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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입법예고? 너무 헷갈려요
2009-10-01 |   지면 발행 ( 2009년 10월호 - 전체 보기 )

재입법예고? 너무 헷갈려요 

이진호 본지 편집인

사마천 司馬遷 이 쓴 중국 역사서, 《사기》 史記에는 ‘조령모개 朝令暮改’라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조착이라는 관리가 조정에 올린 상소문에 그 말이 나오는데 세금과 부역에 대한 국가의 명령이 아침에 내려졌다가 저녁에 고치는 식으로 일정 시기 없이 행해져 백성들이 힘들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약 2,000년 전 전한 前漢 시대에 일어난 일로서 그 당시 관리가 보기에도 시정을 요하는 불합리한 행정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 사인산업도 조령모개식 입법행위가 일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지난 7월 정부는 옥외광고물등관리법 이하 광고물관리법 을 부분개정해서 다시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5월에 전면개정해서 입법예고하더니 2개월 후 또 입법예고한다고 하니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전면개정은 뭐고 부분개정은 뭔지 잘 모르겠고 입법예고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재입법예고한다니 정말 너무 헷갈려 정신을 못 차리겠다.
법규 제정과 개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가 국민생활의 법적 안전성이다. 법은 당사자 간 권리와 의무에 대한 사항을 정한다. 광고물관리법은 개인과 국가 간 권리·의무 관계를 명시한 행정법에 속하며 사적 私的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는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규제 중심으로 꾸며져 있어 법규행정의 혼란은 즉각적으로 사적 경제활동의 혼란을 초래한다. 그래서 입법과정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사인업체들의 법적 생활 안전성이 보장된다. 5월에 전면개정이라고 하면서 입법예고한 내용을 보면 법적용대상 범위확대, 신고수리권자 일원화, 옥외광고업 등록요건 강화 등 업체들의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요소들이 많았다. 부분개정으로 고쳐 발표한 7월 재입법예고안에는 이런 내용들이 다 빠지고 법 적용대상 광고물 추가, 광고물실명제 1년 유예 등을 규정했다.
정부는 5월 예고 후 관련 업계와 단체들로부터 반발이 거세지자 2개월 만에 재예고하는 순발력(?)을 보였지만 졸속행정, 비효율 행정이라는 고질적인 병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입법에 앞서 몇 차례 공정회를 개최해서 학계,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한 예고안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변경하는 처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 또한 예산낭비, 혈세낭비의 사례인 것이다.
산업의 현실을 적확하게 반영하고 국민생활의 법적 안전성을 보장하려면 더 신중한 입법행정을 펼쳐야 한다. 전면개정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주겠다는 것 자체도 전시행정의 한 일면으로 볼 수 있다. 입법행위까지 전시행정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업계뿐만 아니라 점포주, 광고주의 정상적인 기업 활동까지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사인업체들은 불황보다 규제강화를 더 침체원인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조령모개하는 행정까지 겹쳐진다면 고통은 한층 커진다.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규개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규제일변도보다 지도육성에 초점을 맞춘 광고물관리법 마련에 행정력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조착이 살아서 광고물 행정을 봤다면 다음과 같은 상소문을 썼을 것이다.
‘사인업계는 아침에 만들어진 규제법이 저녁 때 바뀌는 바람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불황으로 어려운데 나라마저 우왕좌왕해서는 안 됩니다. 부디 행정을 바로 잡아 업계를 편안케 하소서.’ SM

<SignMunhwa>

위 기사와 이미지의 무단전제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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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기타
200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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