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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물 정비사업 해당지역 특색 반영해야
2006-11-01 |   지면 발행 ( 2006년 11월호 - 전체 보기 )

광고물 정비사업, 해당지역 특색 반영해야

2003년 서울 종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각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광고물 정비사업은 국내 사인시장에 일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만 디자인, 형태, 소재 등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제 이 정도면 충분히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러한 지적을 제기하는 경우가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광고물 정비사업의 획일성을 탈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 : 김유승

간판은 도시문화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급속한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간판을 비롯한 건물, 가로, 도로, 고속도로, 주차장 등 도시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양적으로 엄청나게 거대해졌다. 이와 달리 지형, 바위, 식물, 물 등 인간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연환경은 배제하고 있어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균형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간이 창조한 도시환경은 무질서, 혼란, 부조화, 불균형으로 인해 인간의 활동공간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쾌적한 도시, 인간 활동이 편한 도시로 복원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즉 도시경관에 질서를 부여하고 혼돈을 제거하려면 규격화, 획일화 일변도인 계획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질서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도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도시환경 중 시각적으로 가장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간판 역시 도시계획 차원에서 연구하는 것이 타당하며 도시계획가, 건축가, 산업디자이너, 환경디자이너, 사회학자, 심리학자는 물론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해야 한다. 특히, 전국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분위기가 거의 비슷한 현실을 타파하고 지역 특색을 반영한 고유 디자인을 정립해 그 도시의 특징을 살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간판 문화가 정립돼야 한다.
도시는 인간이 창조한 인공적인 환경으로서 시각적, 심미적인 관점은 물론이고 도시의 본질을 이해하면서 장기간 계획과 국민적인 차원에서 꾸준하게 창조해야 한다. 도시의 발전은 전문가 한두 사람에 의해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그 도시가 오랜 역사를 통해 쌓아온 고유한 성격, 자연환경, 문화적 유산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유기적으로 계획해야 하며 혼돈을 제거해 도시 속에 질서와 의미를 부여하고 인간이 살기 편한 환경을 창조해야 한다. 도시환경 개선은 규격화, 획일화라는 구시대적인 발상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모든 사람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개성 속에서 전체적인 질서를 만들어내며 도시기능과 사회적 구조가 일치하는 시각적 구조가 돼야 한다.
간판은 그 요소가 매우 복잡할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 가장 눈에 잘 띄기 때문에 공무원은 물론 많은 전문가가 고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도시는 외국 도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독특한 요소들이 많다. 좁은 토지에 작은 건물과 구조물이 복잡하게 들어서 있고 좁은 도로들이 도심 곳곳을 가로 지르기 때문에 토지에 여유가 있는 나라들과 간판이 달라야 한다.

기획단계부터 역사적, 문화적 고찰 필요
지난 2~3년간 정부가 추진한 광고물 관련 사업들을 살펴보면 이제 규제와 단속 일변도였던 행정업무가 질적 개선을 위한 육성지원 쪽으로 조금씩 방향을 선회하고 있어 반갑다. 점포주들에게 무작정 간판을 바꾸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융자해주거나 지원해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고 이를 통해 서울 종로, 청계천을 비롯 수십여 개 재래시장 환경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최근 1~2년간 중앙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우리 사인산업에 투자한 금액은 적어도 수백억 원이 넘는다.
물론 관 주도로 진행한 광고물 개선사업들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디자인 수준, 예산 집행방식, 점포주 설득, 사후관리 등 문제점이 수두룩했다. 특히, 대다수 광고물 정비사업들은 사업이 끝난 후 몇 개월만 지나면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가는 '요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해 '과연 이런 사업을 뭐하러 큰 돈 들여가며 해야 하나'라는 의견까지 등장했다.
한 광고물 담당 관공서 담당자는 “서울시가 주관한 종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점포주 의견을 들어보니 불만이 무척 많았다. 관공서와 제작업체 위주로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점포주들은 자기 간판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것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심지어 사업시행 이전으로 회귀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점포주들이 직접 참여해야 하고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특색을 반영한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종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은 광고물 정비였다. 서울시는 무계획적이고 무질서하게 난립한 사인들을 수준 높은 디자인으로 교체하고, 노후한 건물의 전면부를 깨끗하게 정비할 수 있도록 점포주의 사인 정비와 건물주의 리모델링을 지원했다. 광고물 정비에는 점포당 500만 원 한도 내에서 무상 지원했다.
광고물 정비사업은 그 물량과 더불어 생각해야 할 것이 디자인 파급효과다. 서울시는 최근 대형 판류형 사인 제작을 배제하고 선진국과 같은 작으면서도 효과적인 사인 설치를 유도하는 정책을 집행 중이다. 종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의 사인 가이드라인을 보면 이러한 정부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에 따라 종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시행 이후 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은 예외 없이 입체형 사인으로 일관했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그 지역의 특색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입체형 사인이만 그만이다.
전국적으로 수백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광고물 정비사업은 지금도 진행 중인 곳이 있고 앞으로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더 이상 위와 같은 시행착오가 있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천편일률적인 디자인, 형태, 소재를 탈피해 해당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간판이어야 한다. 이러한 비판은 이미 수차례 제기돼 왔지만 어느 곳 하나 귀담아 듣는 곳이 없는 듯하다.
지금까지 완료된 전국 각지 광고물 정비사업 결과물을 뒤섞어 놓으면 도무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다 ‘그 나물에 그 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진행하는 광고물 정비사업들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문화적, 역사적 고증을 밟아야 할 것이다. 그저 서울에서 한 것이니까 따라하자는 식으로, 아니면 선진국 간판 사진들을 보고 모방하는 식으로 광고물 정비사업을 진행한다면 당장은 보기 좋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그리고 전국의 모든 광고물 정비사업들을 놓고 보면 과거와 같은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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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기타
200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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