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디자인 전문가로서 오랜기간 동안 간판디자인 컨설팅 및 옥외광고디자인 연구 등을 수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느낀 간판의 현주소와 더 나은 경관을 위해 나아가야 할 간판디자인 방향에 대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이미선 한국옥외광고센터 연구조사부 책임연구원) ※ 필자의 원고는 월간 <사인문화>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 ESG 개념은 우리 삶 속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ESG의 개념과 중요성 최근 기업·국가 경영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는 한 단어가 있다. 바로 ESG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첫 문자를 따서 만들어진 약어로, 기업이나 기관이 과거 재무적 성과 평가 방식의 한계점들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추구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 친환경, 지배구조 개선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의미한다(네이버사전). 예를 들어 오염물질이나 유해 물질이 적게 배출되는 제품을 개발하거나 환경보호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는 사례, 저소득층이나 독거노인을 물리적으로 지원하는 활동이나 낙후된 지역의 경관을 개선하는 사례 등이 모두 ESG와 관련된 기업경영 사례에 해당한다.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는 무엇보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환경(Environment)적 측면에서는 탄소 배출 감소, 재생 가능 에너지의 사용, 자원의 효율적 사용 등을 통해 환경보호를 실천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 사회(Social)적 측면에서는 지역사회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원함으로써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지원한다. 지배구조(Gonernance)적 측면에서는 윤리적 경영을 통해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경제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 따라서 ESG는 무엇보다 지속가능성이 핵심 개념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 때문에 환경, 개인,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ESG가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화두로 주목받는 것이다. 유승철(2024) 외 다양한 연구자들이 향후 ESG의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며, 옥외광고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옥외광고의 역할과 ESG의 전달 옥외광고 분야에서도 ESG는 이미 중요한 개념으로 여겨지고 있다. 세계적인 옥외광고 회사인 제이씨데코는 ESG의 핵심 개념인 지속 가능성을 “계속 발전하는 물결”이라고 표현하며 지속 가능성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점점 더 기업의 핵심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전민구(2024)에 따르면 광고업계에서도 2018년부터는 국제광고제에 ESG 관련 항목을 신설하는 등 ESG를 향한 활발한 움직임들이 발견되고 있다. 옥외광고 분야에서 ESG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증가하고 이에 대한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에 있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점차 진화해 가고 있다. 옥외광고는 이러한 기업의 태도나 가치관을 소비자에게 알리기 좋은 수단이다. 둘째, 현대 소비자들은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하고 사회 및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지지하는 기업과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옥외광고를 통해 제품이나 기업의 ESG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표현하는 것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윤리적인 소비자를 유치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셋째, 옥외광고는 그 자체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매체이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거나 친환경(eco-friendly) 소재를 활용해 옥외광고물을 제작할 수 있다. 또한 교통, 날씨 등의 지역사회 정보를 전달하거나 지역사회와 연계된 사회적 캠페인을 지원할 수도 있다. 앞으로도 옥외광고 분야에서 ESG는 지속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므로 기업 및 광고주, 매체사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ESG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옥외광고에서 ESG 중 특히 다양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 E(Environment) 메시지를 중심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ESG 메시지를 담은 옥외광고 디자인 사례 인도의 하이데라바드(Hyderabad), 콜카다(Kolkata), 미루트(Meerut), 푸네(Pune) 등 4개 도시에서 진행된 Nature Shapes Britannia 캠페인은 자연을 중심에 둔 옥외광고 형태 디자인으로 자연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Britannia가 진행한 이 프로젝트에서는 옥외광고물의 형태와 타이포그래피가 주변 나무의 형태에 순응하며 구부러지거나 압축되도록 디자인하였다. 일반적으로 가로변 빌보드는 주변환경과 관계없이 직사각형의 형태를 취하거나 주변 가로수 전지작업 등을 통해 가시성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Nature Shapes Bribannia 캠페인에서는 옥외광고물이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며, 일반적인 형태와 정돈된 레이아웃이 아닌 주변 환경에 따라 유기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들은 옥외광고물이 설치될 장소의 나무 윤곽을 조사하고 해당 나무의 생장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옥외광고가 아닌 나무 중심의 디자인 설계를 진행하였다. Nature Shapes Bribannia 캠페인의 형태와 메시지 표현 방식에 대한 유연한 접근방식은 옥외광고물과 자연의 지속적인 공존과 성장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옥외광고판은 100% 생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바탕으로 함을 알 수 있다. 세계적 체인점인 맥도날드(McDonald’s)는 2019년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지역에서 빌보드를 활용한 꿀벌호텔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지역에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빌보드 광고판 뒷면에 대형 꿀별 호텔을 설치함으로써 기후변화로 인한 꿀벌 개체수 감소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수천 마리의 꿀벌들이 안전하게 쉴 수 있는 실질적 공간을 제공 함으로써 자연 및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지원했다. 런던 버스쉘터 옥외광고물에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는 기술을 적용한 사례도 있다. 영국 브랜드 바디샵(The Body Shop)은 런던 중심부인 뉴 옥스포드 스트리트(New Oxford Streert), 토트넘 코트 로드(Tottenham Court Road), 하이 홀본(High Holborn) 3곳의 버스정류장에 이산화질소 및 미립자 물질을 포함한 공기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공기정화 기술이 적용된 옥외광고물(anti-pollution bus stops)을 도입하였다. 이를 통해 정류장 근처 공기에 대한 실질적인 정화 효과는 물론 친환경 브랜드로서 바디샵의 인지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긍정적인 행동 변화 등을 유도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2017년도에 시행되었지만 2025년 현재까지도 계속 사용 중에 있으며, ESG 가치에 기반하여 추가적인 설치 및 확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10년대 중반의 다소 예전 사례이기는 하지만 공기로 물을 만드는 기술을 접목한 옥외광고물은 매체 그 자체로 지속 가능성을 지원한 사례이며 지금까지도 여전히 주목을 받고 있다. 페루의 수도인 리마(Lima)에 설치된 옥외광고판에는 공기 중 수분을 깨끗한 물로 정화해 주는 ‘Portable Water Generator’가 설치되었다. 이 옥외광고판은 제습기의 원리를 사용해 매일 96L씩 3개월 동안 약 9,450L의 식수를 생산한다. 이와 유사하게 건설 현장에 공기가 정화되는 옥외광고판을 설치하여 지역사회와 근로자에게 깨끗한 공기를 제공한 사례(2017년 페루 리마,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 2019년 멕시코 몬테레이 등), 빗물을 흡수하여 도시의 열섬효과를 감소시키는 데 일조한 생태 버스정류장 옥외광고 사례(2019 네덜란드 웨트레흐트, 2022년 영국, 2024년 미국 보스턴 등)는 ESG 실현을 위해 옥외광고가 얼마나 창의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옥외광고물의 창의성은 향후 보다 더 상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위에 언급한 사례 이외에도 많은 국가나 기업에서 옥외광고물이나 간판을 제작할 때 지속 가능성에 목적을 두고 보다 신중한 소재를 선택하고 있다. PVC나 비닐 대신 목재, 식물, 생분해성 재료를 사용하고 독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잉크를 사용해 환경에 유해한 화학물질의 방출을 줄이려는 노력, 형광등 대신 LED나 태양광, 태양전지 등을 활용하는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옥외광고의 소재를 재활용하여 환경폐기물을 감소시키면서 소비자에게 지속가능성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례도 있다. 호주의 모바일 서비스 제공업체인 펠릭스 모바일(Felix Mobile)은 나무식재 프로그램 등 ESG에 기반한 다양한 친환경 활동들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옥외광고판으로 만들어진 토드백을 제작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Upcycling Project)를 진행하였는데 이러한 사례는 환경보호를 위한 폐기물 감소 노력이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 이어지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 외에도 미국의 레어폼(Rareform), 호주 벅스킨(bugskin), 한국의 살리다(SALIDA) 등이 옥외광고 소재를 재활용한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옥외광고물의 형태적, 물리적 특성이 ESG의 메시지나 기술을 담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인 옥외광고물에 ESG의 메시지가 담긴 콘텐츠로 일반 대중에게 사회적 책임을 유도하고 동참하도록 하는 사례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코카콜라는 2024년 ‘World Without Waste’ 전략의 일환으로 ‘Recycle Me’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Recycle Me 캠페인은 2025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100% 재활용할 수 있게 생산하고, 2030년까지 판매된 병과 캔을 모두 수거 및 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 캠페인은 옥외광고, 디지털 광고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코카콜라의 고유한 로고를 찌그러진 캔이 연상되도록 변형시키거나 코카콜라의 리본이 플라스틱병과 캔을 수거하는 재활용 통 방향을 가리키도록 디자인하였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면서 소비자에게 친환경과 재활용을 각인시키고 지속 가능한 소비문화를 유도했다는 측면에서 훌륭하다. 2024년 슬로베니아의 수도 리우블라냐 중심가 슬로벤스카 체스타(Slovenska cesta)에서 Urban Garden of Honey Bee Plants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꿀벌 개체수 감소 현상 및 꿀벌 먹이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시민참여 캠페인으로 옥외광고와 합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도시 중심가에 약 3,500개의 꿀벌 식물이 설치되어 도시 정원을 이루었으며, 행인들이 이 식물 중 하나를 가져가 집 발코니에 심어 꿀벌의 생식지 확대에 기여하도록 독려하였다. 이 캠페인에 설치된 옥외광고물은 그 자체로 인상적인 도시 정원의 역할은 물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사회적 참여를 독려하는 복합적 기능을 수행했다. 이와 동시에 프로젝트를 수행한 기업의 환경 보호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줌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ESG 메시지가 담긴 다양한 옥외광고 사례를 살펴보았다. 국외에는 ESG 개념이 적용된 다양한 방식의 옥외광고물들이 존재하며 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크리에이티브 방식 역시 점점 더 진화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와 비교해 ESG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옥외광고물 사용 및 활용에서도 점점 더 ESG적 관점이 강화되고는 있지만 콘텐츠의 내용이나 방식,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는 더욱 다양한 접근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향후 국내에서도 더욱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ESG 옥외광고 사례를 찾아볼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