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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물, 돌을 품은 작은 우주
찍은 간판 프로젝트 28
글 노유청 2021-07-27 |   지면 발행 ( 2021년 8월호 - 전체 보기 )




찍은 간판 프로젝트 28

글·사진 노유청 편집장

카페 ‘묵리459’는 산과 물, 돌을 품은 우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산과 물, 돌은 묵리459를 구성하는 원소라고 할 수 있다. 산을 등지고 있는 카페 앞마당에 나선형으로 구성한 벤치는 별의 궤적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 하니, 묵리459는 공간 자체가 우주인 셈이다. 마치 두 채의 집을 연결해 둔 듯한 구조와 그 앞으로 펼쳐진 나선형 벤치는 묵리459의 공간적인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카페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묵리459는 공간의 매력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되는 곳이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대략 1시간 반 이상을 운전해야 하지만 그런 수고로움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보도블록으로 이뤄진 길을 걸어 카페 앞마당에 도착하면 이곳까지 찾아오는 동안 걸린 시간을 순간 잊게 되니 말이다. 거기에 커피까지 맛이 있어서 누구에게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카페라고 할 수 있다.


묵리459는 동네 지명과 번지를 그대로 카페 이름으로 정했다. 그래서 지번 주소는 카페 이름과 똑같은 묵리459다. 특이한 이름이지만 명확한 것 같아서 흥미롭다. 묵리는 오래전부터 먹(墨)을 만들던 동네로 유명했는데, 그래서 검은색을 전면에 내세운 것 같아서 인상적인 공간이다. 익스테리어, 로고 등 여러 곳에 검은색을 적용했다. 특히 두 채의 집을 연결한 듯한 카페 외관을 검은색으로 꾸며서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하고 있다.

묵리459의 간판은 주차장을 알리는 지주형, 보도블록 초입에 배치한 스탠드형, 앞마당 벤치 돌담에 배치한 작은 철재사인까지 곳곳에 배치했다. 하지만 보통 묵리459를 찾는 사람은 이미 이 공간을 알고 오기 때문에 간판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묵리459는 간단한 안내와 로고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오브제처럼 간판을 활용하고 있다. 로고와 같은 형태인 익스테리어와 앞마당의 벤치가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알리는 사인의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익스테리어와 앞마당이 묵리459를 상징한다면, 내부는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산새를 담고 있는 통유리창은 평소 인증샷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한 컷 정도는 찍어야 할 정도로 매력적인 포토존이다. 그리고 마치 바람에 휘날리는 스카프를 형상화한 것 같이 천장에 매달린 오브제와 매끈한 곡선으로 구성한 대리석 벤치는 공간의 매력에 방점을 찍는다고 할 수 있다.


통유리창을 통해서 보이는 산새와 바깥 풍경은 시선을 사로잡는 사인이자 매력적인 스폿이라 할 수 있다. 날씨, 계절의 변화를 여과 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다음에 묵리459를 또 찾아와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여름엔 녹색으로 물든 풍경을 볼 수 있지만, 늦가을이나 겨울의 건조함과 황량함도 그런대로 매력이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리고 눈이 내리는 날도 비가 오는 날도 흥미로운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비가 오는 날엔 스마트폰을 내려두고 한동안 바깥 풍경을 바라볼 것 같다. 빗물이 유리창과 바닥을 치고 다시 튀어 오르면서 내는 소리가 내부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안락하게 만드니까.

묵리459는 모든 계절과 날씨를 경험하고 싶게 만드는 공간이다. 공간의 매력만으로 먼 걸음을 하게 만드는 카페. 이런 식으로 인기를 끄는 점이 혹자들은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묵리459 같은 공간이라면 누구든 인정을 할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 공간의 컨셉부터 시작해서 구성까지 허투루 하지 않았다는 걸 너무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카페라서. 다음엔 비가 내리는 늦가을에 한번 가보고 싶다. 쓸쓸하고 추운 풍경을 보며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어서.
 
 
※ 위 내용은 기사의 일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사인문화 8월호를 참고하세요.

<SignMunhwa>

위 기사와 이미지의 무단전제를 금지합니다. 

관련 태그 : 용인 묵리459 우주 핫플레이스 공간 간판 디자인 익스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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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트렌드+디자인
2021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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