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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익부 빈익빈
2006-09-01 |   지면 발행 ( 2006년 9월호 - 전체 보기 )

부익부 빈익빈

이진호 / 본지 편집인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은 현대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 중 하나다. 부유한 사람은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필요악처럼 자본주의 국가에 존재한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어느 정도 자본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장을 짓거나 회사를 운영하거나 혹은 직원들을 고용하거나 기기를 구입하거나 할 때 기본적인 자금이 있어 한다.
또 이렇게 갖추고 있어야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서 돈을 벌 수 있고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생긴다. 그런데 자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이 만들어서 팔 수 있고 그 만큼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어 더 많은 생산설비를 구축할 수 있다. 설비를 더 마련하니까 생산과 소득이 더욱 더 커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가난한 공장은 계속 발전해가는 공장을 따라갈 수 없고 재투자나 생산증대를 할 수 없어 이익이 점점 줄어든다. 결국 공장 문을 닫거나 부유한 큰 공장에 넘어가서 더욱 가난한 상황에 처한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익 재분배, 누진세 적용, 무상교육 기획 확대 등으로 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막아보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완화 수준이지 근본적으로 없애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요즘은 ‘양극화’란 말로 자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한층 더 심화됐을 뿐이다. 부익부 빈익빈은 국민들 사이에 계층을 형성하고 계층 간 부의 간격을 더 벌린다. 가난한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부유해질 수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진다면 사회적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애석하게도 사인산업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존재한다. 현장에서는 ‘바쁜 데는 정신없이 바쁘고 한산한 데는 파리 날릴 정도야!’, ‘장사가 잘 되는 데는 아주 잘 되고 안 되는 데는 정말 안 되더라’는 말로 전해진다. 주문이 밀려서 밤을 샜다는 즐거운 비명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이번 달은 일이 없어 놀고 있다는 암울한 비명소리가 들린다. 중소 규모로 어느 정도 기반을 유지하던 업체들이 어려워져 자금력이 풍부한 몇몇 대형 업체들의 독점 앞에 속수무책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인업계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형식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유통시키기가 어려운 시장이다. 사인은 소비자 마다 각기 다른 선호도를 나타내고 이에 맞춰 생산자는 각기 다르게 만들어야 하는 상품이다. 그래서 사인은 일률적인 가격을 매길 수 없고 생산자 노력에 따라 부가가치를 매길 수 있었다. 중소형 업체로 운영하더라도 생산자가 창조성과 희소성을 가미하면 적은 원가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업체들이 업계 중산층으로 포진해 있으면서 독특하고 예술성 있는 사인들을 양산했다.
그러나 업체 난립과 그로 인한 제작단가 하락은 수익성 악화를 불러왔고 재력이 부족한 영세업체를 더욱 영세하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했다. 창조성, 희소성 가치는 저가 경쟁 앞에 서 여지없이 무시되고 말았다. 중견업체들의 몰락은 사인시장에 자금력으로 해결하려는 업체들과 단가경쟁으로 살아남으려는 업체들만이 존재하게 만들 것이다.
행정자치부와 문화관광부가 사인산업 법제도 담당문제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듯하다. 행정당국이 고민할 사항은 부처 이기주의가 아니다. 업계 종사자를 얼마나 ‘등 따습고 배 부르게 만드는가’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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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기타
200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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