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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라파즈의 사인과 열정
글 이석민 2013-10-10 |   지면 발행 ( 2013년 10월호 - 전체 보기 )

 트랜드와 디자인-특별화보

VMD 전문가 이랑주의 '사인 여행기'

본지는 7월호부터 12월호까지 6회에 걸쳐 남미와 동유럽 국가들의 거리 디자인과 간판?사인에 대해 알아봅니다. 미국 및 서유럽의 선진국들과는 다소 차별되는 디자인 특성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필자는 VMD연구소 이랑주 대표입니다.

*필자의 원고는 <월간 사인문화>의 편집방향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글?사진 이랑주

lmy730@hanmail.net

이랑주 VMD연구소 대표, 저서 '이랑주의 마음을 팝니다'

③볼리비아,

라파즈의 사인과 열정

남미여행에서 제일 힘든 부분은 이동하는 교통편이었다. 버스가 제 시간에 출발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항의도 하고 따지기도 했는데 한 달쯤 지나고 2~3시간 연착은 당연한 것처럼 받아 들여 졌다. 페루(Peru)에서 볼리비아(Bolivia)로 넘어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에 시간 맞춰서 도착했다. 당연하다는 듯 12시에 출발하기로 한 버스는 2시를 넘어서야 겨우 출발했다.

페루의 뿌노에서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La Paz)'까지는 6시간이면 된다고 했지만, 8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했다. 낡은 로컬버스는 창문은 없고 의자 스프링은 다 튀어나와서 맨바닥에 앉아 있는 것과 같았다. 덜컹거리며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낡은 버스는 우리를 사정없이 공중부양을 시켰다. 버스는 바지선에 실려서 강을 건너고 다시 달려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수도 해발 3,660m의 라파즈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한 나라의 수도 치고는 너무나 낡은 건물들과 산꼭대기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붉은 벽돌의 판잣집들이었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천연자원이 가장 풍부한 나라이면서 가장 가난한 나라다. 지형적으로는 6000미터 급의 설산, 초현실적인 풍경의 우유니 소금 사막, 핑크 돌고래가 사는 아마존 밀림 등 지구에서 가장 다양한 지역들을 골고루 품고 있는 나라다.

수도 라파즈의 볼거리는 특징적인 3개의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원주민들로 북적이는 시장통과 민예품 가게들이 널린 산프란시스코 광장 주변, 무리요 광장을 중심으로 멋진 식민시대풍건물들 감상하기, 그나마 현대적인 건물들이 즐비한 쁘라도 주변이다. 라파즈 관광의 실질적인 중심지이자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산 프란시스코 광장인데, 광장 중앙에는 라파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 산 프란시스코 교회가 있다. 교회는 스페인과 남미의 건축이 양식이 혼합된 메스띠소-바로크 양식의 대표적인 건물로 1549년에 지어졌다.


광장 건너편에는 현대적으로 지어진 시장이 나오는데 메르카도 란짜(Mercado Lanza)로 현지인들의 생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3층으로 이루어진 복합 건물로 식당, 옷가게, 서점, 전자, 잡화를 판매하고 있다. 사인들은 크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층별로 노랑, 빨강, 파랑으로 구분하여 원하는 업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구분해 두었다.

시장 바로 건너편에는 라파즈에서 가장 재미있는 특이한 시장이 마녀시장이 나온다. 네그로 시장에서 산타 크루즈 (Santa Cruz) 거리의 언덕길을 내려가면, 람푸(Llampu) 거리와의 교차로에서부터 리나레즈(Linares)거리에 들어설 때까지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는 이곳이 바로 마녀시장이다. 볼리비아는 300년의 스페인 식민지로 인해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넘쳐나지만, 아직도 수도 한복판에 주술사를 위한 마녀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시장입구의 작은 사인은 마녀 시장의 특이함을 나타내기에는 부족해 보였지만, 사인보다 더 특이한 주술용품들이 이곳이 마녀시장임을 알려준다. 이곳이 마녀시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원주민들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으로 쓰였던 희귀한 약초와 가루들, 부정을 막기 위해 부적으로 사용하는 물건들을 팔면서 형성되었다고 한다. 새로운 집을 지을 때 말린 야마의 태아를 마당에 묻으면 행운을 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 상점 곳곳에는 말리 라마의 태아가 주렁주렁 걸려있다. 각종 주술용품과 부적, 말린 토끼, 라마, 벌레등이 다소 무섭기도 하지만 생각보다는 으스스하지는 않다. 마녀에 대한 이미지라면 역시 큰 항아리에 무언가를 끓이며 주문을 외우면서 뼈라던가 도마뱀 꼬리 등을 넣는 모습이 연상되지만 이곳에 마녀는 없었다. 관광객에게는 행운과 여행의 안녕을 기원해 주는 주술세트를 팔고 있었다.


산 프란시스코 광장에서 12분정도 걸어가면 또 하나의 광장인 무리요 광장이 나온다. 주변에는 대통령 관저, 정부청사, 국회의사당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박물관 영화관 등 스페인 식민시대풍의 건물을 볼 수가 있다. 그런데, 광장의 실질적인 주인은 비둘기인 것 같다. 먹을거리를 들고 있으면 날아와서 공격하는 난폭한 비둘기들을 조심해야 한다.

수도인 라파즈 구경을 마치고 꿈에 그리던 소금사막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라파즈에서 12시간 정도 버스를 타면 우유니 시내에 도착을 한다. 그럼, 오전 10시부터 시작 되는 우유니 투어를 바로 할 수 있다. 그런데 남미 여행이 어디 마음대로 되겠는가? 오후 7시에 출발한 버스는 새벽5시경 멈췄다. 무슨 일인가 하고 내려 보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도로가 유실 되었는데 엠블런스 한대가 그 길 한가운데 깊이 폐인 웅덩이에 박혀서 꼼짝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차를 빼내기 위해 양쪽에 세워진 버스 승객까지 도왔지만 엠블런스는 쉽게 탈출하지 못했다. 4시간이 지나서야 길은 복구되었지만 너무 늦게 도착한 우리는 예약해둔 우유니 투어를 가지 못했다. 여행사에 사정이야기를 하고 다음날 투어에 참가할 수 있었다.


우유니는 해발 4,000m에 있기 때문에 고산증에 특히 주의를 해야 한다. 도착한 첫날은 따뜻한 물로 샤워하지 말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해야 다음날 투어를 무사히 마칠 수 있다. 시내는 아주 조용하고 고요했다. 사인들도 주민들을 닮아 소박하고 정겹다. 작은 광장의 시계탑이 이곳이 중심임을 알려주고 있다.



소금사막을 여행하려면 무조건 투어에 참가해야 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대중교통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워낙 오지이고 도로가 포장돼 있지 않아 혼자 여행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통 2박 3일, 3박 4일 코스가 있다. 투어를 마치면 칠레 국경지역까지 바래다준다. 5~6명이 짚차를 함께 타고 3~4일 동안 같이 투어를 한다. 제일 먼저 가는 곳은 열차의 무덤인데 예전에 소금을 실어 나르던 폐 열차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녹슬고 낡은 열차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풍경이 파란하늘과 대조를 이루며 아름답지만 슬픈 풍경을 만들어 낸다.


얼마나 달렸을까? 드디어 꿈에 그리던 우유니 소금사막에 도착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새하얀 소금사막을 달리는 기분은 내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최고의 경험이었다. 우유니는 세계 최대의 소금사막이다. 수만년전 지각변동에 의해 염호가 솟아오른 후 물이 증발하면서 형성됐는데, 해발 3656m 높이에 소금 층의 두께는 최대 140m에 이른다.


사막 한 복판에는 물고기 섬이 있는데, 사람 키보다 훨씬 크게 자란 선인장으로 가득 차 있다. 선인장이 이 정도 크는 데 수백년이 걸린다고 한다. 물고기섬 정상에서 바라본 소금 사막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 사막의 넓이는 한국의 경기도 면적보다 넓다고 한다. 물고기섬 정상으로 안내하는 화살표 사인은 주변 경관을 헤치지 않고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조화롭다.

투어를 마치면 소금호텔에서 1박을 하고 볼리비아의 멋진 호수들과 붉은 플라밍고를 보러 떠난다. 가는 길에는 볼리비아 고원사막에 휘몰아치는 바람과 모래의 풍화작용에 의해 바위가 깎여 마치 나무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바위 나무'가 안데스 영봉들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서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알려진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은 어느 여행지보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여행자들의 발길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 척박한 땅이며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볼리비아. 하지만, 행복지수만큼은 서구의 어느 나라들보다 높은 곳이다. 볼리비아의 눈물 나게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가난하지만 그들이 행복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연과 경쟁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임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의 자연 속에서 나 또한 충분히 행복했다.

사인, 디자인, 건축물은 자연과 경쟁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인은 자연과 조화를 이룰 때 감동과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최빈국 볼리비아에서 느낄 수 있었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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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트렌드+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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