 광고물 강제 조항이 이번 시행령 개정에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3~4년 정도만 앞을 내다보면 답이 나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10년 전과 같이 건물에 또다시 녹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안 봐도 뻔합니다.
큰 줄기에서 우리 문화의 흐름을 살펴봐야 합니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입니다. 문자 위주에서 그래픽 위주로 바뀌었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이 디지털로 바뀌고 있고 광고물 문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문자 중심으로 그래픽 중심으로, 실사연출 위주로 발전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입체형 광고물은 문자 중심인 아날로그 문화로 다시 회귀한다는 것인데,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입체형 광고물로 강제할 경우 디지털 문화로 발전하고 있는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것입니다. 입체형 광고물은 디지털 이미지나 그래픽을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판류형 광고물이 디지털 문화를 반영하기에 더욱 적합합니다.
토론 3. 새로운 정책방향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사회자 : 자, 그동안 판류형 광고물의 문제점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입체형 광고물은 판류형 광고물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입체형 광고물 강제정책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민표 : 삼성전자 휴대폰이 세계시장에서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플렉스 역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간판 문화 자체가 내부조명 위주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플렉스 생산 노하우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비주얼 문화로 변화, 발전하고 있는 현재 분위기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입체형 광고물 강제정책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내에서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왔던 판류형 광고물 전변 확대로 인해 성장했던 실사 관련 시스템, 잉크, 소재 제조사들은 모두 퇴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산주의 국가도 아닌데 광고물 형태를 어느 한 가지로만 제한한다는 것은 사회적인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장기적으로 5~6년 이내에는 큰 불만들이 표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는 과연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공무원 한두 명의 체면이 깎이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과 기업들에게 고충을 안겨줄 것이 불보듯 뻔한 정책은 지금이라도 막아야 합니다.
기업이나 조직에 따라 생각이 다르겠지만 큰 트렌드를 만드는데 언론사가 해야 하는 부분도 매우 크다고 봅니다. 최근 사인 전문잡지들을 보면 판류형과 입체형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으로 접근한 기사를 접하기 힘들었습니다. 최근 어떤 잡지를 보니 판류형과 입체형 비율이 6:4라는 기사를 게재했더군요. 이렇게 판류형과 입체형을 자꾸만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사회문화적인 트렌드를 역행하려 한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사회자 : 박승원 부장님께서는 아까 채널사인 기본 설계작업을 하고 계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이미 입체형 광고물 정책에 대해 대비하고 계신 거군요.
박승원 : 어쨌든 입체형 광고물을 강제하는 정책 시행에 대비해 저희도 채널사인 기본 설계를 준비중입니다. 이미 채널사인 내부 광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LED 업체들과 미팅을 했고 판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으로 파사드와 같은 건물 외관 자체를 이용하는 것을 검토중입니다. 아시겠지만 이미 이동통신 관련 대리점들은 이처럼 파사드와 채널사인을 결합해서 색다른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즉, 판류형 광고물의 화면 대신에 아예 건물 벽면을 화면으로 사용하는 것이죠.
사회자 : 입체형 광고물 중에서 채널사인을 직접 건물에 설치할 경우 구멍을 많이 내야 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입체형 광고물 강제정책을 실시할 경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기술적인 측면에서 입체형 광고물 설치시 문제를 방지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한창수 : 채널사인 소재를 경량화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요즘 많이 사용하고 있는 알루미늄 재질로 채널사인을 제작하면 앵커볼트 없이도 충분히 건물에 시공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이나 본드로도 얼마든지 시공이 가능합니다. 앵커볼트로 건물에 구멍을 내고 시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안정성이 높습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도 현재 채널사인 업체에 근무하고 있지만 입체형만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저도 고객을 만날 때 반드시 입체형만 권하지는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 판류형이 더 어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승원 : 건물 손상을 줄이기 위해 일부 건물이 채택하고 있는 돌출간판 설치방법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일부 건물들은 건물 손상을 막기 위해 돌출간판을 설치할 수 있는 틀을 미리 건물에 부착해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면간판 역시 입체형 광고물을 설치할 수 있는 자리를 미리 만들어서 프레임 형태로 부착해 둔다면 건물 벽면에 직접 앵커볼트를 타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자 : 일선에서 민원을 접하시는 공무원 입장에서 입체형 광고물 강제정책에 대한 대비를 하셔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강상현 주임님은 어떻게 대비하고 계십니까?
강상현 : 서울시 25개 구청 중에서 12개구 담당자는 저와 같이 별정직입니다. 시행령에서 입체형 광고물을 강제하든 하지 않던 간에 기초자치단체 조례에서 이를 충분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상업지역, 주거지역과 같이 지역별 차등을 두고 입체형 광고물만 강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내용을 자치구 조례에 삽입할 생각입니다. 즉, 주거지역에 한해서만 입체형 광고물 강제정책을 그대로 반영하고 상권 활성화가 필요한 상업지역에는 이 규정은 완화해서 적용한다는 것이죠. 이 내용은 이미 서울시와 행정자치부에 건의했습니다.
상업지역, 주거지역, 완충지역에 따라 광고물 표시방법, 규격 등을 다르게 정해야 하고, 더 세분화한다면 같은 상업지역이라도 건물 특성에 따라 달라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세부적으로 들어갈 경우 행정업무가 매우 복잡해지겠지만 이러한 방향이 저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승원 : 참 좋은 말씀입니다. 큰 힘이 되네요.
강상현 : 지금 말씀드린 부분에 대해 저희 관내에서 활동하고 계신 제작업체 분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주지시키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입체형 광고물 강제정책을 시행령에 반영한다면 소규모 점포주들로부터 큰 반발을 제기할 것이 뻔합니다. 공무원은 주민들을 위해서 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자 : 입체형 광고물 강제정책에 대해 우리 업계는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점포주와 공무원을 현장에서 상대해야 하는 일반 사인 제작업체들이 대비해야 할 부분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지순철 대표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지순철 :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좀 창피하지만, 실제적으로 입체형 광고물 강제정책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분은 5% 정도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점포주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정책적으로 입체형을 강제한다고 해도 점포주가 판류형을 원한다면 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입체형을 강제할 경우 분명히 요요현상이 일어날 것입니다. 당장은 입체형 광고물들이 많아지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판류형으로 돌아서서 불법 광고물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대기업은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영세한 점포들입니다. 이분들의 생계수단인 광고물을 도시미관이라는 미명하에 입체형으로 강제하는 것은 다양성과 지속성을 확보해야 하는 행정과 문화의 기본적 속성에 위반하는 것입니다. 이건 거의 횡포에 가깝습니다. 어떻게든 이번 강제정책은 막아야 합니다.
사회자 : 다들 어느 한 분도 입체형 광고물 강제정책에 대해 전적으로 찬성하는 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입체형이든, 판류형이든 장단점이 있으므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어느 한 쪽만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오늘 논의를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오랜 시간 논의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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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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