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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은 간판 프로젝트 54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아오바
글 노유청 2025-07-17 오후 5:47:11 |   지면 발행 ( 2023년 10월호 - 전체 보기 )



마쓰이에 마사시 작가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라는 소설이 있다. 물론 원제목은 ‘화산 자락에서’이지만. 국내 출판사 담당자가 붙인 제목이 신의 한 수였던 셈인데, 책의 표지와 왠지 모를 일본스러운 느낌 등이 잘 맞아떨어져 꽤 히트한 소설이다. 만약에 원제 그대로 나왔다면 그런 느낌을 살릴 수도 없었고, 그렇게 히트를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여름과 초록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는 어쩌면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일본스러운 이미지의 전형이라 생각한다. 훌륭한 정원이 갖춰진 주택이나 카페 등이 줄지어 있어 한적하게 걸을 수 있는 도쿄의 이면도로나, 교토의 가모강 산책로 같은 그런 분위기.


▲ 흰색 바탕에 녹색으로 무심하게 히라가나 세글자를 적어둔 게 전부인데, 자꾸 쳐다보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간판. 혹시 오래된 간판은 재활용 한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가게 주인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그 짐작이 맞았음을 알았다. 심지어 외벽에 그대로 붙어 있던 이전 가게 간판에 흰색으로 칠을 하고 녹색으로 이름을 적었다. 그야말로 수제간판이 아닌가 싶어서 작업 과정 동영상을 보고 웃음이 낫다.

일본 여행을 하는 취향과 재미는 꽤 다양한 갈래로 나뉘겠지만, 이러한 분위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오바는 그런 일본스러운 느낌을 제대로 담고 있는 공간이다. 왠지 도쿄의 이면도로 혹은 교토의 가모강가 어디에서 한번 봤을 법한 그런 가게. 왠지 가을에도 여름 같은 초록을 가득 담고 있을 것 같은 그런 곳. 그리고 아오바는 일본어로 푸른 잎이란 의미이니 여러모로 적절하다.
연신내역에서 한참을 걸어올라 한적한 골목에 다다르면 눈에 들어오는 히라가나 세글자. 연신내보다 주소지인 갈현동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위치였다. 물론 모르는 사람들은 연신내라고 소개하겠지만, 은평구의 지리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연신내와 갈현동의 분위기 차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다 왔겠지 싶은 곳에서 한 번 더 꺾어서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비로소 보이는 아오바. 아오바를 마주하는 순간 잠시 일본 어느 마을에 와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특히 일본 여행으로 이런 비슷한 골목을 걸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바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본컨셉, 일본풍 인테리어 등을 내세워 조금은 과한 오브제와 조형물을 이용해 억지로 끌어올린 분위기가 아니라,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그런 느낌인 아오바.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일본스러운 느낌이란 점을 바로 수긍하게 된다.


▲ 대략 10자리가 안되는 작은 공간인데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꾸며둔 것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창문에 손님들이 잔뜩 붙여둔 메모를 보면 아오바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손님들이 미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맥주를 마시고 살짝 취기가 오른 상태로 방명록을 구경하는 것도 묘미다.

흰색 바탕에 녹색으로 무심하게 히라가나 세글자를 적어둔 게 전부인데, 자꾸 쳐다보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간판. 혹시 오래된 간판은 재활용 한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가게 주인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그 짐작이 맞았음을 알았다. 심지어 외벽에 그대로 붙어 있던 이전 가게 간판에 흰색으로 칠을 하고 녹색으로 이름을 적었다. 그야말로 수제간판이 아닌가 싶어서 작업 과정 동영상을 보고 웃음이 낫다. 그리고 이런 자세로 가게를 운영하면 당연히 맛이 없을 수가 없다는 걸 이미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으니... 간판이 별거 아닌 거 같아도 가게 주인의 자세를 담고 있는 오브제 같은 거라서, 이런 걸 보면 신뢰가 높아진다.
아오바는 커피부터 식사와 맥주까지, 이른바 밥과 술 차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마치 손님이 원하면 뭐든 만들어 주는 심야식당처럼 흥미로운 메뉴 구성. 점심시간을 넘긴 오후 1시에 가게 문을 여는 것도 좀 재밌다. 트래픽이나 회전율에 개의치 않겠다는 묘한 태도. 작은 가게이고 인기도 많다 보니 오픈런을해도 언제나 줄을 서는 가게다. 그리고 회전율이 일정치 않아서 언제 자리가 날지도 모르는 데도 무턱대고 기다리는 손님이 있는 흥미로운 가게.
밑반찬인 오이탕탕이와 가지덮밥을 시키고 맥주를 한잔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오후에 딱히 일정이 없었지만 그래도 업무가 끝난 건 아니니까. 오이탕탕이를 한 입 먹은 순간 바로 맥주를 주문했다. 어쩔 수 없이 한잔 마셔야 하는 맛이었다. 그리고 가지덮밥역시 맥주를 곁들이기 딱 좋았고. 그리고 녹색 노트로 된 방명록이 테이블 위에 하나 있는데, 살짝 취기가 오른 상태로 보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이 재미는 이 공간이 아니면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거라서. 날이 추워지면 왠지 한 번 더 가보고 싶다. 차가운 공기에 녹색 아오바는 어떤 느낌일까 싶어서. 왠지 한정 메뉴로 뜨끈한 어묵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케 도쿠리에 곁들이기 딱 좋으니까.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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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태그 : #아오바 #카페 #식당 #갈현동 #푸른잎 #간판 #입간판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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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트렌드+디자인
202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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