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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동행 나는 일당기사 입니다
글 김다은 2013-04-01 |   지면 발행 ( 2013년 3월호 - 전체 보기 )

 현장 르포 동행 나는 일당기사 입니다

전윤식(52·가명)씨는 간판 시공에 필요한장비를 자동차에 실었다. 4년째 타고 있는 트럭 포터2는 연비가 좋지 않지만 가벼운 짐 위주로 도심 주변에서 일하기엔 제격이다. 부랴부랴 30여분을 달려 약속시간인 오전 8시 30분에 맞춰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간판업체를 찾았다. 전날 밤 그는 모임방을 통해 일거리를 받았다.

"아. 네, 그럼요. 당연히 해야죠"

전화를 받은 그는 찬물 더운물을 가릴 때가 아니다. 간판 업계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어떤 일이건 마다하지 않고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전씨는 20년이 넘는 세월을 간판업계에 몸담고 있다. 예전에는 일당기사가 아닌 간판업체 운영자로 넉넉히 생활 했지만 3, 4년 전부터 간판 제작을 요청하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 이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일당현장에 직접 나가야 한다.

자신의 가게에 일이 들어오지 않을 때면 그는 일당기사로 나선다. 하지만 그것도 매일 있는 일이 아니어서 어떨 때에는 일이 잡히지 않아 사무실에 마냥 앉아있어야 할 때도 종종 있다. 때문에 이렇게 전화가 오면 어떤 일이든 환영이다.

전씨가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이유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 두명이 1년 전부터 차례로 대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각종 생계 유지비와 등록금으로 등골이 휠 지경이다. 적어도 월 500만원은 소득이 있어야 생계가 버틸 수 있지만 가게만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일당기사일도 추가로 하게 됐다.

이렇게 된 까닭에는 몇 년 전부터 정부에서 세금을 쏟아 부어 거리 간판을 정비하고 있기 때문에 일이 줄었다고 전씨는 말한다.

"업주가 돈 들여 비싼 간판을 달아도 간판 개선사업에 걸리면 저항도 못하고 바꿔야 해요.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공짜로 간판을 바꿔주고 있으니 상인들의 자발적인 간판 구매욕이 당연히 떨어지죠. 덕분에 저희 같은 영세간판 업자들은 매출이 급감하는 것을 지켜 볼 수밖에 없어요"

메인 간판을 설치하기 위한 크레인이 오전 11시 쯤 준비 되자 전씨는 개인 장비를 챙겨 크레인에 올랐다. 지상으로부터 멀어지니 바람은 더욱 거세져 갔다. 체감온도를 영하 18도로 끌어내리는 칼바람이 정씨의 옷 속을 파고들었다.

"항상 외부에서 작업을 해야 하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지금처럼 춥거나

더울 때, 눈이나 비가 올 때가 가장 일할 때 힘들어요. 간판 설치하러 갔다가 날씨가 너무 추워 벽이 얼어서 시공을 못해 그냥 돌아온 적도 있어요. 특히 눈이나 비가 올 때는 일이 미뤄질 때도 있고, 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서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하죠"

비가 오는 날에는 전기를 다룰 수 없어 중간에 일을 마쳐야 할 때도 있고, 눈이 많이 내리는 날 역시 미끄러워 일을 하지 못한다. 전씨는 일당기사 일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10여 개월 전, 전날에 내린 비로 인해 사다리에서 떨어져 대퇴부와 어깨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해 최근까지 고생을 겪었다. 덕분에 날씨의 변동사항에 대해 주의 깊게 행동하지만 생계를 유지하려면 그마저도 무시할 때가 많다.

크레인 기사인 한용운(46·가명)씨 역시 칼바람에 몸이 움츠러들어 있었다. 그도 간판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일거리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간판을 달기 위해 크레인을 부르는 경우가 80% 이상이었는데 간판정비사업으로 간판의 크기가 축소되고 수가 줄어서 이제는 간판업체에서 크레인을 부르는 일이 줄어 들었어요. 크기가 작아지니 장비도 많이 필요 없는 거죠. 우리도 그래서 다른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어요" 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정부가 앞장서 전국 곳곳에 시행중인 간판정비사업은 업계의 산업구조를 흔드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계바늘이 오후 1시를 가리키자 전씨는 하던 일을 멈추고 점심을 먹는다. 유일하게 따뜻한 곳에서 쉴 수 있는 시간은 점심 식사를 할 때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배를 채우고 곧바로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 이후로 아크릴 벽을 세우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2시간 가량 형광등을 설치하고 이후로는 아크릴을 재단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어둠이 찾아 올 때 쯤 일이 마무리 되었다. 시간은 오후 여덟시. 여섯시까지 일하기로 했지만 작업이 길어지는 바람에 2시간 연장됐다. 하지만 여섯시 이후로는 추가 수당을 두 배로 받을 수 있어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몸이 고생해도 저녁까지 일을 하는 게 낫다고 전씨는 말한다.전씨는 찬 바람에 언 몸을 이끌고 풍요롭진 않지만 따뜻한 집을 향해 자동차에 시동을 켰다.

"사무실로 돌아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제 소박한 꿈입니다. 지금은 자식들 키우랴, 생계 유지하랴, 여기저기 드는 돈이 너무 많아요. 지금은 꿈도 꾸기 힘든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자식들 다 시집, 장가 보내고 능력이 된다면 간판제작을 기획부터 시공까지 직접하는 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습니다"

글, 사진: 김다은 기자


오전 10시. 간판을 달기위한 뼈대를 설치중이다.

메인 간판 하단에는 형광등을 사용한

아크릴 벽을 세울 계획이다.


크레인에 간판을 걸고 있다. 밧줄을 양쪽에 매달아 중심을 잡아주며 서서히 올려야 안전하다.


메인간판 하단에 설치될 안정기를 조립하고 있다.

건물의 벽이 돌로 되어있어 부착이 되지 않을 것을 염려해 안정기 뒤에 고무를 덧대 미끄럼을 방지한다.


메인 간판을 다는 일보다 아크릴 벽을 세우는 시간이 몇 배로 더 걸렸다. 아크릴을 바로 끼우는 것이 아니라 틀에 맞춰 크기를 재고, 자르고, 끼워야 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작업 공간 없이 외부에서 찬바람과 함께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 간판기사의 일이다.

Box

구직도, 구인도 모두 힘들다

간판 일당기사의 일당은 일평균(대략 8시간 기준) 15~18만원이다.

일용직 근로자 입장에서는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한 합리적인 조치이지만,

간판 단가가 계속 떨어지는 가운데 재료비가 인상에 인건비 인상까지 겹치면서

고용주에게는 강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광고물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 동종업계 간의 극심한 출혈 경쟁 등

업계를 둘러싼 사업 환경이 녹록치 않다보니 잦은 폐업, 이직이 이어지면서

전문 인력들의 유출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이 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도 심해

이 분야에 종사하려는 젊은 인력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SignMunhwa>

위 기사와 이미지의 무단전제를 금지합니다. 

관련 태그 : 일당기사 모임방 간판 시공 아크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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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조명+입체
201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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