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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인 장인들을 만나다
글 이석민 2013-02-01 |   지면 발행 ( 2013년 2월호 - 전체 보기 )



手 사인의 장인들을 만나다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산업, 그 현장은?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이 디지털화되고 있다. 심지어 가정에서 보는 TV도 2013년 1월1일부터 디지털 방송이 시작됐고 아날로그 방송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휴대폰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고 실시간 뉴스를 검색한다. 낯선 길을 갈 땐 네이게이션이 길을 찾아주고 버스를 기다릴 땐 몇 분 뒤에 도착할지를 고객에게 알려준다.

사인 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자동화?디지털화되고 있다. 디지털사이니지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고 전통 방식의 간판 제작도 자동화 기계가 사람 손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사람 손이 반드시 필요한 곳이 사인 시장이기도 하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부분들이 아직도 많다. 그 현장을 들여다봤다.

글?사진 이석민 편집장

뜨거운 호흡, 극한 직업-주물 사인

뿌연 먼지, 붉은 용암 같은 쇳물. 주물 사인 공장의 현장에 처음 발을 들여 놓는 사람들은 깜짝 놀랄만한 모습들이 펼쳐지고 있다. 아파트 및 관공서 등 벽면에 주로 부착되는 주물은 신주 등을 녹여서 글자와 문양을 새기는 사인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변질이 거의 없고 파손되지 않아 AS가 없다는 장점이 큰 사인이다. 최근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과거에 비해 일감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원체 극한 작업이다 보니, 이 일을 하는 업체가 전국적으로 많지 않아 희소성의 가치가 높은 분야다. 늘 섭씨 1,200도가 넘는 온도로 신주 등을 녹여서 작업하다보니 봄부터 가을까지는 공장의 실내 온도가 40도를 훌쩍 넘기는 것은 예사다. 온도를 올릴 때 사용하는 소재는 옛날엔 조개탄을 이용했지만 최근엔 대부분 전기를 활용하고 있다. 조개탄을 땔 때보다는 온도를 올리는 시간이 빨라져 편리해졌다고 한다.

팥죽 같은 땀을 한 바가지 이상을 흘려야 1개의 사인이 완성되는 작업이다보니 주물사인을 배우려는 젊은 친구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주물사인을 운영하는 업체 사장들이 은퇴하는 시점이 되면 아마 우리나라에 주물 사인이 사라질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주물 사인을 배우는 것은 정말 어렵다. 우선 환경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 하루 8시간 이상동안 먼지를 마셔야 하고, 쇳물을 녹이고 마감(연마)하는 현장이 매우 힘겹다.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다음은 고무에 글자 또는 문양을 새기는 것이다. 글자와 문양을 직접 손으로 새긴다. 이 때문에 주물 사인은 전국 어디에 걸려있더라도 이를 직접 만든 사람이 우연히 보아도 자신이 만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고 한다. 그 이후에 폼(가다)를 잡는 일이 쉽지 않다. 흙으로 사인의 형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흙이 바로 문제다. 아무런 흙을 사용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염분이 적절한 농도로 섞인 고운 갯벌 흙이어야 한다. 이 흙을 구하는 것이 노하우다. 글자가 새겨진 고무를 갯벌 흙으로 덮어 토형(土型)을 떠는 작업이다.

형제주물의 문영주 기사는 "갯벌 흙은 과거엔 우리나라에서도 구할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수입산이다. 가격도 옛날에 비해 많이 올랐다. 하지만 주물 사인의 가격은 오르지 않고 있어 결국 마진율이 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라고 말했다.


주물 사인 제작이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흙을 어떻게 구하느냐부터가 노하우이기 때문이다. 흙을 구할 땐 5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양을 미리 구매해 놓는다고 한다. 그리고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염분이 적절하다면 수십 번 재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단, 염분의 농도를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오랜 기간 실전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한다. 흙으로 폼을 잡고 나면 그 위에 끓인 쇳물을 붓고 굳을 때 까지 두면 된다. 이 때 물을 흙 위에 뿌리면서 식혀준다. 그 이후엔 연마(후가공)를 하고 락카칠을 한 뒤 말린다.

폼을 잡을 때 반드시 필요한 합판도 요즘은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보통 두께가 3.4mm 합판을 사용하는데 이를 생산하는 업체가 국내엔 거의 없고 대부분이 수입인데, 이 마저도 수요처가 적어 생산이 많지 않다고 한다. 4.8mm 두께의 합판은 구하기가 쉬운데 가격이 비싸 주물 제작 원가를 맞추기가 어렵다고 한다.

문영주 기사는 "주물 사인 제작을 옆에서 어시스트만 하기 위해선 2~3년 일을 배우면 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일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기 위해선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주물 사인은 기계화가 될 수 없는 정통 수(手)사인이라고 할 수 있다. 도로 표시판이나 알림판처럼 물량이 많다면 모를까 주물 사인은 일단 사용처가 그리 많지 않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파트의 소화전 또는 관공서에 사용되는 간판과 상징 문양, 동상 등 기념물에 대한 설명, 연예인 또는 아이들의 손?발 기념 등에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대량 생산이 아닌데다 주물 사인 한개한개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기계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설사 기계화가 된다하더라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사람 손으로 하는 것이 생산성과 업무 효율성이 훨씬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물 사인은 크기와 글자 수에 따라 생산 가능한 시간이 다르지만 예를 들어 가로 세로 크기가 80×50cm 일 경우엔 하루 30개 정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덕산주물의 이재경 사장은 14세 때부터 주물 사인을 시작해 40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이 분야의 장인이다. 그에 따르면 과거 아파트 공사가 활발하고 신도시가 개발될 땐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추락하면서 일감이 많이 줄었고 겨울엔 특히 비수기라고 전했다.

이재경 사장은 "우리 세대가 은퇴하면 주물 사인을 만들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자식들에게 물려주자니 일이 너무 힘들어 안쓰러운 마음에 내가 인정하지 않을 것 같다"라며 웃음지었다.


능성주물의 구점수 사장도 비슷한 의견은 내놓았다. 그는 "25년째 주물 사인 제작을 하고 있는데 최근처럼 경기가 어려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라며 "주물 사인은 일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없어 가족 단위로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직접 만들었던 주물 사인을 우연히 길을 가다 목격하게 되면 보람이 있고 피로가 풀린다"라고 말했다.

서울 4대문 안에서 사라져가는 장인들-부식 사인

부식 사인은 주로 스테인레스 스틸 또는 신주, 알루미늄 등의 소재에 사용되는 것으로 염화철(쇠를 녹이는 약품)로 글자를 새기는 방식이다.

부식 사인은 섬세하고 고풍스러운 멋을 내는데 유용하고 권위적인 분위기도 포함할 수 있어 교육기관 또는 공기관 등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 문화재 및 고궁 안내판 등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과거엔 등산로 등에도 사용이 많았지만 친환경 바람에 밀려 산에선 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부식도 주물 사인과 마찬가지로 한번 제작되면 AS가 거의 없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파손의 염려가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부식 사인은 주로 스테인레스 스틸을 이용하는데 눈?비 등 습기에 강하고 내구성이 좋아 외부사인의 소재로서는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부식 사인 작업을 시작할 땐 속칭 뻬빠로 불리는 연마기구로 스틸 표면을 반듯하게 간다. 그 위에 시트지에 인쇄된 글자를 붙인 뒤 글자를 오려내고 염화철로 글자를 파내면 스틸 위에 표현하고자하는 사인의 글자가 드러나게 된다. 그 이후 락카칠을 하고 석유 버너로 말리면 된다. 알루미늄의 경우엔 아노다이징이라는 산화피막을 형성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알루미늄이 물리적 화학적 성질이 약하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부식 사인은 주로 문화재 안내판 용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엔 컬러로 제작된 부식 사인도 사용되고 있는데 단색에 비해 가격이 조금 더 비싼 편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부식 사인에 사용되는 디자인은 주로 원청 업체가 파일로 보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거래일 경우에 디자인을 직접하지만 90% 이상이 하청을 받은 일감이기 때문에 디자인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부식 사인을 제작할 땐 글자가 인쇄된 시트지를 잘 붙이는 작업부터 마무리 작업까지 신경쓰이지 않는 부분이 없을 정도다 약 10단계에 걸쳐 부식 사인이 제작되는데 만약 이중 한 부분에서 에러가 발생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라부식의 백형기 사장은 "부식 사인 제작이 35년째다"면서 "이 일을 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끼고 어려움도 겪으면서 지금까지 달려왔다. 최근에 아쉬운 점은 이 일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은퇴하고 나면 부식 사인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부식 사인 분야에서 후계자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주물 사인과 마찬가지로 환경적인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염화철이라는 약품이 늘 생산 공장 내에 있기 때문에 근로자의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현재 4대문 내에선 더 이상 부식 사인을 제작하기 위한 사업체는 추가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즉 과거에 허가를 내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자리에서 대표자만 바뀌는 것은 허용하지만 그 외의 자리에서 부식 사인 공장을 차리겠다고 하면 불허하고 있다. 폐수와 폐기물 처리가 용이하지 않고 환경적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서울시가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식 사인을 새로 개업하기 위해선 서울 4대문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는 결국 정책적으로 부식 사인 사업을 사양길로 접어들게 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할 요령인 것이다.

대진부식 윤성락 공장장은 "종로구 관수동에서만 25년간 부식 사인을 만들어 왔다. 최근엔 경기가 어려워 대부분의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서울시 4대문 내에선 더 이상 새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 걱정이다. 만약 관수동이 재개발 되거나 할 경우엔 멀리 이사를 가거나, 폐업하는 도리밖에 없어 고민스럽다"라고 말했다.

예술과 사인의 경계-목공 사인

목공 사인은 최근 기계의 도입으로 손으로 직접 글자 또는 문양을 새기는 경우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특히 최근 공공기관에서 친환경 사업의 일환으로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등산로 안내 사인에 우드 사인을 활용하고 있고 도시에서도 산책로나 강변 주변엔 우드 사인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량의 우드 사인은 대부분이 CNC 라우터와 모래를 이용한 샌드블래스트라는 자동화 기계를 통해 제작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우드 사인은 전국 어딜 가나 특색이 없고 획일적이라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나무라는 소재를 활용해 친환경적이라는 점은 높은 점수를 얻고 있지만 글자를 돌출시키는 양각 기법이 거의 유사하고 글자체도 다를 바 없는데다 디자인도 차별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 하지만 수작업을 통한 정통 목공 사인의 경우엔 금액이 비싸고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장인도 부족해 공공기관이 대량 일감을 발주한다해도 수작업으로 이를 처리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목공 사인에 사용되는 나무의 종류는 기계로 제작되는 우드 사인에 사용되는 나무와는 다르다. 목공 사인에는 아카디스 등 단단한 재질의 나무가 주로 사용된다. 단단한 나무를 사용해야 목공에 사용되는 도구(끌, 송곳, 망치 등)가 지나간 자리에 그 도구의 흔적이 보기 좋게 남기 때문이다. 이를 현장에서는 '칼밥' 이라고 한다. 글자 또는 문양을 두드릴때도 나무가 단단해야 작업하기가 수월한 점이 있고 깨끗하게 마감하기가 편하다.

이와는 달리 기계로 제작되는 우드 사인은 메타스퀘이아 등 부드로운 연질 나무가 주로 사용된다. 메타스퀘이아는 나무의 결이 예쁘게 잘나온다는 특징이 있다. 또 기계에 무리를 덜 주기 때문에 기계 손상을 줄일 수 있다.

목공 사인은 조각이 완성되고 나면 아크레탄 칠을 해준다. 아크레탄 칠을 하게 되면 눈?비 등 습기에 강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목공 사인에도 일부 자동화가 포함되고 있긴 하다. 옛날엔 사람이 직접 종이에 글과 그림을 그려 넣고 그 종이를 가공이 된 나무 위에 붙인 뒤 조각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컴퓨터로 글을 쓰고 문양을 만들어 종이에 그린다. 즉 글자와 그림을 파는 것만 사람이 하고 초기 시작 단계는 컴퓨터가 대신해주는 셈이다. 하지만 절이나 유적지에 필요한 현판 같은 경우는 아직도 사람이 직접 글자를 종이에 먼저 쓰고 글자를 새긴다. 이 같은 사인은 예술품과 같기 때문에 금액도 매우 비싸다. 완전 수가공으로 제작되는 현판의 경우엔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최하 100만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 소요기간은 숙련도에 차이가 있지만 보통 2~3일 정도 걸리고 칠하고 말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대략 일주일 정도 소모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예술적 현판을 필요로 하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 어려움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국내에 목공 사인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이 기술을 배운다면 미래에 희소성의 가치로 봤을 때 젊은이들이 도전해볼만 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일 공예 박찬무 대표는 "목공 사인은 사람의 손기술과 정성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목공 사인을 바라보는 사람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섬세하고 정교한 문양을 표현해 내는데 탁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공공기관 등에서 친환경 사인으로 우드 사인으로 눈을 돌리면서 기계화되고 자동화 된 제품이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손기술을 따라잡을 순 없다. 젊은이들이 목공 사인 제작 기법을 배운다면 창업할 수 있다. 나름대로 비젼이 있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종로 나무공예 김광섭 대표는 "망치로 직접 두드리고 파는 것을 우리는 서각이라고 부른다. 손으로 직접 목공 사인을 만들어 왔는데 최근엔 CNC 라우터를 도입했고 샌드블래스트를 들여와서 많이 자동화됐다"라며 "최근에 나무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마진폭이 줄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통적인 수작업을 기계화로 교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계화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우드 사인업체들이 많이 사용하는 샌드블래스트 기계는 나뭇결을 살리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모래에 강한 압력을 가해 소재의 표면에 분사시켜 자연스럽게 나무의 결을 만드는 것이다.

섬세한 표현력, 수(手)작업-채널 사인

채널 사인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이 분야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것은 바로 자동화 시스템이다. 즉 자동으로 글자를 만들어내는 기계들이 많이 유통됐다. 레이저 커팅기, CNC 라우터, 채널자동밴카기, 타카기 등등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계의 성능이 좋고 속도가 빠르다 하더라도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마무리 될 수 없는 것이 사인 산업이다. 근본적으로 사인 산업은 주문 제작이기 때문이다. 미리 만들어 놓을 수 있는 기성품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기계들을 전혀 도입하지 않고 사람의 손으로만 제작하는 채널 사인이 아직 많이 있다.

채널(channel) 사인이란 글자 또는 문양을 구부리고 두드려 입체형으로 제작한 사인을 말한다. 스펠링의 뜻은 협곡, 주파수, 항로 등을 뜻하는데, 채널 사인도 마치 협곡과 항로처럼 일정한 공간으로 만들어져 입체감을 형성한다.


채널 사인이 가진 장점은 글자와 문양에 입체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표현된 이미지에만 LED 조명을 삽입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 특히 스테인레스 강(일명 갈바) 또는 알루미늄, 에폭시, 아크릴 등으로 제작된 채널 사인의 경우 야간에 조명이 들어오면 미려하고 부드러운 색감이 표현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제공한다는 점도 우수한 점이다.

이중 80% 이상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채널 사인의 소재는 스테인레스 강, 고무, 신주, 아크릴 소재 등이다. 알루미늄 채널은 대부분 자동화 기계로 제작되고 있다. 또 크기가 15cm 이하의 글자나 문양은 거의가 수작업으로 제작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크기가 작을 경우 자동화 기계로 만들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테일레스 강의 경우 글자를 입체형으로 세우기 이전의 단계, 즉 글자 또는 문양의 원판은 레이저 커팅 전문점에서 글자를 따오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면 글자와 문양을 따는 것은 레이저 커팅 전문업체에서 하고 입체형으로 글자를 두드리고 만드는 부분은 채널 제작 업체에서 하는 것이다. 반면 신주와 아크릴, 고무 등의 소재는 글자를 직접 딴다.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채널 사인의 특징은 섬세하고 깨끗하다는 점이다. 특히 헤어라인을 멋스럽게 마감하는데도 수작업의 실력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수작업으로 글자와 문양의 입체를 만들고 나면 글라인더와 끌 등으로 연마 작업해 마감을 한다. 이후에 광(속칭 빠우라고 불린다)을 전문으로 내주는 업체에게 외주를 맡기고 그 다음엔 코팅 전문점에 코팅을 끝내면 모든 과정이 마무리 된다. 신주 채널은 특히 코팅이 중요하다. 코팅이 잘못되면 시공 후 부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작업의 경우 글자와 문양의 크기의 복잡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인당 70~80글자를 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스테인레스 강 소재의 채널 사인은 알루미늄 채널에 비해 내구성이 강하고 고품격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병원이나 고급 식당, 레스토랑 등의 간판에 많이 사용된다. 신주 채널은 황금색을 띠기 때문에 권위를 필요로 하는 곳에 많이 사용된다. 교회나 절, 병원, 은행, 웨딩홀 등에 많이 부착되고 있다.

프로사인 문상길 대표는 "크기가 작은 문자 채널의 경우엔 수작업이 훨씬 속도가 빠르다. 또 알루미늄바의 경우는 간판교체사업 등으로 저가로 많은 양을 한꺼번에 제작 하기에 자동화 기계가 필요하지만 스테인레스 강 소재는 대량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기계를 도입하는 비용보다 사람 손이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채널 사인 제작을 배우는 근로자들의 경우 숙련공이 되기까지는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2~3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엔 일감이 많이 줄어 채널 사인 분야의 근로자 수도 함께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기업 윤주혁 대표는 "통신주와 고무 그리고 알루미늄 소재의 작은 글자 등은 기계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수작업은 여전히 필요하다.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그에 따른 공장의 크기도 커야 하는데, 여러모로 비용이 만만치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일감이 꾸준히 많으면 좋겠지만 11월부터 2월까지는 비수기이다보니, 기계를 들여놓는 것도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채널 사인업계가 가장 힘겨워하는 부분은 마진율이다. 과거엔 인건비와 재료비가 지금보다 20~30%정도 낮았지만 현재는 인건비와 재료비, 임대료, 공공요금 등이 과거 대비 모두 20~30% 증가했다. 하지만 채널 사인의 납품 단가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싸지고 있는 추세다. 이렇다보니 업체들이 힘들어할 수 밖에 없고 수작업에 필요한 근로자를 모집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미산업 신태준 대표는 "수작업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선 적어도 3년 정도는 꾸준히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인력 조달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일감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직원을 더 뽑을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비록 채널 시장이 지금은 많이 힘들어졌지만 수작업 채널 사인은 아직까지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기계가 다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했다.

다우기획 박지형 대표는 "최근에 종로구 관수동에 있던 채널 사인전문업체들이 영등포와 성수동 쪽으로 옮기고 있는 추세다"라며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거래처를 확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풍산산업의 김수겸 대표는 "알루미늄 채널 제작 전문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면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투자 위험도가 높다. 자동화를 도입하기 위해선 공장이 필요하고 기계가 필요하고, 대량으로 일감을 수주할 수 있는 영업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사인은 기성품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수작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수작업 전문에서 반자동화 전문 채널 사인제작으로 방향을 전환한 업체도 있다. 보람토탈사인은 자동화채널밴딩기와 레이저 커팅기, CNC 라우터 등을 도입해 수작업은 물론 자동화 채널 작업도 함께 하고 있다.

송창섭 보람토탈사인 실장은 "복잡한 로고들이 포함된 사인은 자동화가 어렵다. 그러나 글자가 크고 단순한 채널 사인의 경우 알루미늄 소재로 자동화할 수 있어 이쪽 분야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동화만이 대세는 아니다. 채널 사인은 아직까지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많다. 특히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부분은 반드시 수작업으로 마무리해야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수작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우리 세대가 은퇴하고 나면 뒤를 이어갈 후배 기술자들이 매우 부족하거나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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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태그 : 수사인 채널 LED 부식 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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