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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은 간판 프로젝트 1
재주를 부리는 맛있는 식탁
글 노유청 2019-05-07 오후 1:30:21 |   지면 발행 ( 2019년 5월호 - 전체 보기 )



Intro
“찍었다!”는 다의적인 단어입니다. 물리적으로 무언가를 꽂아 넣거나, 사진을 촬영하거나, 심지어는 호감을 품은 사람을 마음에 두는 행위까지... 찍는다는 건 결국, 맘에 드는 존재를 기록하는 행위입니다. 이번 호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찍은 간판 프로젝트’는 천편일률적인 채널사인으로 인해 개성을 잃고 표류하는 와중에도 강렬하게 매력을 뽐내는 간판을 찾아서 기록하는 기획입니다. 관심 있게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 재주식탁의 간판은 전면 상단에 설치한 아크릴 박스사인이 전부다. 재주식탁이란 가게이름을 표기하고 그 위에 로고를 올렸다. 단순하지만 시선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는 간판이었다. 베이지색 벽면과 퓨어화이트에 가까운 아크릴 박스사인의 톤 차이가 가독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가게 앞에 인조잔디를 깔고 화분, 단호박이 들은 손수레 등 여러 소품을 배치한 것이 흥미롭게 재주식탁의 아이덴티티를 구체화했다. 적당한 어설픔이 느껴지는 소품 구성은 서로의 재주를 나눈다는 의미를 재미있게 표현한 익스테리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려서 맛과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은 식당이 있지만 나만 알고 몰래 가고 싶은 곳이 있다. 재주식탁은 후자였다. 그래서 재주식탁은 혼자 가거나 정말 친한 친구와 갔다. 재주식탁을 처음 알게 된 건 커피식탁을 운영했던 사장님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였다. 정말 맛있어 보이는 카레사진 한 장. 그래서 다음날 커피를 마시러 갔을 때 바로 물었던 것 같다. 어느 식당의 카레냐고.

사실 나는 카레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보통의 남자들이 그렇듯 군대에서 국 같은 묽은 카레를 맛본 이후 맛없는 음식으로 분류했다. 물론, 군대를 전역한 이후 카레를 전혀 먹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즐기는 메뉴는 아니었다. 있으면 먹고 아니면 마는 정도의 음식. 재주식탁은 카레에 대한 개인적인 기준을 다시 세운 식당이었다. 재주식탁으로 인해 카레는 맛있는 음식이 됐다.

재주식탁을 처음 간 것은 아마도 2015년 가을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한참 성수동에 재미를 느끼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시절. 커피식탁 사장님의 소개로 간 첫날 재주식탁 사장님은 “이따 브레이크 타임에 커피식탁에 라떼마시러 가야 되니까...”라는 대화를 직원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굉장히 묘한 재미를 느꼈다. 그로 인해 성수동에 대한 흥미가 더 높아졌고.

메뉴판 상단에 적힌 1번, 새우 토마토 렌틸 카레를 시켰다. 한입 먹었을 때 이미 카레에 대한 기준이 다시 정립되는 느낌이었다. 카레는 정말 맛있는 음식이었다. 순간 정말 유명해지면 나중에 내가 먹을 수 없게 될까 봐 알리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혼자서 아껴두고 몰래몰래 와서 먹고 싶은 가게. 그래서 내 손에 이끌려 재주식탁을 찾은 이들은 굉장히 신뢰도 높고, 프라이빗한 범주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와이프와 연애하던 시절에 같이 왔었고, 친척 동생이 결혼할 사람을 소개할 때도 같이 왔었다. 그리고 직장 내에서 가장 오랜시간 호흡을 맞추며 일하는 후배 기자 하고만 온다. 물론, 혼자 올 때도 있다. 한번은 정말 힘든 외근을 마치고 야근까지 해야 하는 날 저녁을 먹으러 왔었는데 새우 토마토 렌틸 카레에 피로가 녹아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한 숟갈 한 숟갈 먹으며 이런 게 소울푸드구나 싶었다.

글을 쓰려고 마음먹고 사장님께 재주식탁의 뜻을 물었더니 “재주부려서 만든 식탁에서 서로의 재주를 나눈다는 의미에서 지었어요”라고 답했다. 가게를 오픈할 때 친구들과 식탁을 직접 만들었는데, 장사를 마치고 각자 무언가를 만드는 취미활동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하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재주식탁엔 직접 만든 소품이 많았다. 그리고 제주도를 좋아하는 마음에 언어유희처럼 풀어낸 다른 의미도 있다고 했다.

재주식탁의 간판은 전면 상단에 설치한 아크릴 박스사인이 전부다. 재주식탁이란 가게 이름을 표기하고 그 위에 로고를 올렸다. 단순하지만 시선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는 간판이었다. 베이지색 벽면과 퓨어화이트에 가까운 아크릴 박스사인의 톤 차이가 가독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가게 앞에 인조잔디를 깔고 화분, 단호박이 들은 손수레 등 여러 소품을 배치한 것이 흥미롭게 재주식탁의 아이덴티티를 구체화했다. 적당한 어설픔이 느껴지는 소품 구성은 서로의 재주를 나눈다는 의미를 재미있게 표현한 익스테리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간판이나 익스테리어가 아니라도 이제는 가독성과 존재감이 너무나 큰 식당이 됐지만...

재주식탁은 성수동이 재밌어서 공간을 기록하고 자주 찾으며 단골 가게가 생기기 시작한 2015년부터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대견하고 고마운 식당이다. 상권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변하는 성수동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단골 가게가 사라지는 걸 꽤 목격했으니 말이다. 재주식탁은 2015년부터 알게 된 공간 중에 얼마 남지 않는 단골 가게다. 계속해서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 재주식탁의 카레는 진짜 맛있으니까.


▲ 재주와 제주가 공존하는 재주식탁. 창가 앞에 마련된 자리를 제일 좋아한다. 혼자 가도 부끄럼 없이 맛있게 카레를 먹을 수 있어서. 항상 고민 없이 고르는 메뉴는 새우 토마토 렌틸 카레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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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태그 : 성수동 재주식탁 카레 간판 디자인 익스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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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트렌드+디자인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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