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이영지가 “디스 걸 하루종일 사진 찍어, 찍고 찍고 또 찍어...”라는 장난스러운 랩을 하는 쇼츠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장난스러운 영상이었지만, 어쩌면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단면을 꽤 정확하게 표현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기록을 남기는 행위가 곧 사진 촬영이 되는 시대. 포토존은 이제 간판만큼이나 공간을 어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찍고 찍고 또 찍는 시대와 포토존의 사인적 가치에 대하여.
▲ 카페 ‘서울앵무새’는 손님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포토존의 정석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벽화처럼 구성한 파스텔톤 익스테리어는 서울앵무새를 찾는 손님이라면 누구든 인증샷을 남겨야 하는 필수코스 같은 포토존이다. 결국 포토존이 서울앵무새라는 공간을 알리는 사인이 되는 셈이다.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와 SNS 이제는 완전한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포털사이트와 여러 시사용어 사전에 ‘스마트폰(smartphone)’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합성어로, 휴대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를 뜻한다고 정의하고 있지만, 포노 사피엔스가 특정 세대만을 지칭할 순 없는 시대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무언가를 기록해야 할 일이 생기면 10대, 20대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세대가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열어 찍는다. 멋진 풍경, 인테리어, 메뉴판, 혹은 누군가의 전화번호 등등 무언가를 기록해야 하는 순간엔 어김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찍는다. 가방에 수첩과 펜을 들고 다니는 세대도, 메모장이라곤 스마트폰 속에서만 경험한 세대도 기록이 필요한 순간엔 결국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이제 눈으로만 보는 것, 즉 비주얼을 스틸컷으로 만들어내는 행위가 아니라 기억과 기록을 이미지로 저장한다는 의미가 있다. 포노 사피엔스가 사진을 찍는 행위는 눈과 뇌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SNS는 포노 사피엔스가 가장 활발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물론 텍스트로 장문의 글을 통해 이슈를 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이미지와 짧은 단문으로 소비가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특히 텍스트로 쓸 수 있는 내용마저 이미지로 업로드하는 걸 보면 SNS는 포노 사피엔스의 놀이터이자 무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미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인스타그램과 해시태그를 보면 포노 사피엔스에게 사진을 찍는다는 의미를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적당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를 걸어 올리는 사진은 다양한 의미와 상황을 담는다. 사진 한 컷으로 나의 삶을 누군가에게 알리기도 하고 현재 상황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에겐 고객들에게 오픈을 알리는 정보이자 홍보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가게 문을 열고 입간판을 꺼내두는 아날로그적인 행위를 사진으로 찍어 SNS에 게시 함으로써 영업시간이란 정보를 제공하고 홍보하는 범위를 넓히는 것이 된다. 결국 사진을 찍거나 찍힌다는 건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홍보에 꽤 도움이 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손님은 일상을 공유한 것뿐이지만 가게의 홍보에 도움이 되는 행위다. 그래서 최근엔 사진을 찍을 포인트, 포토존을 마련해두는 가게가 많다. 인상적인 익스테리어나 멋진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포톤존을 만든다. 그리고 가게 주인이 일부러 구성하지 않아도 사진이 잘 나오는 자리가 포토존으로 회자되며 공간을 알리는 포인트가 된다. 포노 사피엔스와 SNS는 사인의 영역과 의미를 간판에서 포토존으로 확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셔터를 이용해 포토존을 구성하는 것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공간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셔터에 그려두면 포토존이 되는 동시에 그 자체로 사인의 역할을 한다.
경험과 공감 그리고 핫플레이스 포노 사피엔스와 SNS가 만든 변화는 광고와 홍보 영역에서도 그래도 드러난다는 점이다. 최근 팝업스토어나 체험 행사를 취재할 때 종종 듣는 이야기는 “그냥 자유롭게 둘러보시고 쓰시면 됩니다”라는 것이다. 제품이나 브랜드의 설명보다 그것을 체험하는 고객의 이야기가 훨씬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경험과 공감이 홍보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옥외에서 이뤄지는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 홍보는 대부분 체험형 이벤트다. 고객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그것을 SNS에 공유하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팝업스토어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이유도 결국 이런 현상과 시대에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팝업스토어는 포토존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공간이라 무언가를 찍어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시대에 최적화된 마케팅 툴이다. 그리고 핫플레이스 역시 비슷한 원리로 돌아간다. 팝업스토어만큼의 규모와 와우 포인트는 아닐지라도 작고 소소하게 포토존을 구성하고 손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규모 카페에서 포토존은 결국 공간을 알리거나 상징하는 사인이 되기도 하므로 마케팅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때로는 간판보다 포토존이 해당 공간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사인적인 가치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관악구청 이후일 팀장은 “포토존은 결국 사진 찍기 좋은 장소 또는 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SNS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올려지는 행위를 통해 그 공간이 대중에게 빠르게 전파되며 자연스럽게 효과적인 홍보로 이어진다”라며 “결국 흥미있는 포토존은 공간적 속성을 알리기에 그만큼 효과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 팀장은 “SNS의 영향력으로 인하며 재미있고 특징적인 포토존과 사인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라며 “포토존의 사인적 가치는 복합적 이어서 하나로 정의되기 쉽지 않지만, 여러 요소가 모여질 때 흥미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 공간 외벽 한 편에 벽화 같은 포토존을 만들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경우도 꽤 있다. 특히 최근 핫플레이스의 카페 등 여러 흥미로운 공간에서 포토존을 전략적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인증샷을 찍으며 재미를 느끼는 동시에 이 공간을 알리는 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포토존은 간판만큼이나 효율적인 홍보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채널사인과 이미지 상실의 시대가 만든 트렌드 핫플레이스와 흥미로운 공간의 포토존이 사인적인 가치를 갖게 된 이면엔 어쩌면 채널사인 일변도로 진행했던 간판개선사업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볼 수도 있다. 판류형, 즉 플렉스 사인에서 채널사인으로 헤게모니가 넘어가면서 이미지보다 텍스트로 가게를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한계가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판류형 간판이 이미지와 텍스트로 공간의 개성을 표현했다면 채널사인은 텍스트로만 보여줘야 하므로 상징이란 측면이 다소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가게 이름을 명확히 알 수 있지만 무엇을 하는 가게인지는 쉽게 짐작하기 힘든 것이 채널사인의 한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난립한 불법 간판을 소형 채널사인으로 교체하며 합법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안전을 강화한 것은 성과지만 개성과 재미는 다소 떨어지는 일장일단이 명확한 것이 채널사인이고 간판개선 사업이었다. 공간의 정체성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하기에 채널사인은 부족한 점이 많은 방식이었고,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흥미로운 가게를 운영하는 젊은 사장들의 시선은 높았기 때문에 포토존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포토존은 간판개선사업의 딜레마로 여겨졌던 획일성이란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흥미로운 트렌드라 할 수 있다. 한국교통대 장효민 교수는 “해외사례를 봐도 진짜 멋진 간판은 텍스트보다 이미지나 상징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라며 “결국 공간과 가게의 스토리를 상징적으로 담는 것이 중요한데 너무 설명적인 접근을 하다 보면 되레 가독성과 임팩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했다. 그리고 장 교수는 “최근 핫플레이스에 생기는 카페를 보면 공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포토존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상 사인을 대신하거나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흥미로운 포토존은 SNS를 통해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아서 사인의 영역을 흡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포토존은 채널사인이 할 수 없는 상징 혹은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공간을 보여줄 수 있어서 획일성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여러 지자체에서 간판개선사업을 진행하며 단점으로 지적됐던 획일성을 포토존이라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관악구청 이후일 팀장은 “포토존에 대해서는 간판개선사업 등 여러 프로젝트에서 맹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고민해볼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포토존은 하나의 요소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통합적인 시선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 팀장은 “공간의 여러 매력적인 요소들 예를 들면 크게는 장소의 역사성, 지역성 등의 정체성과 작게는 공간에서 개성적인 인테리어, 외관 등 장소를 경험할 때의 다양한 매력적인 요소들이 모여서 사진 찍기 좋은 장소가 되는 것”이라며 “쉽지는 않겠지만 통합적인 관점으로 간판과 포토존의 매력적인 요소를 개발하면 여러 프로젝트를 현재보다 더 흥미롭게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장바구니
주문내역
업체 검색
업체 등록
사업 제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